▲ 영화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제공|유니버설픽처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하다하다 여기까지 왔다. 어느덧 20살이 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로 돌아왔다. 황당무계한 액션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그니처로 2000년대 최고 프랜차이즈의 반열에 오른 '분노의 질주'가 드디어 탈(脫) 지구급에 이르렀다!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는 8편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2017) 이후 4년,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2019) 이후 2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9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을 연기, 계획보다 1년 늦게 관객을 만나게 됐다. 특히 신작이 나올 때마다 전작의 흥행기록을 경신해 온 한국에서 19일 전세계 최초 개봉했다. 시리즈 전체 흥행수입이 무려 59억 달러(약 6조8600억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신작이 북미보다 무려 37일 먼저 한국 관객과 만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가라앉은 극장가의 구원투수가 될지, 한미 모두 관심이 높다.

이번 9편은 3편 '패스트&퓨리어스:도쿄 드리프트'부터 6편 '분노의 질주:더 맥시멈'까지를 연출한 저스틴 린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뒷골목 레이싱 무비를 액션 블록버스터로, 막나가는 범죄집단을 정의의 사도로 바꿔놓은 주역답게 20년 된 시리즈를 결산하고 재정비했다. 일단 도미닉 토레도(빈 디젤)의 가족사를 처음부터 새로 쓰면서, 이미 육해공을 섭렵한 액션 블록버스터의 무대를 무한 확장했다. 대하 서사시급 인물군을 새로 추리고, 끈끈한 패밀리의 능력치 또한 화끈하게 키웠다.

시리즈 20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고인이 된 폴 워커를 제외한 시리즈의 주역이 우르르 등장해 팬서비스를 확실히 한다. 빈 디젤을 중심으로 미셸 로드리게스, 루다 크리스, 타이레스 깁슨에 조다나 브류스터, 성 강까지 패밀리가 다시 뭉치고, 샤를리즈 테론에 커트 러셀, 헬렌 미렌까지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도미닉의 동생이자 악당으로 프로레슬러 출신 존 시나가 합류했는데,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드웨인 존슨이나 제이슨 스타뎀의 빈자리가 아쉽다. 

최근 세 편이 연달아 3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했지만, '분노의 질주'는 호불호가 분명한 시리즈다. 할리우드식 막장인가 싶은 개연성 실종 탓이 큰데,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신통하게 우리 편만 비켜가는 총알 세례는 기본이요, 죽은 자의 귀환은 예사다. 이번엔 있는 줄도 몰랐던 동생이 20년 만에 돌아와 세상을 위협한다. 인과관계는 물론 물리법칙까지 간단히 무시하는 액션들은 또 어떤가. 탈 지구급 상상력에 이르자 본인들도 머쓱했는지 미리부터 셀프디스 아재개그를 늘어놓는다.

허나 킬링타임 무비로서 재미를 보장한다는 게 '분노의 질주' 성공 이유요, '말이 안 되는 것'을 '영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들의 특기다. 시리즈 최고라 하긴 어렵지만, '분노의 질주:더 얼티메이트' 역시 그 본령에 충실한 블록버스터다. 놀랍게도 20년된 연식에도 불구하고 배우도 시리즈도 나이들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 시작부터 대범한 액션으로 혼을 쏙 빼놓고, 무지막지한 액션을 숨 돌릴 틈 없이 보여준다. 의욕이 앞서는 게 흠이지만, 아직 달려나갈 힘이 남았다는 의지는 제대로 전해진다.

중력 개념은 잠시 접어두고 만화 보듯 즐기는 게 어울리는 감상법이다. 눈 돌아가는 슈퍼카들의 향연은 덤. 큰 화면이 어울리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42분.

P.S. 시리즈 정주행 뒤 보면 더 좋겠지만 굳이 챙길 필요는 없다. 1편만 본다면 8편을 추천하며, '홉스&쇼'는 무관하다. 엔딩 크레딧이 끝난 뒤 쿠키가 있다. .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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