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한화전에서 상대의 시프트를 역이용하는 번트 안타 2개를 기록한 강백호 ⓒkt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올 시즌 절정의 타격을 뽐내고 있는 강백호(22·kt)는 그만큼 상대 팀의 집중 분석 대상이자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 KBO리그에서 점점 정교함을 더하고 있는 수비 시프트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난다.

물론 좌측이나 중앙 방향 타구도 있지만, 강백호는 기본적으로 방망이를 힘껏 돌리는 좌타자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우측 방향 타구가 많은 건 숫자로 엄연히 나타나는 사실이다. 그래서 타 팀들은 강백호 타석 때 포수 기준 내야 좌측을 비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신 1·2루 사이에 수비수를 하나 더 배치시켜 그 방향으로 나가는 타구를 잡아내려 애쓴다. 확률적으로 그게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10개 구단 중 가장 극단적이고 파격적인 시프트를 자랑하는 한화의 경우는 유격수가 아예 1·2루 사이에 서고, 또 우익수 쪽 외야로 나가 버린다. 강백호가 발이 엄청 빠른 선수는 아닌 만큼 외야에서 내야로 대시하며 잡아도 1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대로 좌측은 3루와 유격수 사이에 서 있는 3루수뿐이다. 그것도 3루 라인 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다. 이 때문에 3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대면, 웬만해서는 살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강백호도 12일 수원 한화전에서 이 상대 시프트를 역이용했다. 두 차례나 3루 측으로 번트를 대 유유히 1루에 살아 들어갔다. 두 타석 모두 선두타자로 나선 상황이라 kt 공격 흐름을 풀어줄 수 있었다. 특히 7회에는 김태훈의 결정적인 3점 홈런 때 홈을 밟기도 했다.

번트안타를 두 차례나 허용한 마당에 시프트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번트를 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수베로 감독은 13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한화 투수들 상대로 성적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출루를 하는 방법으로 번트를 생각한 것 같다”고 짚으면서 “상황적인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기본적인 스탠스는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실제 한화는 13일 경기에서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시프트를 구사했다. 초구나 1B 상황에서는 기습번트에 대비해 3루수가 조금 더 전진하기는 했다. 대신 번트 확률이 떨어지는 상황, 즉 2S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3루수가 다시 뒤로 물러서 3·유간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주자나 카운트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시프트 틀은 유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번트 안타로 살아나가도 크게 손해는 아니라는 속내가 깔려 있다. 그런 생각이 없다면 번트 안타 2개를 허용하면서도 시프트를 유지할 배짱이 나올 수 없다. 강백호는 올해 장타율이 0.575에 달하는 타자다. 그런 타자가 ‘단타’로 나가는 건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우중간으로 빠져 나가면 2루타가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 번트를 대지 않고 정상적으로 타격을 해 홈런을 날릴 수도 있다. 

▲ '번트를 시도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한화 강백호 시프트.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아니면 3루수가 더 뒤로 물러서 2루쪽으로 옮긴다. 2루수는 사실상 외야에 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김태우 기자
특정 선수의 ‘특정 플레이’에 따라 시프트가 크게 흔들리는 것도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 시프트는 어디까지나 더 높은 확률을 위한 싸움이다. 강백호에게 허를 찔리기는 했으나 어쨌든 강백호의 번트 안타 비율은 전체에서 극히 적은 수준이다. 주자 상황도 있어 매번 번트를 대기도 어렵다.

13일에는 시프트가 나름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5회와 6회 강백호는 힘껏 타격을 했지만, 1루수와 2루수 사이에서 수비를 하던 ‘유격수’ 하주석에게 모두 걸렸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라면 2루수가 잡기 까다로울 수도 있는 타구였으나 1·2루 간에 3명을 배치한 덕에 무난히 잡아낼 수 있었다. 결국 시프트는 시즌이 끝날 때쯤 안타와 장타율을 얼마나 억제했느냐로 계산해야 한다. 강백호와 한화의 머릿싸움은 계속된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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