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황금사자기에서 머리카락을 빡빡 깎은 채 결의를 다진 강릉고 선수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제 빈자리가 전혀 보이지를 않던데요? 하하.”

지난해 기억을 떠올린 약관의 신예는 후배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멋쩍은 웃음부터 지어 보였다. 전국대회 우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둔 동생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1년 전 자신이 이뤄내지 못한 업적을 꼭 달성했으면 하는 마음을 함께 드러냈다.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강릉고와 대구고의 결승전을 하루 앞둔 13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좌완투수 김진욱(19)은 “후배들의 경기를 당연히 지켜봤다. 어제(12일) 열린 준결승전도 라커룸에서 TV로 시청하면서 응원했다”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너무나 잘해주더라. 솔직히 말해서 내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서운하기까지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진욱은 지난해 강릉고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강릉고를 전국대회 중심으로 올려놓았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1년 전 열린 황금사자기에서였다. 김진욱은 이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결승행을 이끌었지만, 김해고와 결승전에서 3-4로 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특히 2회 구원등판한 뒤 8회까지 무실점 호투했던 김진욱은 3-1로 앞선 9회 급작스레 흔들리며 1실점했고, 한계투구수인 105개를 모두 채운 뒤 교체됐다. 에이스가 빠진 강릉고는 여기에서 추가로 2점을 내주며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당시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김진욱은 “지난해 정말 아쉽게 황금사자기 정상을 밟지 못했다. 1년 전처럼 우승까지 딱 한 경기가 남았는데 후배들이 준우승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 물론 최재호 감독님께서도 좋은 경기를 펼쳐주시리라고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지난해 강릉고 시절의 김진욱(왼쪽)과 현재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진욱. ⓒ곽혜미 기자
한편 이번 황금사자기에선 강릉고 선수들이 전부 머리카락을 삭발로 나와 화제를 모았다. 선배 역시 이 소식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김진욱은 “나도 한때 그랬던 적이 있었다”고 웃고는 “선배가 된 입장에서 보니 조금은 촌스러운 느낌도 있다. 그래도 꼭 이기려는 후배들의 의지와 투지가 느껴졌다. 그 마음가짐으로 꼭 우승을 차지하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현재 강릉고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최지민과 엄지민 등 후배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조언을 건네주고 있다는 김진욱은 공교롭게도 13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번째 승리를 맛봤다. 6회 구원등판해 1⅓이닝 동안 22구를 던지며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역전승의 발판을 놓아 감격스러운 순간을 맛봤다.

과연 선배의 좋은 기운이 하루 뒤 후배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을까.

대망의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13일 오후 6시30분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결승전은 스포티비(SPOTV)를 통해 생중계되며, PC/모바일 중계는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시청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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