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고 손경호 감독(오른쪽)이 14일 목동구장에서 끝난 황금사자기 결승전 직후 강릉고 최재호 감독에게 우승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목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소문난 잔치는, 조금은 싱겁게 끝났다. 그래도, 잔잔한 여운은 남겼다.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5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은 경기 내용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다소 맥이 빠졌다. 3회까지 1-1로 팽팽히 맞섰지만, 4회 강릉고가 대거 5점을 뽑은 뒤 5회 3점 그리고 6회와 7회 각각 2점씩을 추가하면서 흐름이 일방적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전력 차이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했다. 최지민과 엄지민이라는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고, 또 지난해 황금사자기 준우승과 대통령배 우승을 통해 전국무대 중심으로 올라선 강릉고와 달리 대구고는 우승권 전력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경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에이스가 없고, 타선 역시 짜임새가 조금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대구고는 이러한 선입견을 뒤엎고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특히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로 꼽혔던 경남고와 준결승전에서 7-3으로 이기면서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다만 이날 경기를 지배한 쪽은, 예상대로 강릉고였다. 강릉고는 선발투수 이전재가 1회 조기강판됐지만, 구원으로 나온 조경민이 3⅔이닝 5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한 뒤 에이스 최지민이 4회 구원등판해 4⅓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마운드를 굳게 지켰다.

또, 타선에선 리드오프 김영후가 5타수 2안타 1득점, 김세민이 3타수 2안타 3득점, 정승우가 5타수 4안타 3타점, 허인재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반면 대구고는 선발투수 이로운이 3⅔이닝 6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물러난 뒤 구원진이 계속 난조를 보이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또, 중요한 상황에서 수비 실책이 나오며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처럼 승부는 일찌감치 판가름 났지만, 덕아웃 안팎에서의 뜨거운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유지됐다. 우승을 눈앞으로 둔 강릉고는 물론, 패색이 짙은 대구고 선수들 모두 목청껏 응원전을 펼친 덕분이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결승전에서 패하면 한없이 주눅 드는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결승전 자체를 즐기려는, 달라진 분위기가 이날 목동구장을 감쌌다.

▲ 강릉고 최재호 감독(왼쪽)과 대구고 손경호 감독. ⓒ스포티비뉴스DB
경기 후에는 훈훈한 장면도 포착됐다. 시상식에서 강릉고 최재호 감독이 이번 대회 감독상을 수상하는 순간, 대구고 손경호 감독이 앞으로 나와 최 감독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나 최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 감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시상식 후 만난 손 감독은 “지도자들 모두 함께 고생하지 않았나. 또, 최 감독님께서 선배 사령탑이신 만큼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을 전해드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오랜 기간 중학교와 고등학교 지휘봉을 잡으며 우승과 준우승을 고루 맛본 베테랑 사령탑의 경륜과 배려가 빛난 순간이었다.

물론 각오도 함께 다졌다. 손 감독은 “우리가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 강릉고는 정말 좋은 경기를 펼쳤다. 다음 대회에선 우리가 웃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다음을 기약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대회에서 내리 4승을 거뒀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패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 대구고는 이제 다시 주말리그로 돌아가 다음 전국대회 우승을 위해 재정비를 시작한다.

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제보> underdog@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