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두산 내야의 사령관으로 기대를 모으는 안재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최근 10년간 두산의 내야는 두 거목의 이름과 함께했다. 오재원(36)과 김재호(36)가 그 주인공이다. 오재원이 먼저 2루 자리를 꿰찼고, 성장에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던 김재호가 유격수 포지션에 자리 잡았다. 

뛰어난 수비력과 센스, 통솔력을 가진 두 선수는 두산 내야를 지배하며 투수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후배들의 도전이 계속 이어졌지만 이 키스톤 콤비의 영향력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는 어김없이 두 선수가 호흡을 맞췄고, 두산의 숱한 영광을 진두지휘했다.

그런데 19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더블헤더 2경기에서는 조금 색다른 내야 진용이 펼쳐졌다. 김재호(어깨)와 오재원(손가락)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1경기에 출전한 허경민도 휴식차 벤치에서 대기했다. 내야는 좌측부터 박계범 안재석 강승호 양석환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조금 먼 미래의 두산 내야진을 보는 듯했다. 이중 가장 괄목할 만한 활약을 보인 선수는 역시 고졸 루키 안재석(19)이었다.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1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은 안재석은 스프링캠프부터 호평이 이어지더니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후 단 한 번도 2군으로 가지 않으며 19일까지 41경기에 나갔다. 두산 내야는 내부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인이 뚫기가 어려운 요새로 불렸다. 그런데 이 패기 넘치는 신인이 그 바늘구멍을 계속 넓힌 끝에 이제는 선배들도 무시하기 어려운 선수로 거듭났다.

고교 시절부터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로 각광받았다. 1차 지명이라는 타이틀, 계약금 2억 원이라는 숫자에서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다만 이렇게 빨리 프로에 적응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물론 어이없는 실수로 팀 패배의 발단을 제공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은 그 아픈 기억을 잊게 하기 충분하다. 41경기에서 타율 0.323, 1홈런, 9타점을 기록했고 가장 어렵다는 유격수 수비도 제법이다.

19일 kt와 더블헤더에서는 1·2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자기 몫을 했다. 1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했고, 2경기에서는 2타수 1안타 3타점을 수확했다. 1-1로 맞선 4회에는 kt 선발 심재민의 초구 슬라이더(130㎞)를 걷어 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웃게 한 대포였다. 2경기 두산의 3득점이 모두 안재석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향후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우선 가장 어렵다는 적응을 순조롭게 끝냈다. 게다가 성장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다. 김재호 오재원 허경민 등 베테랑 선배들이 우산이 되어줄 것이다. 안 될 때는 더그아웃에서 머리를 식힐 수 있고, 적당한 부담을 가진 선에서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보고 배울 게 그라운드에 널리고 널렸다. 유격수는 완성형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두산이라면, 그리고 안재석의 잠재력이라면 그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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