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현승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이현승(38)은 건재하다. 1군 등록 후 '미스터 제로'로 활약하며 든든하게 불펜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이현승은 2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간 시즌 7차전 6-3으로 앞선 5회초 1사 만루 위기에 등판해 1⅓이닝 11구 무피안타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10-3으로 이겼다.

3점으로 앞선 상황.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발투수 이영하가 3회부터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일단은 5이닝을 채우게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5회초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안타를 맞고, 1사 후에는 이정후에게 안타,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이영하의 투구 수는 101개까지 불어났다. 투수 교체를 선택할 시점이었다. 

김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베테랑 이현승이었다. 위기에 틀어막아줄 수 믿음직한 카드로 판단해서다. 또 키움 타선이 김혜성-이용규-송우현까지 계속해서 좌타자들이 나올 차례였다. 왼손 이현승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현승은 침착하게 위기를 틀어막았다. 김혜성을 상대로 슬라이더 2개를 연달아 던져 볼카운트 0-2로 유리하게 끌고 갔다. 이어 포크볼로 유인했고,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시속 143km 직구를 던져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웠다.

6회초까지 깔끔한 투구를 이어 갔다. 이용규와 송우현을 연달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공 7개로 빠르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두 타자를 잡은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였다. 임무를 다한 이현승은 이승진과 교체됐다. 

이현승은 경기 뒤 "위기 상황이었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했다. 차근차근 아웃카운트를 잡겠다는 목표로 자신 있게 던졌는데, 운 좋게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현승은 사실 올 시즌 전망이 밝진 않았다. 스프링캠프 때 1군과 함께하지 않고 2군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개막을 앞두고는 팀이 좌완 남호(21)를 LG 트윈스와 트레이드로 데려오면서 개막 엔트리에 당장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구단은 남호에게 좌완 불펜 임무를 먼저 주기로 했고, 이현승은 장원준과 함께 2군에서 몸을 만들어야 했다. 

긴 기다림 끝에 이현승은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2군에 머문 지 70일 만이었다. 유망주들에게 70일은 자양분을 쌓을 시간이지만, 베테랑에게 70일은 꽤 길었다. 선수로서 미래를 두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현승은 일단 버텼고, 1군에 올라와 5경기에서 1승, 1홀드, 4⅔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오고 있다. 전성기 폼을 거의 되찾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계속해서 좋은 공을 던져주고 있다. 

팀은 그저 이현승의 활약이 반갑다. 마무리 투수 김강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뒤 뒷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말 '든든한' 구원 투수가 합류했다. 또 다른 베테랑 좌완 장원준(36)까지 힘을 내주고 있는 상황. 현재 두산은 이현승과 장원준을 비롯한 베테랑들 덕분에 중위권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이현승은 "최근 부상 등의 이유로 불펜 전력이 100%가 아니다. 베테랑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과 합심해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마음뿐이다. 몸 관리 잘해서 팀 승리를 돕는 역할을 꾸준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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