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친상 이후 복귀전에서 감격적인 승리를 거둔 임찬규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아버지는 야구를 좋아하셨고, 1군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아들은 항상 당신의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정작 아들은 항상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임찬규(29·LG)는 매년 높은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곤 했다.

누가 뭐래도 잘 던지는 투수였다. 이제 서른이 된 선수지만, 1군 등판 기록이 230경기나 됐다. 2018년과 2020년에는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항상 기대에 뭔가 조금 모자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임찬규의 제구를 지적하다가도, 이닝소화력을 지적했고, 또 “구속이 느리다”고 평가절하했다. 임찬규는 그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 매년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항상 안쓰러워했다. “즐겁게 해라”고 매번 조언했지만, 현실과 싸우는 아들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임찬규는 22일 인천 SSG전에서 승리(7이닝 1실점)를 거둔 뒤 예전에는 아버지의 당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아버지는 아들을 남겨둔 채 먼저 하늘로 떠났다. 지난 5월의 일이었다.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빈 자리는 쉬이 채워지지 않았다. 올 시즌 초반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임찬규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때 역설적으로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가 생각났다. “즐겁게 살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임찬규도 많은 것을 내려놓고, 즐겁게 야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따로 더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행동하자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구속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임찬규는 “운동을 나가는데 갑자기 구속이 잘 나왔다. 아버지가 주신 선물인 것 같다”고 했다. 임찬규의 22일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다. 여기에 2군에서 갈고 닦은 커터를 섞었다. 슬라이더로 분류됐지만 임찬규는 커터라고 이야기하면서 “김경태 (2군 투수) 코치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더 많아진 임찬규는 7이닝을 별 위기 없이 버티며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145㎞ 이상의 공과 슬라이더를 던지고, 무엇보다 즐겁게 야구를 하길 바라던 분이었다. 임찬규는 “던질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나서 눈물이 나더라. 이 장면 보셨으면 너무 좋아하셨을 것이다”면서 단순한 승리보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피칭한 것을 기뻐했다. 임찬규는 “(부친상) 전후로 야구 인생이 너무 달라진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재차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100승 투수든, 어떤 사람이든 쫓긴다”고 조언했다. 그렇기에 “더 즐기면서, 낭만 있게 살아라”고 아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 아버지의 말을 직접 자신의 입으로 되새긴 임찬규는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면서 “이제 지더라도 재밌게, 똑같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이 서른, 뭔가 깨달음을 얻기에 전혀 늦지 않은 나이다. 하늘에서 아들의 투구를 지켜봤을 아버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러워 했을 법한 하루였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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