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성 등판이었지만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진 40살 신인투수 김강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는 LG의 14-1, 손쉬운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경기 마지막까지 눈을 떼지 않았던 팬들에게는 하나의 볼거리가 더 있었다. 바로 김강민(39·SSG)의 투수 등판이었다.

경기를 뒤집을 확률이 희박했던 SSG는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길 원했고, 마지막까지 응원을 보내준 홈팬들도 생각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김강민 투수등판’ 이벤트였다. 김강민은 아마추어 시절 투수와 포수로도 재능을 인정받았고, 신인드래프트 당시에도 투수를 염두에 둔 지명 선수였다. 프로에서는 완전히 외야수로 전업했는데 이날 마운드 등판의 기회가 온 것이다.

13-1로 뒤진 9회 1사 상황에서 나온 이벤트였지만 이 베테랑은 그냥 던지지 않았다. 제법 투수다운 폼을 갖춘 이 ‘40살 신인투수’는 최선을 다해 던졌다. 영점이 잡히지 않아 볼을 많이 던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빠른 공, 최대한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카메라에는 경기에 집중하는 베테랑 선수의 품격이 그대로 잡혔다.

이날 김강민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계속 올라갔다. 첫 타자 정주현까지만 해도 130㎞대 중반이었지만, 그 다음 타자 김재성을 상대로는 최고 145㎞까지 올라갔다. 평균 구속이 138㎞에 이르렀다. 점점 올라가는 구속에 랜더스필드에 모인 SSG팬들은 물론 LG팬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왔다. 145㎞를 찍자 더그아웃에 있던 SSG 동료들조차 놀랐다. 참패였지만 그래도 경기 막판에 웃을 일이 하나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이벤트가 재미있었던 하나의 이유는 상대인 LG 타자들도 최선을 다해 응전했기 때문이었다. LG는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던 7회부터 주축 선수들 몇몇을 빼고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12점차로 앞서 있었던 상황, 그리고 상대투수는 야수였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긴 상황에서 대충 휘두르고 나와도 뭐라할 LG 팬들은 없었다. 하지만 LG 타자들의 공격 의지는 비교적 뚜렷했다. 덕분에 이 느슨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지막까지 팬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정주현은 3B-1S 상황에서 5구째 137㎞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오자 방망이를 돌려 좌월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김재성도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체크스윙으로 삼진 처리되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용의는 2S 상황에서 차분하게 볼을 골라 볼넷으로 나갔고, 이영빈의 타격 또한 분명한 공격 의지가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야수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타석에서도 타자들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셈이다. KBO리그의 야수 등판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이날은 그냥 야수가 등판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이벤트였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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