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인천 LG전에서 팀 마지막 투수로 등판한 김강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김원형 SSG 감독은 몇몇 팀들의 야수 등판이 이어진 시즌 초반, 이에 대해 크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뒤집을 가능성이 없는 경기에 추가적인 불펜 소모는 어느 팀 감독이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김 감독은 당시 “SSG에 만약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마운드에 등판할 야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강민”이라고 답했다. 김강민은 KBO리그 데뷔 후 줄곧 외야수로 뛰었지만, 아마추어 당시에는 투수와 포수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선수였다. 부상 위험도 고려해야 하기에 아무래도 경험자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뉘앙스였다. 그리고 22일 김강민이 드디어 마운드에 올랐다.

1-13으로 뒤진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SG는 불펜에서 몸을 풀던 김강민을 호출했다. SSG는 선발 이태양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서동민이 2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졌고, 세 번째 투수인 하재훈은 1⅓이닝에서 23구를 소화했다. 사실 일주일의 첫 번째 경기고, 아웃카운트 두 개를 책임져줄 불펜 투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하재훈의 경우 지정된 투구 수에 이르러 교체가 필요했고, 불필요한 불펜 소모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김 감독은 김강민에게 남은 이닝을 맡겼다.

김강민은 선두 정주현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최고 145㎞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며 동료들과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날 대패 속에 SSG 팬들이 얻은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SSG의 냉정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믿을 만한 선발투수 세 명(박종훈·문승원·르위키)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이탈한 SSG는 불안불안한 시즌을 이어 가고 있다. 윌머 폰트와 오원석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 실제 임시 선발투수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김 감독은 “5이닝 3실점만 해줘도 성공”이라고 할 정도다.

선발투수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기에 불펜전력은 아낄 때 확실히 아껴야 한다. 지난 주에도 4승2패를 거두기는 했으나 선발투수들의 떨어지는 이닝소화력으로 불펜이 고군분투해야 했다. 이 피로도는 가면 갈수록 쌓인다. SSG 벤치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참고, 또 참아야 했다. 그 결과가 김강민의 등판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홈런을 얻어맞으며 부진한 이태양을 6회까지 마운드에 올린 것도 결국은 팀 현실 때문이다. 어차피 뒤집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경기라면, 투구 수가 여유가 있었던 이태양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 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시즌 아웃되며 생긴 약 200이닝의 공백을 메우려면 개인 성적과는 무관하게 마운드에 오를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샘 가빌리오가 7월 초 가세를 예고하고 있으나 여전히 두 자리는 미정이다. 오원석도 한 차례 휴식이 필요할 때가 온다. 선발진의 혼란이 산발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벤치도, 팬들도 인내심을 가지고 시즌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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