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마흔에 투수 등판의 꿈을 이룬 김강민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김강민(39·SSG)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1-13으로 크게 뒤진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12점차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김원형 SSG 감독은 선발 이태양에 이어 서동민 하재훈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서동민이 8회 이형종에게 헤드샷을 던져 갑작스럽게 퇴장 당하면서 일이 꼬였다. 하재훈에게 30개 이상의 공을 던지게 할 수는 없어, 결국 김강민에게 등판 의사를 조심스럽게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김강민이 “던지고 싶다”라고 적극적으로 나섰고, 김원형 감독은 부상이 걱정돼 불펜에서 몸까지 풀게 한 끝에 등판을 시켰다. 김강민은 23일 인천 LG전을 앞두고 “하필이면 감독님이 불펜 가서 몸을 풀고 오라고 하셨다. 그냥 더그아웃에서 나갔으면 긴장이 덜 됐을 텐데, 불펜에서 오니까 긴장이 많이 되더라. 투수들도 장난을 쳤다. 불펜카 타고 나가라고 하더라”고 웃었다.

김강민은 이날 최고 145㎞를 찍었다. 처음에는 130㎞대 중반을 던지다 정주현에게 홈런을 맞은 뒤 구속이 145㎞까지 올랐다. 김강민은 구속에 대해 “솔직히 그 정도 나올지는 몰랐다. 처음에 올라갈 때 두 가지를 생각했다. 일단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감독님께서 다치면 안 된다고 하셔서 던지는 걸 조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게 던졌다는 게 김강민의 설명. 그러나 김강민은 “홈런이 나오고 나서는 흥분도 하고 지기도 싫고 그래서, 조금 세게 던졌다. 그래도 전력으로 던진 건 세 개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마음은 천천히 던지고 싶은데, 몸은 세게 던지라고 하고 그랬던 것 같다. 추신수가 팔꿈치 안 좋아서 그렇지, 추신수가 올라와서 던지면 나보다 좋은 구속이 나오지 않을까”고 동기생의 구속도 궁금해 했다.

김강민은 흥분된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보이는 건 캐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 있었을 때는 아무 것도 안 보였다”고 털어놨다. 사실 원래 김강민은 투수가 꿈이었다. 데뷔 시즌 투수를 해보겠다고 구단에 간청했고, 1년간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꿈을 이룬 김강민은 “최근에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도 이렇게 흥분된 상태가 오랜만이지 않나 생각한다. 나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못 잊을 하루였다”고 전날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다만 앞으로 등판 기회가 더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원형 감독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강민이를 한 번 올리면 어떨까, 투수로 입단을 했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지만, 정작 김강민의 투구를 보고 부상을 우려했다. 김강민은 “감독님이 ‘세게 던지고 볼을 너무 많이 던져서, 강민아 넌 이걸로 끝이야’라고 하시더라”고 껄껄 웃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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