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양석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나랑 얼마나 봤다고 잘 맞는대."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내야수 양석환(30)의 넉살에 웃음을 터트렸다. 양석환은 지난 3월 말 LG 트윈스와 트레이드로 두산에 왔다. 김 감독과 한 팀에서 생활한 지는 3개월 정도 됐다. 굳이 인연을 찾자면 신일고 동문이긴 하지만, 까마득히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다. 그런 양석환이 "감독님과 성향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하니 김 감독은 "나랑 얼마나 봤다고 잘 맞는대"라고 답하며 웃었다. 

양석환은 구체적으로 김 감독이 타석에 서는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태도가 자신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공격적으로 치는 것을 좋아하신다. 나도 마찬가지다. 볼카운트 2-0이든 3-0이든 공격적으로 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감독님 성향과 잘 맞는다. 선수들이 사실 '이 타이밍에 쳐도 되나'라고 생각하면 미묘하게 타이밍이 흔들린다.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셔서 자신 있게 타격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사실 공격적인 게 좋다. 어쨌든 (방망이가) 출발해야 결과가 나오니까. 선수들의 성격 차이인 것 같다. 3볼에서 정말 쳐야 하는 상황인데도 치라는 사인을 줘도 안 보는 선수가 있다. 외국인 투수의 경우 볼카운트 3-1 이렇게 되면 절대 좋은 공을 안 던지기 때문에 치기 힘들다. 그럴 때 3볼에서 치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선수들 성향의 차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올해 두산의 복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 유니폼을 입자마자 붙박이 5번타자 1루수로 기회를 얻으며 날개를 달았다. 두산이 치른 65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285(246타수 70안타), OPS 0.858, 15홈런, 43타점을 기록했다. 4번타자 김재환과 팀 내 홈런 공동 1위고, 장타율은 0.516로 팀 내 1위다. 리그 전체로 봐도 홈런 공동 5위, 장타율 8위로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양석환은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히팅 포인트를 극단적으로 앞에 두는 연습을 했다. 삼진이 늘어나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양석환은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고도 이 변화를 유지했고, 김 감독은 선수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양석환은 "이 스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감독님 덕분이다. 이적하고 처음 3경기에서 못 할 때도 감독님께서 '떨어지는 변화구에 누가 잘 치냐. 너 잘하는 거 해라. 앞에다 두고 쳐'라고 하셨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 감독은 양석환에게 힘은 실어줬지만, 고심한 과정을 밝혔다. 김 감독은 "너무 쉽게 볼카운트 0-2가 되니까 감독으로서 손을 대야 하나 고민했다. 그래도 (양)석환이는 실투는 안 놓치고 자기 스윙을 하니까. 사실 감독 욕심으로는 타율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것저것 하다가 장점까지 잘못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받아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안 떨어지면 석환이한테는 걸린다. 실투 치는 것은 잘하니까. 좋은 장점이 있고, 계속 치다 보면 본인이 어떤 요령이 생긴다. 방어하고 대처하는 타격을 하려고 하면 그만큼 반응이 느려진다"고 덧붙였다. 타석에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 상황에서 요령까지 붙으면 한 단계 더 성장한 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뜻이었다.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생각 역시 일치한다. 양석환은 "지난해 약점을 보완하려 하다가 실패한 시즌을 보냈다. 그래서 잘하는 것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경기 후에도 내가 안타 치고 홈런 친 영상만 2~3번씩 돌려 본다. 잘 안 맞을 때 영상보다는 잘 맞을 때 영상을 챙겨본다"고 했다.       

양석환은 올해 "두산이라는 팀과 잘 맞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단번에 주전 1루수, 중심 타자로 믿고 기회를 줬고,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도 펼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약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타석에서 적극적인 것처럼 선수단 분위기에도 빠르게 적응해 3개월 만에 이적생 티를 완전히 벗었다. 앞서 웃어넘기긴 했지만, 어쨌든 새 팀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기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사령탑의 성향과도 잘 맞았기에 가능한 결과 아닐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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