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구와 밸런스 정립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키움 장재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장재영(19·키움)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았다. 키움이 장재영에게 제시한 계약금만 무려 9억 원이었다. KBO리그 드래프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금액이다.

투수로서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150㎞ 이상을 쉽게 던지는 어깨는 키움은 물론 메이저리그(MLB)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잘 다듬고, 잘 만들어 쓰면 리그를 호령할 재목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장재영은 첫 시즌인 올해, 좌충우돌하며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1군에서는 한 차례 실패했다. 7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며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6.50. 피안타율은 0.217로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제구 불안에서 비롯되는 4사구였다. 장재영이 1군 6이닝에서 기록한 볼넷은 무려 9개였다. 영점이 들쑥날쑥했고, 중요한 상황을 맡기기는 불안했다. 결국 4월 30일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제구 문제는 계속됐고(28이닝 33볼넷), 6월 24일 상무전 이후로는 2군 등판 기록이 없어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부상은 아니었다. 설종진 고양(키움 2군) 감독은 30일 SSG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를 앞두고 장재영이 지난 한 달간 특별 프로그램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제구와 밸런스를 잡는 훈련이었다. 아예 근본적인 부분부터 뜯어고치겠다는 계획이었다.

설 감독은 “장재영이 퓨처스리그에서 던지다 제구가 흔들렸다. 한 달 정도 팀의 제구 매뉴얼 실시하고 (오늘) 처음으로 1이닝 정도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5m 거리에서 지정된 포인트를 맞히는 훈련을 한다. 100~200개 정도를 실시한다. 이 단계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틀 턴으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간다.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하프피칭, 본격 피칭으로 넘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설 감독은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 소화 이후 첫 등판이었던 30일 경기에서는 확실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고 구속은 151㎞. 제구와 밸런스를 잡기 위해 일단 힘을 뺀 기색이 역력했다. 투구도 패스트볼(23개, 슬라이더 4개) 위주였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확인하고 싶은 듯했다. 그러나 볼넷 2개를 내줬고, 제구는 다소 들쭉날쭉했다. 우타자 몸쪽, 좌타자 바깥쪽에 어느 정도 일정한 탄착군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이닝 내내 일관성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결국 1이닝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27개의 공을 던졌고, 예정된 최대 투구 수에 이르자 교체됐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키움은 특별히 급한 기류가 없다. 

장재영은 키움의 미래다. 추격조의 몫이라도 당장 1군에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기본을 확실히 다지는 시기다. 확실하지 않으면 급해도 1군에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9억 원의 계약금을 투자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올 시즌이 마무리되기 전 1군에 올라와 어떤 자리에서든 경험을 쌓고 지금껏 과정을 충분히 테스트하며 다시 보완점을 찾는 것. ‘9억 팔’ 개조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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