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여전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SG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서진용(29·SSG)는 SK와 SSG를 거쳐 간 모든 지도자들이 ‘차세대 마무리감’으로 점찍은 선수였다. 최고 140㎞대 후반이 나오는 빠른 공,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탈삼진 유도 구종’인 포크볼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날은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기록지에 ‘K’를 연신 그리기도 했다.

김용희 전 감독은 2015년 서진용을 잠재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데뷔시킨 지도자였고, 팔꿈치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심 차기 마무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2017년 개막 마무리의 중책을 서진용에게 맡겼다. 김태훈과 하재훈이 나란히 부진에 빠지자, 염경엽 전 감독과 박경완 전 감독대행의 선택도 서진용이었다. 

그리고, SSG 창단 깃발을 든 김원형 감독 또한 서진용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김 감독은 SK 코치 시절 서진용의 어린 시절을 지도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이 선수의 잠재력을 잘 알았다.

이 6년의 역사에서 그에 대한 기대감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서진용은 궁극적으로 마무리 자리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큰 줄 알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올해는 다를 것이라 봤다. 서진용은 2019년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마무리에 준하는 임무로 33개의 홀드를 쌓았다. 지난해도 묵묵히 마무리 수업을 받았다. 서진용 또한 가장 좋았을 때인 2019년 투구폼을 매일 챙겨보며 연구했다. 모두의 기대가 절정에 이른 시즌이었다.

하지만 올해도 마무리로 계속 가지는 못했다. 시즌 9번의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결국 SSG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전환한 채 전반기를 마쳤다. 전반기 마지막에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몸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과 함께였다.

김원형 감독은 “불펜투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1이닝씩을 던지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볼이 빠르면 투피치로도 1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스피드가 부족하면 3~4가지 구종 던지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자기가 평균적으로 던질 수 있는 구속 정도는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몸에 이상이 있지 않는 이상, 자기 관리를 하며 평균 스피드는 유지해야 한다. 그걸 11월부터 이야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그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듯했다. 

서진용은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구속 차이가 다소 있었던 편이었다. 다양한 구종을 갖춘 선수는 아니니 구속이 나오지 않는 날은 어려운 경기를 했다. 김 감독이 쓴소리를 한 이유다. 하지만 기대를 접은 건 아니다. 여전히 후반기 불펜에서 서진용이 큰 임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관심을 쏟는다. 

최근 서진용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김 감독은 “지금 불펜에서 보니 볼은 괜찮다”고 미소 지었다. 휴식기, 그리고 선수의 의지와 더불어 구위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다. SSG 불펜은 올해 선발진의 숱한 부상자가 생기는 와중에 보직의 경계가 애매해졌다. 마무리는 아직 주인이 없다. 서진용이 마지막 남은 껍질을 깨뜨리고 이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김원형 감독과 SSG는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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