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쫄지 말고, 대충 쏴."

안산(20, 광주여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한 말이다. 안산은 지난달 30일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확정하는 마지막 한 발을 쏘기 전 속으로 "쫄지 말고, 대충 쏴"라고 되뇌었다고 한다. 그리고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으며 새로운 양궁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박세혁(31)은 이 말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는 2019년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성공적인 주전 포수 데뷔 시즌을 보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해 MVP로 박세혁을 꼽으며 공을 인정했다. 포수로는 단일 시즌 최다인 3루타 9개를 기록하며 '발 빠른 포수'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박세혁은 첫해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더 채찍질했다. 한 해 한 해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하지만 2019년을 뛰어넘을 결과를 내진 못했다. 올해는 전반기 경기 도중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기에 본 안산의 인터뷰는 박세혁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박세혁은 "양궁 대표 선수(안산)가 '대충 쏴'라고 했다고 하더라. 나는 수비도 타격도 다 '완벽하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근사치도 못 간 것 같다. 편하게 해야 자신감도 나오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머리가 복잡했다. 요즘에는 편하게 우리는 잘할 수 있으니까. 편하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2019년은 꿈같은 시즌을 보냈다. 그런 시즌을 보내고 나니까 더 자만하지 말고, 오만하지 말고, 기세등등하지 말고 더 고개 숙이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를 몰아붙였던 것 같다. 올해 시즌 초반에는 방망이가 안 맞다 보니까 생각이 많았다. 그러면서 욕심을 내고 그러다 큰 화가 찾아온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또 안 좋은 일이 몰려오더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올겨울도 박세혁은 최선을 다해 새 시즌을 준비했다. 코로나19로 개인 해외 전지훈련을 못 가는 대신 팀 동료 김재환(33)과 함께 매일같이 경기장에 나와 방망이를 돌리고 몸을 열심히 만들었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전반기 33경기에서 타율 0.241(87타수 21안타), OPS 0.643, 12타점을 기록했다. 주전으로 도약한 이래 최악의 전반기 성적표였다.

박세혁은 "변명하고 싶지 않지만, 큰 부상 이후 내 마음 같지 않더라. 몸이 갑자기 다른 데도 아팠다. 예전에 선배들이 다쳤다가 복귀하면 몸이 갑자기 다른 데도 아파서 의아해하는 걸 봤는데, 그런 문제가 있더라. (올해 전반기는)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는 다치면 플레이를 하다 다친 것이지만, 그래도 화는 난다. 많이 우울했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복귀하고 인터뷰할 때 운 것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쉬웠고, 아까웠고, 그랬다. 다친 날(4월 16일 LG전)에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이제 좀 괜찮아지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었다. 그날 선발투수 워커 로켓도 1점만 내주면서 잘 던지고 있었다. 그러다 다쳐서 아쉬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상에서 돌아왔을 때는 투수들이 지쳐 있어 포수로서 힘에 부치기도 했다. 박세혁은 "시즌 초반에는 투수들의 힘이 진짜 좋았다. (김)민규, (이)승진이, (홍)건희, (박)치국이도 좋았고, (김)강률이 형까지 복귀하면서 어떻게 끌고 가면 되겠다는 계산이 섰다. 어린 투수들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면서 올라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투수들을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힘이 떨어져 있더라. 어린 투수들이라 많이 던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을 것이고, 나도 적응이 덜 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몸이 덜 만들어진 느낌이 들어서 내가 스스로 어색했다"고 되돌아봤다. 

올림픽 휴식기를 보내면서 마음과 몸 모두 컨디션을 되찾았다. 박세혁은 "팀이 지금은 7위지만, 올라갈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전 포수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내가 조금 더 단단해져서 후반기에 치고 올라갈 때는 앞장서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승진이랑 강률이 형이 돌아올 것이고, 치국이가 수술을 해서 내년 전반기까지 못 들어오는 게 아쉽지만, 감독님께서 늘 '있는 선수들로 해야 한다'고 하신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 있는 투수들을 믿고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후반기는 전반기와 같은 허무한 감정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박세혁은 "지금 내 목표는 팀이 5강 안에 무조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가능한 펼치는 게 내 목표다. 100안타 달성 이런 기록은 꿈같은 숫자가 됐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후반기 남은 70경기(정규시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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