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이 100승을 달성해 축하를 받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1에서 100이 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두산 베어스 좌완 유희관(35)이 감격적인 100승을 달성한 소감을 밝혔다. 유희관은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1구 6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개인 통산 100번째 승리를 장식했다.  KBO리그 역대 32번째, 좌완으로는 7번째다. 두산은 6-0으로 완승하며 시즌 성적 52승51패5무를 기록해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두산 좌완 프랜차이즈로는 최초로 100승을 달성했다. 오른손 최초는 OB 시절인 1993년 장호연이 기록했다. 장호연의 통산 승수는 109승이다. 또 다른 좌완 장원준은 2016년 두산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했는데, 롯데에서 85승, 두산에서 44승을 챙겼다(통산 129승). 순수하게 두산에서 100승을 채운 투수는 유희관이 유일하다. 

유희관은 2013년 5월 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처음 선발 등판했다. 당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체 선발투수로 얻은 기회였다. 유희관은 5⅔이닝 무실점 투구로 개인 통산 첫 승을 챙겼고, 이후 선발로 229경기에 더 나섰다. 100번째 승리까지 3060일 동안 1402⅓이닝을 책임지면서 2만3148구를 던졌다. 100승 가운데 구원승은 2차례 있었다. 2009년 2차 6라운드 42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이룬 일이다. 

올해 유희관은 100승까지 단 3승을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피안타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이닝 수가 줄면서 점점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와중에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2군에서 선발 등판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이야기했고, 힘겹게 3승을 더해 100승을 채웠다. 간절한 마음과 동료들의 지원 속에서 이룬 값진 결과였다. 

다음은 유희관과 일문일답. 

-100승 소감은. 

돌이켜보면 정말 숫자 1에서 100이 될 때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고, 매경기 쉬운 경기는 없었다. 느린 공을 던진다는 편견과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 어떻게 99승까지 했을까 싶을 정도로 1승 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의미 있는 100승이었다. 

-지난 프로 생활 13년을 되돌아보면. 

입단했을 때부터 나도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산이란 좋은 팀을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다.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노력해주셔서 이런 결과를 얻은 것 같다. (박)세혁이, (양)의지, (최)용제, (장)승현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네 명이 내 공을 받아주고 열심히 리드해준 덕분이다. 100승 하면서 가장 고마운 게 포수들인 것 같다. 

-오늘(19일) 투구가 지난 5경기와 다른 점은.
 
마음 편했다. 시즌 전 몇 경기는 100이라는 숫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더라. 잘 던지려다 보니까 급해졌다. 지난 LG전도 5회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서 야수들이 차려준 밥상을 엎었다. 오늘은 100을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 편하게 던지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선수들이 많이 도와줬다. 

▲ 김태형 감독(왼쪽)과 유희관 ⓒ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경기 전 7이닝 무실점 투구를 기대한다고 했다. 

경기 전부터 기대를 크게 하신 것 같다. 원래 나에 대한 기대가 없으신데(웃음), 올 시즌 정말 내가 도움이 안 됐다. 프로 데뷔해서 올해 가장 못하는 시즌이 아닌가 생각한다. 누군가의 공백이 있어서 선발로 나가도 기회를 주신 것은 감독님이다. 기회를 안 주셨다면 100승을 할 수 없었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하다. 

-100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는.

첫 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이 있었기에 100까지 갈 수 있었다. 2013년 아직도 기억이 난다. 5월 4일 LG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산이 5위에 올라서 더 뜻깊을 것 같다. 

맨날 내가 나가서 찬물을 끼얹었다. 오늘 100승도 중요하지만, 팀이 올라가는 좋은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매 경기 중요하다. 생각한 좋은 순위 올라갈 수 있게, 앞으로 중간에서 찬물 안 끼얹을 수 있게 준비하겠다. 

-올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잘했을 때도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못할 때도 기억에 남는다. 이러면서 배울 수도 있고, 야구가 하면 할수록 어렵고 1승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안 좋아서 2군에 있을 때 친한 형이 하는 사회인 야구팀에 갔었다.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나는 돈을 더 많이 받고 하는데도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즐겁게 재밌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군 경기가 일찍 끝나니까 바람 쐴 겸 갔었는데, 정말 즐기면서 하시더라. 사회인 야구지만 프로 선수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100승을 달성한 시점에서 수식어인 '느림의 미학'은 어떤 의미인가.

좋은 것 같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나의 수식어 인 것 같다. 별명은 좋은 것 같다. 강한 공만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 세계에서 느린 공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프로에서 공이 느린 투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보다 뛰어난 선배들도 많으시지만, 내가 조금이나마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금 더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앞으로 목표는.

목표는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지금도 과분한 기록을 세웠지만, 앞으로 이루고 싶은 기록은 장호연 선배께서 109승을 하신 걸로 안다. 내가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서 두산 최다승을 목표로 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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