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이닝 3실점 호투로 팀 승리에 앞장선 이태양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2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더블헤더 1경기를 앞두고 정동윤과 정수민을 2군에서 급히 수혈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길게 던져줄 수 있는 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SSG는 주초 키움과 2연전, 그리고 23일 인천 롯데전에서 불펜 소모가 극심했다. 3연투도 불사하고 나선 선수들도 있었고, 연투에 걸릴 불펜 투수도 꽤 많았다. 김원형 SSG 감독도 24일 경기를 앞두고 3연투를 한 서진용은 물론 장지훈 박민호도 휴식조에 있다고 밝혔다. 마무리 김택형도 연투지만, 마무리 상황이 오면 쓰겠다고 할 정도로 불펜 상황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게 메마른 인천 하늘에, 가뭄의 단비도 모자라 물을 펑펑 퍼부은 ‘태양의 은총’이 내렸다. 24일 롯데와 더블헤더 1경기에 등판한 이태양(31)이 무려 7이닝을 먹어주며 불펜에 휴식을 부여했다. 팀도 이태양의 호투에 힘입어 9-4로 이겼다. 이태양은 개인 7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당연히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이태양이었다. 더블헤더 2경기 선발로는 신인 조병현이 예정되어 있었다. 투구 수 제한이 있어 불펜이 많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게 보수적인 전망이었다. 이를 아는 이태양은 공격적인 투구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투구 수를 아꼈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를 섞으며 롯데 타자들의 물오른 방망이를 피해갔다.

3-0으로 앞선 6회 2사 1,2루에서 이대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았지만, 여기서 끝났다고 해도 이태양에게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팀이 7회 2점을 추가하며 이태양을 지원했고, 이태양은 7회까지 나가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하고 당당하게 승리투수 요건을 챙겼다.

올 시즌 SSG 국내 선발투수 중 마지막으로 7이닝을 던진 투수는 현재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박종훈(4월 29일 인천 kt전)이었다. 그 이후 처음으로 7이닝을 던진 SSG 국내 선발투수가 됐다. 이태양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었다. 이태양이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건 한화 소속이었던 2014년 9월 13일 대전 KIA전 이후 무려 2568일 만이었다.

이태양은 경기 후 “저번 경기가 너무 안 좋았다. 돌이켜보니 너무 쉽게 던진 느낌을 받았다. 며칠 전에 (추)신수형이랑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다. 한 경기로 인해 팀이 좋은 결과로 끝내느냐 무너지느냐의 싸움인데 신수형이 ‘내일 모레 던지는 경기가 개막전이라고 생각하고 던지자’고 하시더라. 그렇게 생각하고 던졌다. 개막전 1번 타자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설명했다.

타자들에게도 너무 고마워했다. 이태양은 “힘들지는 않았다. 6회 끝나고 코치님도 그만 던지자고 하셨는데, 힘도 안 떨어졌고 이전 이닝에서 홈런을 맞은 게 있어서 이대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해야 다음 경기 준비함에 있어서 스스로 납득이 되겠더라”면서 “형들한테 너무 감사하다. 3-0에서 한순간에 3-3이 됐는데, ‘6회 말에 어떻게든 점수를 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7회 올라가서 더 전력으로 던진 것 같았다”고 웃었다.

이태양은 다음 경기도 개막전이라 생각하고 던질 생각이다. 이태양은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인데, 오늘은 슬라이더를 되게 많이 던졌다. 재원이형 리드에 맞게 빨리빨리 던지려고 했다”면서 “몇 경기 안 남았는데 시작을 잘했으면 마무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이 한 경기, 한 경기 힘든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다. 끝나고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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