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1군 데뷔전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SSG 조병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가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가공할 만한 홈런 파워 외에도 큰 경기를 잡아줄 만한 선발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메릴 켈리 외에도, 토종 선발투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들은 말 그대로 든든했다. 던지는 손과 유형이 다른 세 선수는 SSG 선발 로테이션을 살찌우며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2019년 정규시즌 88승의 기반을 놨다. 하지만 2021년 9월 현재, 세 선수 모두 SSG 1군 선수단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김광현은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더 큰 꿈을 위해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했다. 2년간 세인트루이스의 핵심 투수로 활약하며 MLB 경력 연장이 가까워지고 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나란히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 중이고, 빨라야 내년 6월에나 1군에 복귀할 수 있다. 선발진을 지키던 나무 세 그루가 그대로 뽑혀 나간 셈이다.

두 외국인 투수(아티 르위키·윌머 폰트)가 나란히 부상으로 고전했고, 박종훈 문승원이 빠진 SSG 선발진은 올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선발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다행인 수준이다. 자연히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린다. 올해 SSG가 쓴 선발투수만 총 17명이다. 

하지만 나무 세 그루가 빠진 그 자리에서, 어린 투수들이라는 ‘새싹’을 발견하고 있는 SSG다. 힘든 상황에서의 한가닥 위안이다.

캠프 당시부터 김원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던 좌완 오원석(20)과 우완 최민준(22)은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오원석은 올해 26경기에 나가 95⅔이닝을 던지며 6승을 거뒀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최민준도 시행착오 속에 조금씩 뭔가를 찾아가고 있는 단계다. 24일 현재 오원석은 선발로 19경기, 최민준은 7경기를 소화했다. 두 선수 모두 일찌감치 팀에서는 선발 자원으로 분류한 만큼 값진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입단한 두 선수도 나쁘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좌완 김건우(19)와 우완 조병현(19)이 그 주인공이다. 2021년 1차 지명자인 김건우, 2차 3라운드 지명자인 조병현은 데뷔전에서 나름대로의 각자 장점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으게 했다. 김건우는 좌완으로 140㎞대 중반의 힘 있는 공을 던졌다. 24일 인천 롯데전에 선발 출격한 조병현은 “안정된 제구를 가지고 있다”는 스카우팅 리포트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물론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이라는 ‘거목’들에 비하면 아직 새싹 수준의 선수들이다. 잘 던지는 날도 있지만 얻어터지는 날도 있다. 특히나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오원석은 투구 버릇 노출, 번트 수비, 투구폼 문제 등 이번 겨울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최민준도 경기 혹은 이닝 사이의 기복이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건우와 조병현도 던지면 던질수록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열정은 대단하다. 베테랑 이태양은 24일 인천 롯데(더블헤더 1경기) 이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을 자청해 “민준이, 원석이가 힘든 상황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어린 친구들이 굉장히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힘에 부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든다”면서 “결과가 안 나오니 의기소침 하는데, 팬분들께서 어린 친구들을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선배들은 못하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조금 더 따뜻한 시각에서 봐줬으면 하는,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질책보다는 격려의 양분을 줬으면 하는 이태양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만약 SSG가 올해 포스트시즌 복귀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이 선수들도 자신감과 함께 본격적인 경력을 열어젖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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