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노 타임 투 다이'. 제공|유니버설픽쳐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15년을 이어 온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의 피날레. '007 노 타임 투 다이'(감독 개리 후쿠나가)는 163분의 성대한 작별 인사다.

'007 카지로 로얄'(2006)부터 007 시리즈를 이끌어 온 다니엘 크레이그는 그 5번째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끝으로 시리즈를 떠난다. 알려졌다시피 그는 전편 '007 스펙터'(2015)에서 사랑하는 마들렌(레아 세이두)과 함께하기 위해 MI6를 떠났던 본드와 함께 시리즈를 퇴장하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돼 드디어 개봉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보여준다. 고심 끝의 귀환이 곧 진정한 마무리를 위한 것이었음을.

'007 스카이폴'(2013)과 '007 스펙터'에 이어 '007 노 타임 투 다이' 역시 그들의 지난 시간을 소환한다. 은퇴를 선언한 후 새로운 삶이 펼쳐졌지만, 본드도 마들렌도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007 카지노 로얄'로부터 시작된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 그와 함께한 사람들을 차곡차곡 되짚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감독은 163분이란 긴 시간을 들여 오랜 역사를 지닌 '007' 시리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다니엘 크레이그표 본드만의 드라마와 매력, 그리고 파격을 보여준다. 신박한 신무기의 향연과 턱시도의 파티가이 유머 등 클래식 '007'의 시그니처를 한가득 담았다. 허나 중심에는 전에 없던 진한 멜로드라마를 뒀다. 초기 캐스팅 논란을 딛고서 '007'을 한 차원 다른 시리즈로 만들어낸 다니엘 크레이그를 향한 지극한 헌사로 느껴질 정도다.

▲ '007 노 타임 투 다이'. 제공|유니버설픽쳐스
'007' 시리즈 특유의 압도적인 로케이션과 호쾌한 액션 스펙터클 또한 빠지지 않는다. 이탈리아, 자메이카, 노르웨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을 오가며 담은 아름다운 풍광은 코로나19 시대 여행욕구를 제대로 자극한다. 로케이션을 옮길 때마다 액션 포인트가 서로 다른데, 그 중에서도 고풍스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도입부의 박력, 쿠바 비밀작전의 멋들어진 합에 입이 떡 벌어진다. 2억5000만 달러가 들었다는 시리즈 사상 최고 제작비가 실감난다.

애초 제임스 본드에 의한, 제임스 본드를 위한 마무리를 표방한 탓일까, 지난 악당들이 압도적이었던 탓일까. 후반부를 책임진 라미 말렉의 빌런 사핀은 '사상 최강의 적'이란 소개에 비해 존재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은 막강한 여성 캐릭터들. 전편에 이어 이야기의 중심에 선 마들렌 스완 역의 레아 세이두야 말할 것이 없다. 첫 등장한 MI6의 젊은 여성요원 노미 역의 라샤나 린치, CIA 요원 팔로마 역의 아나 디 아르마스는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특히 매혹적인 파티룩으로 등장한 아나 디 아르마스가 짤막한 분량에도 제대로 매력을 터뜨린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한 편의 영화로도 즐길 만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 표 '007'의 마무리이자 완성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007 카지로 로얄'부터 다니엘 크레이그가 걸어온 길을 한번쯤 훑어보고 극장을 향하는 것도 좋겠다. 지난 15년, 그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 팬들이라면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29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했다. 12세 관람가.

▲ '007 노 타임 투 다이'. 제공|유니버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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