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마무리, 계투로 일본에서 뛰었으나 우리 팀에서는 선발로 뛰어야 한다. 당연히 많은 이닝, 많은 공을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지난해 권혁, 올해 정우람을 FA(프리에이전트)로 보강하며 중간 계투, 마무리 보직에 힘이 붙었다. 대신 외국인 투수 한 명을 선발로 쓰려면 테스트를 거치는 선수가 많은 한계 투구 수와 구위 유지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테스트를 치르고 있는 외국인 투수 듀엔트 히스(31)의 단순 구위보다 구위 지속 능력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히스는 27일 KIA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 수는 57개였고 최고 구속은 146km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졌다. 지난해까지 일본 센트럴리그팀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뛰었던 히스는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비어 있던 한화의 요청을 받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캠프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히스는 43경기 3승 6패 4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시속 150km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체인지업을 곁들였으나 마무리로는 불안한 투구를 펼쳐 재계약하지 못했다. 한화는 히스에게 익숙한 마무리 보직은 주지 않으려 한다. 다른 국내 구단이 그렇듯 외국인 마무리로 재미를 본 전례가 그리 많지 않다.

2009년 브래드 토마스, 2011년 대니 바티스타를 기용하며 재미를 봤던 한화지만 지금은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도 활용해야 한다. 히스가 마무리로 이동한다면 에스밀 로저스가 선발 등판할 경우 로사리오나 히스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그날 경기에 뛸 수 없다. 히스가 마무리로 뛴다고 해도 KBO 리그를 압도하는 활약을 펼칠지 확실하지도 않다. 따라서 김 감독은 히스를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테스트가 쉬운 것은 아니다. 히스의 한계 투구 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연습 경기가 아니라 불펜 피칭 뿐이기 때문.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한 명을 테스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습 경기는 팀 전력을 확인하고 작전을 시험하는 무대다. 히스에게 5~6이닝 이상을 던지게 한다면 사실상 외국인 선수 한 명 때문에 연습 경기에 ‘몰빵’을 하는 것 아닌가. 다른 국내 투수들이 연습 경기에서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어 히스를 연습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지게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선발투수의 기본 요소는  많은 한계 투구 수와 다양한 구종 구사다. 히스는 KIA와 연습 경기에서 한 타순을 돌고 난 뒤 볼 끝이 가벼운 느낌을 보여 줬다는 평이다. 상대 타순을 두 바퀴 정도 돌았을 때 어떤 패턴의 투구를 펼칠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더욱이 27일 KIA전에서 57개의 공을 던진 만큼 만약 29일 넥센과 연습 경기에 선발로 세우더라도 많은 공을 던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외국인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등판 후 회복을 지켜봐야 하며 지금은 모든 선수들의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실전 등판을 채근했다가 히스는 제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한화는 시범경기 개막 이후에도 외국인 투수 한 명의 자리를 비운 채 개막을 기다릴 수도 있다. 테스트하는 외국인 선수를 시범경기에 뛰게 하기 위해 선수 등록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이어진 가을 야구 실패의 기억. 2014년까지 한화는 류현진(LA 다저스) 정도를 제외하면 풀타임 시즌을 꾸준히 지킨 로테이션 붙박이 선발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미치 탈보트가 30경기 동안 선발로 156⅓이닝을 던졌으나 그도 김 감독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퓨처스리그에 다녀오기도 했다. 한화의 8시즌 동안 이어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이유 가운데 하나는 붙박이 선발투수가 많지 않았다는 것도 있다.

한화는 한 시즌 동안 안정적으로 꾸준히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킬 투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재계약에 성공한 로저스도 지난해 후반기 가세한 대체 외국인 투수였다. 히스는 얼마 남지 않은 기간 한화와 김 감독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을까.

[영상] 히스 투구 영상 ⓒ SPOTV 제작팀.

[사진]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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