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구기 스포츠 가운데 올림픽에서 처음 시상대에 오른 종목은 여자 배구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은 쟁쟁한 배구 강국들을 따돌리며 동메달을 땄다. 40년 전, 한국에서 온 작은 선수들은 빠른 움직임과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장신 군단들을 연달아 이겼다. 2016년 현재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평균 키가 180cm가 넘었고 블로킹이 좋아졌다. 그리고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연경이 버티고 있다. 4년 전 한국은 런던에서 눈앞에 잡힐 듯했던 메달을 놓쳤다. 런던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여자 배구 대표팀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女배구 특집① - '응답하라 1976' 女 배구 12인, 역대 최강팀 도전

女배구 특집② - '배구 여제' 김연경, 아마존 정글에서 대관식 꿈꾸다

女배구 특집③ - 양효진의 두 번째 도전 "연경 언니 도와 시상대 오를 것"

女배구 특집④ - '키 플레이어' 박정아, "리시브와 수비 더 보완할 것"

女배구 특집⑤ - [현장 리포트] '40년 만의 도전' 최종 12인의 구슬땀

女배구 특집⑥ - '아마존의 배구 전쟁' A조 생존법은?

女배구 특집⑦ - 올림픽 선배들이 보는 리우데자네이루 전망


▲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이 진천선수촌 체육관 태극기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달콤했던 휴식이 끝났다. 목표는 치열한 올림픽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12명이 충북 진천선수촌에 다시 모였다. 빡빡한 올림픽 일정을 치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오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고 진지했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 예선에서 한국은 강호 네덜란드와 '숙적' 일본을 이기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통산 11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실패의 아픔을 이기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2연속 출전한다.

올림픽 일정도 확정됐다. 국제배구연맹(FIVB)는 7일(이하 한국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일정을 발표했다. 한국은 오는 8월 6일 일본과 첫 경기를 펼친다. 9일에는 러시아를 만나고 11일은 아르헨티나와 3차전을 치른다. 홈 팀 브라질과 갖는 4차전은 13일, 마지막 카메룬전은 14일 열린다.

한국은 4년 전 런던에서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렀다. 결과는 일본의 3-0 승리였다. 조별 리그에서 일본을 3-1로 이긴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기쁨의 눈물이 아닌,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은 지난달 17일 일본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배구 세계 예선에서 일본을 3-1로 꺾었다. '도쿄 대첩'에 성공한 한국은 '리우 대첩'을 노리고 있다.

이정철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일본에 계속 지다가 최근 우리의 경기력이 올라왔다. 올림픽 열흘 전에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현지 적응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 경기는 부담이 있다. 일본은 세계 예선에서 우리에게 졌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나올 것 같다. 우리도 여기에 대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뒤 다음 달 중순 중국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감독은 "다음 달 셋째 주에 톈진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중국 1진은 그랑프리에 출전하기 때문에 연습 경기를 할 수 없다. 2진이나 다른 팀과 연습 경기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쉽지 않았던 세계 예선, 김연경 외 선수들 활약 돋보여

이번 올림픽 세계 예선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선수는 2015~2016 시즌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팀의 기둥 김연경(28, 터키 페네르바체)은 기나긴 터키 리그를 마치고 5월 초에 합류했다.

악조건이 많았지만 이 감독과 선수들은 이를 이겨 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예선전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귀국한 선수들은 꿀맛 같은 휴가를 다녀왔다. 대표팀에서 큰 부상이 있는 선수는 없다.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은 '김연경 원맨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연경은 공격과 수비 리시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선수 스스로가 어려움을 해결하기 보다 김연경에게 의존한다.

▲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 곽혜미 기자

이 감독은 "지난해 처음에는 선수들이 (김)연경이만 바라봤다. 주장인 연경이에게 당부한 것은 후배들에게 관대해지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경 혼자만으로는 안 된다. 그저 괜찮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아닐 때는 지적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자신을 "관대하기 보다 엄격한 주장"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이번 세계 예선에서 더 이상 '김연경 원맨팀'이 아니었다. 양효진(27, 현대건설)과 김희진(25, IBK기업은행)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고 박정아(23, IBK기업은행)는 수비와 리시브에서 힘을 보탰다.

박정아의 성장에 대해 이 감독은 "(박)정아는 프로에 입단한 뒤 소속팀에서 6년 동안 꾸준하게 수비와 리시브 훈련을 했다. 그동안 노력했던 점이 이번 예선에서 발휘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정아는 예선에서 잘해 줬지만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위해 이재영(20, 흥국생명)의 성장도 매우 필요하다.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20, 현대건설)과 고등학교 시절 '특급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2014~2015시즌 신인왕인 그는 어느새 흥국생명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 무대와 달리 세계의 벽은 높았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는 블로킹 벽이 차원이 달랐고 일본과 태국의 수비는 그물망 같았다.

이 감독은 "(이)재영이도 지금보다 성장해야 한다. 세계 무대는 국내 리그와 다르게 블로킹이 높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겨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고비를 넘어야 지금보다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훈련 도중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김연경(오른쪽)과 이효희 ⓒ 곽혜미 기자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베테랑과 젊은 선수, 역대 최강팀도 가능

이번 대표팀의 최고령 선수는 36살인 세터 이효희(한국도로공사)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은 김사니(35, IBK기업은행)와 이숙자(36)가 팀 플레이를 조율했다. 베테랑이 된 이효희는 염혜선(25, 현대건설)과 팀을 이끈다.

런던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리베로 김해란(32, KGC인삼공사)의 활약도 중요하다. 남지연(33, IBK기업은행)은 김해란과 수비와 서브 리시브를 책임진다.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대표팀은 역대 최강팀에 도전한다. 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한국은 일찌감치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었고 도미니카공화국과 마지막 경기에서는 2진을 내보내는 여유도 있었다.

4년 전의 메달 획득 실패는 아쉬움이 아닌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졌다. 이 감독과 선수들의 목표는 시상대에 서는 것이다. 메달을 향한 40년 만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