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스포츠 선수 가운데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스포츠 클라이밍에서 정상에 오른 김자인(28, 스파이더코리아)은 이 종목을 알리는데 큰 소임을 했다.

김자인은 2013년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와 볼더링에서 모두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도 리드와 볼더링에서 세계 랭킹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이 해 그는 세계선수권대회 리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리드와 볼더링 그리고 스피드 점수를 더한 월드컵 통합 랭킹 1위에 올랐다.

153cm의 작은 체구를 가진 그는 많은 노력과 강한 정신력으로 인공 암벽을 장악했다. 올 시즌 왼쪽 손목 부상으로 볼더링 월드컵은 출전하지 못했다. 리드 월드컵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새로운 고지에 깃발을 꽂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김자인 ⓒ 한희재 기자

딥 워터 솔로잉에 도전, 평생 반려자는 '힘의 원천'

스포츠 클라이밍은 유럽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보다 유럽 무대에서 명성이 자자한 김자인은 프랑스 언론에 '암벽 발레리나'란 칭호를 얻었다. 거친 인공 암벽에서 움직이는 그의 동작이 발레처럼 우아했기 때문이다.

김자인은 올해 상반기 손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볼더링 월드컵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손목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비 시즌에 휴식한 다음 1월부터 다시 훈련에 들어갔어요. 새 시즌을 준비하다가 손목 부상이 있어서 두 달 동안 고생했죠. 최근에는 많이 좋아졌고 다가오는 리드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자인은 오는 25일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 내 예빛섬에서 열리는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초여름에 진행되는 이 대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열리는 워터 클라이밍이다. 딥 워터 솔로잉(Deep Water Soloing)은 로프 없이 해벽에서 하는 등반이다. 흔히 해벽에서 많이 하지만 강변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거대한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 대회도 있다. 로프 없이 자신의 몸을 활용해 암벽을 등반한 뒤 떨어지면 물에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클라이밍 종목 가운데 딥 워터 솔로잉이라는 등반이 있어요. 해벽에서 많이 하는데 로프 없이 하는 것이 특징이죠. 자연 바위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수영장에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이 대회가 열립니다."

딥 워터 솔로잉은 김자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인공 암벽뿐만이 아니라 높은 자연 암벽과 빌딩에 오르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딥 워터 솔로잉에 처음 도전하는 느낌에 대해 그는 "기대도 되지만 살짝 무섭기도 하다.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수영 실력에 대해서는 "잘하지는 못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12월 김자인은 동갑내기 소방공무원 오영환 씨와 결혼했다. 평생 반려자를 만난 김자인은 여러모로 힘을 얻는다고 밝혔다.

"결혼하기 전부터 심리적으로 힘들 때 힘을 얻었어요. 지금도 똑같이 외조를 받고 있죠. 남편도 클라이밍을 좋아하는데 소방공무원 클라이밍 대회에도 나갔어요."

▲ 자스클라이밍짐에서 훈련하고 있는 김자인 ⓒ 한희재 기자

최종 목표인 올림픽, 이제는 꿈이 아니다

김자인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 그리고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늘 아쉬움으로 남던 것은 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꿈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올림픽 무대가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은 스포츠 클라이밍과 야구, 소프트볼, 스케이트보딩, 서핑 그리고 가라테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식 종목 승인을 제안했고 IOC 집행위원회는 이를 승인했다. 오는 8월 IOC 총회에서 이 종목들의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집행위원회의 승인 사항이 총회에서 거부되는 일은 드물다. 5개 종목은 모두 정식 종목 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여자 리드 부문에서는 김자인과 미나 마르코비치(29, 슬로베니아)가 정상을 다투고 있다. 볼더링은 일본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은 메달 획득이 유력한 스포츠 클라이밍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올리기 위해 힘을 쏟았다.

▲ 김자인 ⓒ 한희재 기자

"스포츠 클라이밍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95%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 제 나이는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올림픽 무대에 서는 일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영광스럽죠. 금메달 여부를 떠나 제 모든 걸 쏟고 싶어요."

김자인은 "당연히 (올림픽)금메달이 꿈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 욕심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출전해야 할 것 같다"며 4년 뒤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자인에게 또 하나 즐거운 일은 스포츠 클라이밍 인구와 재능 있는 후배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성장하는 후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SPOTV+는 25일 저녁 7시 30분부터 김자인이 출전하는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을 생중계한다.

[영상] 김자인 인터뷰 ⓒ 촬영,편집 스포티비뉴스 장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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