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징계를 받고 잠시 팬들에게 잊혀졌던 윤이나 ⓒ 연합뉴스
▲ 중징계를 받고 잠시 팬들에게 잊혀졌던 윤이나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출전 정지 징계가 큰 폭으로 감면됐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8일 서울 강남구 협회 사무국에서 2024년도 제1차 이사회를 열었다. 여기서 2022년 윤이나에게 내렸던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1년 6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이로써 윤이나는 2024시즌 KLPGA 투어 국내 대회 개막전부터 출전할 수 있다.

윤이나는 지난 2022년 6월 열린 DB그룹 제36회 한국여자오픈에서 규칙을 위반했다. 당시 1라운드 15번 홀 티샷이 러프에 빠졌는데, 러프에서 찾은 다른 선수의 공을 자신의 공으로 착각해 그린에 올렸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밝히지 않고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윤이나는 이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한 달여가 지난 뒤에야 윤이나는 오구 플레이를 KGA(대한골프협회)에 신고해 '늑장 신고' 논란을 샀다. 남다른 장타력으로 팬들 눈길을 사로잡은 윤이나이지만 석연찮은 신고 과정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스포츠계가 느낀 파장은 컸다. 매너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는 골프에서 뒤늦은 오구 플레이 신고로 선수 개인 명예는 물론이고 종목의 신뢰도마저 하락했다. 또 신고하기 전까지 대회에 출전 하는 등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전까지 윤이나는 한국 여자골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300야드가 넘는 뛰어난 장타력으로 눈길을 모았다.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대형 신인의 등장이었다. 신인이던 윤이나는 오구 플레이 자진 신고 전까지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7월 3일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준우승, 같은 달 17일에는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2022'에서 우승했다. 장차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 대형 신인으로 급부상했다. 징계가 나오기 전까지 KLPGA 투어 신인상 포인트 2위, 비거리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팬들은 하나 둘 등을 돌렸다.

KLPGA와 KGA는 차례로 윤이나에게 3년간 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했다. 윤이나는 상벌위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이런 일로 뵙게 돼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떨궜다. 상벌위는 오전 8시에 시작했고 윤이나는 이날 약 2시간 20분간 소명했다. 소명이 끝난 뒤에는 "질문해 주신 내용에 성실히 답변했다"며 "다시 한 번 이런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사무국을 빠져나갔다.

▲ 윤이나는 한때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 KLPGA
▲ 윤이나는 한때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 KLPGA

KGA 상벌위는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윤이나가 골프 규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다음 날까지 대회에 출전했고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대표 출신임에도 규칙 위반을 숨기다 한 달 뒤에야 신고한 것은 골프 근간인 신뢰를 훼손한 행위"라며 징계를 내린 배경을 밝혔다.

KLPGA 상벌위도 마찬가지다.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윤이나의 경우 자진 신고 등 정상 참작 여지가 있으나 규칙 위반 뒤 장기간에 걸쳐 위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과 대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한 사실 등 KLPGA 회원으로서 심각한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유사한 부정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중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KGA 징계는 사실상 한국여자오픈에만 국한되지만 KLPGA투어 징계는 연간 30여 개 대회 모두에 해당해 공백 강도가 훨씬 높다. 윤이나 선수생명에 치명타라는 분석이 나왔다. 

징계 발표가 나오고 윤이나는 이를 수용했다. "대한골프협회의 징계 처분과 관련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내려진 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또, 미숙한 행동으로 동료 및 선후배 선수분들에게 피해를 주고, 한국여자골프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분들에게 큰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렇게 윤이나는 골프계에서 조금씩 잊혀졌다. 여론이 잠잠해지자 KGA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9월 윤이나의 징계를 돌연 3년 출전 정지에서 1년 6개월로 감면했다.

이에 KLPGA도 반응했다. 지난해 12월 KLPGA는 이사회를 열어 윤이나의 징계 감면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당시엔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올해 1월로 결정을 미뤘다. KLPGA는 골프 관계자와 스폰서, 팬들의 여론과 대한골프협회의 징계 감면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윤이나가 징계 후 약 5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미국 미니투어에서 받은 상금을 전액 기부하는 등 반성의 시간을 보낸 점도 참작이 됐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무료 골프 강의를 하는 등 자성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반 골프 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중징계 대폭 감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를 틈 타 협회가 갑작스런 징계 감면을 꺼냈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KGA가 중징계를 내릴 때 밝혔듯 윤이나의 늦장 오구 신고는 골프의 근간인 신뢰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팬들이 갸우뚱 되는 이유를 들어 징계를 절반으로 깎았다.

징계 도중 이를 대폭 감면하게 되면 처음 결정을 내린 협회의 권위 자체가 떨어지게 된다. 윤이나뿐 아니라 여론 눈치를 보다 중징계를 내리고 중간에 감면한 협회를 향해서도 팬들의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KLPGA와 KGA의 신뢰 자체가 흔들렸다는 팬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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