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호형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시장이 크고 연봉이 높아 금지 약물을 복용한 뒤 성적을 올리고 FA 계약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금전적인 보장이 된다. 메이저리그 계약이 계약 기간 동안 보장해 주는 이른바, 개런티(Guarantee) 계약이란 점도 선수들이 반복적으로 금지 약물을 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4월 마이애미 말린스의 디 고든이 경기력 향상 약물(PED)을 복용한 혐의로 8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2008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127위로 LA 다저스에 지명된 고든은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2015년 시즌 타격왕에 오른 고든은 지난 1월 마이애미와 5년 5,000만 달러(약 607억 원)의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고든은 금지 약물 복용으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마이애미와 계약은 유효하다. 출장 정지 기간에만 연봉을 받지 못할 뿐 징계가 끝나면 연봉은 다시 지급된다.

▲ 지난 4월 금지 약물 복용 혐의로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마이애미의 디 고든

1994년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뛸 때는 메이저리그 금지 약물 검사가 무작위로 실시됐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경기력이 떨어졌다 갑자기 올라간 선수에 대해서도 수시로 약물검사를 한다. 볼티모어의 홈런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는 2014년 금지 약물 복용 혐의로 2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3년 연속 30홈런 기록을 이루지 못했다.

2007년 조지 미첼 상원의원은  금지 약물을 조사한 409페이지의 미첼 리포트를 발표해 로저 클레멘스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금지 약물 복용 의혹을 제기했다.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자 86명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약물 복용 혐의를 인정했지만 7차례 MVP로 뽑힌 배리 본즈, 7차례 사이영상을 받은 로저 클레멘스 2명은 약물 복용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본즈와 클레멘스는 약물 복용 의혹으로 법정 싸움을 벌이면서 엄청난 소송 비용을 부담했다. 이 사건으로 본즈와 클레멘스는 명예의 전당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본즈는 2013년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을 갖췄지만 36.2%의 지지에 그쳐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은 기자단 투표 75%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마이애미 타격 코치 배리 본즈

이런 와중에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모두 15명의 선수가 금지 약물로 적발됐다. 2008년부터 징계가 강화됐지만 금지 약물 복용 소식은 끊임없이 언론을 장식한다. 첫 번째 금지 약물로 적발되면 80경기 출장 정지다. 두 번째는 162경기, 그리고 세 번째 적발될 경우 영구 추방 조치를 받게 된다. 그런데도 메이저리그에서  금지 약물 복용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메이저리그가 다른 종목에 비해 약물에 대한 강한 조처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선수노조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선수들의 혈액검사를 하게 된 것도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이 선수노조를 압박했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클레멘스와 휴스턴에서 선수 생활을 같이했던 로이 오스왈트는 "금지 약물을 한 선수들 때문에 자신의 기록과 연봉 모두 크게 손해를 봤다. 금지 약물을 한 선수는 절대로 명예의 전당에 보내서는 안된다"고 단호한 뜻을 밝힌 바 있다. 

스포티비뉴스 문상열 특파원은 "미국 스포츠에서 약물 복용은 절대로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택하고,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면 장기 연봉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계약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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