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윤욱재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려던 현대건설의 야망을 저지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3-0(25-22, 27-25, 25-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은 시즌 전적 27승 8패(승점 76)를 기록하며 1위 현대건설(25승 10패 승점 77)을 승점 1점차로 따라 붙었다.

만약 이날 현대건설이 승리했다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현대건설이 유리한 상황인 것은 맞다. 현대건설은 오는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와의 경기만 이기면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다. 흥국생명은 남은 경기를 이기고 현대건설의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이제 흥국생명에게 남은 경기는 15일 안방에서 열리는 GS칼텍스전 뿐이다.

이날 경기 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우리가 한번 더 기회는 있지만 사실 흥국생명도 지려고 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마침 홈 경기에서 좋은 기회가 왔기 때문에 총력전으로 짜내서 해볼 생각이다"라고 각오를 다지면서 선수들에게 남긴 메시지로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다음은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반등했지만 체력은 똑같은 상태다. 간절함을 갖고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에 나란히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면서 챔피언결정전 무대 조차 밟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2022-2023시즌에도 역대 여자부 최다 기록인 15연승을 달리면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현대건설은 외국인 주포 야스민이 허리 부상에 거듭 시달리고 리베로 김연견까지 부상 악령이 닥치면서 끝내 정규리그 2위로 밀려나는 아픔이 있었다. 당시 현대건설을 제치고 정규리그 1위에 등극한 팀은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이었다. 강성형 감독은 "당시에 1위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 경험을 쌓았다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지금 상황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한편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사실 지난 경기가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경기였기 때문에 후회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오늘(12일)도 중요한 경기이고 포스트시즌에서 만나야 할 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잘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8일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 1-3으로 덜미가 잡히면서 정규리그 1위 사냥에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때문에 경기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 상으로는 현대건설이 유리해보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집념이 더 강했다.

흥국생명의 뒷심이 돋보인 1세트였다. 1세트 초반만 해도 윌로우가 때린 공이 정지윤의 블로킹에 막히며 2-5로 끌려가던 흥국생명은 이주아가 모마의 공격을 저지하는 블로킹 득점을 올리면서 5-5 동점을 이루더니 윌로우의 백어택 득점에 힘입어 8-7로 리드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러나 양효진에 연달아 득점을 허용하며 8-10 역전을 당한 흥국생명은 모마의 백어택에 이다현의 블로킹 득점까지 나오는 바람에 15-19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야 했다.

모마에 또 한번 백어택을 맞아 18-21로 리드를 당한 흥국생명.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위파위와 모마의 공격이 연달아 아웃으로 이어졌고 김연경이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면서 흥국생명이 21-21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헀다. 여기에 박은서가 서브한 공을 위파위가 리시브한 것이 흥국생명 진영으로 넘어왔고 이를 김연경이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마침내 흥국생명이 22-21 역전까지 해낼 수 있었다.

22-22 동점 상황에서도 김연경이 해결사로 나섰다. 김연경의 득점포가 터지며 23-22로 리드한 흥국생명은 레이나가 2연속 강타를 때린 것이 모두 적중, 25-22로 1세트를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김연경은 1세트에서만 6득점을 올리며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레이나도 5득점으로 팀 공격의 중심에 섰다. 현대건설에서는 모마가 7득점을 챙기며 1세트 공격을 주도했다.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모마가 2세트에서만 무려 14득점을 폭발했지만 소용 없었다. 김연경의 시간차 공격이 터지면서 3-1로 리드한 흥국생명은 레이나가 때린 공이 아웃되면서 5-6 역전을 당하기도 했으나 레이나가 공격 한방을 터뜨린데 이어 서브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13-12 역전에 성공,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여기에 김연경이 시간차 공격 한방을 날려 14-12로 점수차를 벌리기까지 했다.

레이나의 퀵오픈이 김다인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18-19 역전을 허용한 흥국생명은 윌로우의 백어택 한방으로 20-20 동점을 이룬데 이어 김연경이 모마의 백어택을 저지하는 천금 블로킹을 성공하면서 21-20 역전에 성공, 원정석을 가득 메운 흥국생명 팬들을 열광케했다. 현대건설도 만만치 않았다. 김연경이 시간차 공격을 시도했으나 양효진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21-23으로 리드를 내준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23-24로 따라간데 이어 김수지가 블로킹 득점을 올리며 24-24 듀스를 만드는데 성공, 다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모마가 때린 공이 아웃되면서 26-25 역전까지 해낸 흥국생명은 윌로우가 27-25 승리를 알리는 한방을 날리며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나는데 성공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3세트에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15-15까지는 팽팽했지만 이후 흥국생명이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갔다. 김연경의 2연속 득점에 이어 김수지의 득점까지 터지면서 20-15로 달아난 흥국생명은 이미 승리를 가져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날 흥국생명에서는 윌로우가 21득점으로 팀내 최다 득점을 마크했고 김연경이 16득점, 레이나가 14득점을 각각 챙겼다. 김수지는 8득점, 이주아는 3득점의 활약. 현대건설에서는 모마가 27득점을 폭발했지만 끝내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패장' 강성형 감독은 "1세트부터 결정적인 판단에서 오류가 생겼다. (양)효진이가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라면서 "한번 더 기회가 있으니까 기회를 잡도록 하겠다"라고 짧게 말했다. 강성형 감독의 말대로 현대건설은 아직 자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상대는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후춧가루'를 뿌렸던 팀이다. 과연 선두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어떤 경기를 펼칠지 관심을 모은다.

'승장' 아본단자 감독은 "사실 지난 경기가 생각이 나서 기분이 엄청 좋지 만은 않다. 남은 경기를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V리그에서 끝까지 정규리그 1위를 두고 싸운 적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끝까지 잘 싸워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이 현대건설을 꺾어주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 이에 대해 아본단자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에게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야할지 모르겠다"라는 농담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양팀의 정규리그 1위 다툼은 결국 끝까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