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까지 올해 시범경기 21경기에 나간 박효준은 시범경기 타율을 종전 0.475에서 0.500까지 끌어올리며 기어이 5할의 벽까지 뚫었다.  ⓒ오클랜드 구단 SNS
▲ 이날까지 올해 시범경기 21경기에 나간 박효준은 시범경기 타율을 종전 0.475에서 0.500까지 끌어올리며 기어이 5할의 벽까지 뚫었다. ⓒ오클랜드 구단 SNS
▲ 박효준은 미국에서 5번째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에서 빅리거의 꿈을 온전히 이룰 수 있을까. ⓒ 연합뉴스/AP통신
▲ 박효준은 미국에서 5번째 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에서 빅리거의 꿈을 온전히 이룰 수 있을까.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스카우트들 전부 다 나를 보러 왔더라고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외야수 박효준(28)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과 인터뷰에서 처음 꿈의 무대에 도전했던 때를 회상했다. 박효준은 야탑고 2학년이었던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박효준은 한국에서 대형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었다. 박효준이 전지훈련을 마친 뒤에도 메이저리그 3~4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찾을 정도로 관심이 이어졌고, 박효준은 뉴욕 양키스와 해외 유망주 계약을 하고 2015년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박효준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비시즌 전지훈련으로 로스앤젤레스에 갔는데, 당시 나는 고등학교 최고 선수로 평가받을 때였다. 나는 꽤 잘하는 선수가 맞긴 했지만, 스스로 과대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스카우트 전부 다 나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조금 지나서 '나는 이 상황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좋은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고, 스카우트들은 내가 한국에 돌아간 뒤로도 계속 관심을 보였다. 3~4개 구단이 내게 사이닝 보너스 100만 달러가 넘는 오퍼를 제시했다. 나는 최고의 팀에서 뛰고 싶었고, 모두가 양키스를 아니까. 그래서 양키스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17살 박효준이 품은 메이저리거의 꿈은 쉽게 손에 닿지 않았다. 박효준은 2021년 처음 빅리그에 콜업되기 전까지 무려 7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고교 시절만 해도 대형 유격수로 평가받았는데, 양키스에는 박효준과 같은 유망주가 내야에 설 자리가 없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를 향한 편견이 팽배한 시기이기도 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 김하성(29,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박효준은 양키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외야 수비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내야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경쟁력을 키워 나갔다. 

박효준은 2021년 처음 빅리그에 콜업돼 양키스 소속으로 단 한 경기를 뛰고 곧장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됐다. 저니맨의 출발선이었다. 박효준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하는 팀인 피츠버그를 기회의 땅으로 삼았다. 2021년 44경기에서 타율 0.197(127타수 25안타), 3홈런, 14타점, 2022년 23경기, 타율 0.216(51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경쟁력을 증명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성적이었고, 갈수록 기회도 줄었다. 

결국 박효준은 2022년 시즌을 마치자마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은 내야수 보강이 절실한 팀이었고, 박효준에게는 또 다른 기회의 땅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보스턴이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을 FA로 영입하면서 로스터 정리를 위해 박효준을 DFA(양도선수지명) 처리했다. 박효준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어보지도 못하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됐고, 애틀랜타에서도 DFA 돼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박효준은 지난해 애틀랜타 산하 트리플A팀에서 온전히 한 시즌을 뛰었다. 101경기에 나서 타율 0.262(317타수 83안타), 6홈런, 42타점 16도루, OPS 0.76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로 올리기 위해 꾸준히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있는 경기 수인데, 애틀랜타 선수층이 워낙 탄탄해 박효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 박효준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캠프를 치렀고, 그 결과를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보여준 것 같다. 나는 준비가 됐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AP통신
▲ 박효준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캠프를 치렀고, 그 결과를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보여준 것 같다. 나는 준비가 됐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AP통신
▲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 박효준에 대해 “그는 놀라운(amazing) 캠프를 보냈다. 빅리그에서 제한된 시간을 가진 선수인데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호평했다. ⓒ연합뉴스/AP통신
▲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 박효준에 대해 “그는 놀라운(amazing) 캠프를 보냈다. 빅리그에서 제한된 시간을 가진 선수인데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호평했다. ⓒ연합뉴스/AP통신

박효준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렸고,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지난해 11월 위 사실을 알리면서 "좌타자인 박효준은 마이너리그에서 견고한 성적을 냈다. 그는 트리플A에서 1000타석 조금 넘게 들어서 타율 0.258, 출루율 0.385, 장타율 0.402를 기록했다. 박효준은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그런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저니맨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효준은 제한된 빅리그 출전 기회에서 주로 2루수 또는 3루수로 뛰었고, 유격수 경험도 있으며 그윈넷(애틀랜타 산하 트리플A팀)에서는 대부분 우익수로 나섰다. 박효준은 엄청난 파워를 지닌 타자는 아니지만, 타석에서 꾸준한 경험을 쌓았고 수비력도 다재다능해 스프링캠프 때 백업 경쟁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오클랜드에서는 메이저리거로 생존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박효준은 오클랜드에서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문 경험이 자극제가 됐고, 올해는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겠다는 각오로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올해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22경기에서 타율 0.488(43타수 21안타), 1홈런, 9타점, OPS 1.163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안타 부문에서 블레이즈 알렉산더(애리조나), 키브라이언 헤이즈(피츠버그), 와이어트 랭포드(텍사스)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 공동 1위에 올랐다. 4명 가운데 타율은 박효준이 가장 높다. 유일하게 50타수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 안타를 21개나 생산했으니 놀라울 만했다. 

MLB.com은 박효준을 '올해 오클랜드 스프링캠프의 센세이션'이라고 소개하면서 '박효준은 누구일까? 10년 전, 그는 10대일 때 양키스와 계약한 한국에서 온 유망주였다. 몇 년 동안 여러 구단을 거치다 지난해 11월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는데, 24일까지 타율 0.500(42타수 21안타)을 기록하며 안타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박효준은 초청선수 자격으로 캠프에 왔지만, 로스터에 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미겔 안두하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라 26인 로스터에 한 자리가 비었다'고 설명했다.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박효준과 관련해 "놀라운 스프링캠프를 보냈다. 빅리그 시간이 제한된 선수인데, 그는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호평했다. 

박효준은 시범경기 활약 비결과 관련해 "몇 년 전 나는 오클랜드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에서는 항상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까. 어쨌든, 나는 팀이 승리하도록 돕고 싶다. 나는 이번 비시즌 내 인생 최고의 훈련을 했다. 그 결과가 시범경기 성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난 준비됐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모든 게 준비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주전조에 포함돼 경기를 한 박효준은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또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어냈다 ⓒ연합뉴스/AP통신
▲ 주전조에 포함돼 경기를 한 박효준은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또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어냈다 ⓒ연합뉴스/AP통신
▲ 외야수인 미겔 안두하가 오른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에 불발되며 한 자리가 생기는 시범경기 막판 박효준에게는 운도 따라주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 외야수인 미겔 안두하가 오른 무릎 반월판 부상으로 개막전 출전에 불발되며 한 자리가 생기는 시범경기 막판 박효준에게는 운도 따라주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박효준은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선수단의 사기를 잘 끌어올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오클랜드는 내 4번째(보스턴 제외) 팀이라 새로운 팀 동료들을 만나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나는 지금 우리 젊은 팀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좋다. 시범경기 초반 몇 경기를 지고 나서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용하더라. 나는 훨씬 많은 에너지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에너지가 없었다. 그래서 몇 경기를 더 치르고 난 뒤에 내가 에너지를 더 불어넣고자 노력했고, 동료들이 좋아했다. 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동료들이 좋아했고, 그래서 계속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기든 지든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고 했다. 

MLB.com은 박효준이 어떻게 야구에 빠져들었는지도 궁금해했다. 야구를 그만큼 좋아했기에 지금까지 미국에서 버틸 수 있었다고 봐서다. 

박효준은 "내가 어릴 때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을 싫어했다. 어릴 때부터 에너지가 넘쳐서 어머니가 모든 스포츠를 경험하게 했다. 축구, 농구, 골프, 수영 등을 했고, 마지막에 시작한 운동이 야구였다. 나는 야구가 정말 좋았다. 학교를 마치고 저녁 6시가 되면 나가서 야구를 했고, 저녁 9시가 될 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야구를 사랑했다. 영어 수업까지 빠지면서 밖에서 야구를 했다. 그래서 어머니가 내 첫 야구 감독님에게 나를 데려갔고, 그러면서 팀에 소속돼 야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야구는 많은 선수들이 다함께 플레이하는 종목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정말로 동료들과 함께 우리 팀이 이기는 것을 돕길 원한다. 내가 최고가 되고 싶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팀이 더 나아질지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박효준은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하는 것 외에도 한 가지 목표가 더 생겼다. 야탑고 선배 김하성처럼 메이저리거 자격으로 한국에서 뛰는 것이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는 지난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와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정규시즌 경기였다. 

박효준은 "(서울시리즈를) 봤다. 엄청나더라. 나는 살면서 한번도 메이저리그 팀이 한국에서 뛰는 걸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건 내 꿈이기도 하다. 미래에, 아마 언젠가는 나도 한국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 박효준이 시범경기 1호 홈런을 신고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SNS
▲ 박효준이 시범경기 1호 홈런을 신고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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