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자제령을 내렸다. 황성빈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 5회 도중 주루 플레이로 상대 선발 양현종과 신경전을 벌였다.  ⓒ롯데자이언
▲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자제령을 내렸다. 황성빈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 5회 도중 주루 플레이로 상대 선발 양현종과 신경전을 벌였다. ⓒ롯데자이언
▲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해당 플레이에 대해 “하지 말라고 그랬다. 내가 좀 민망하더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웬만하면 자제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롯데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의 해당 플레이에 대해 “하지 말라고 그랬다. 내가 좀 민망하더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웬만하면 자제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중에는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하나의 장면이 등장했다. 5회 상황이었다. KIA 선발 양현종(36‧KIA), 그리고 1루 주자로 나가 있었던 황성빈(27‧롯데)이 마주 보며 심리전을 벌였다. 황성빈은 양현종의 시선을 끌려고 했고, 양현종은 이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황성빈은 5회 1사 후 양현종의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황성빈은 나름대로 빠른 주자다. 롯데에서는 비교적 도루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주자 중 하나다. 황성빈은 좌완 양현종이 바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2루로 가려는 동작을 5~6차례 정도 반복해서 취하며 양현종의 시선을 끌었다. 

양현종도 발을 풀며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았다. 다만 표정은 다소간 굳어져 있었다. 양현종의 심기가 다소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왔던 이유다. 황성빈은 후속 타자 고승민의 3루 땅볼 때 2루에서 아웃돼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양현종은 2사 후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2사 1,3루 위기에서 전준우를 3루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사실 정말 뛸 의사가 있다기보다는 양현종을 흔들기 위한 심리전으로 보였다. 뛸 생각이 있다면 뛰기 전 불필요한 동작은 최대한 줄이는 게 맞는다. 이를 모르지 않는 양현종이나 KIA 더그아웃의 심기가 불편할 수 있었던 이유다. 양현종은 경기 후 순간적으로 의식은 됐다고 말하면서도 투수를 괴롭히는 게 주자의 임무고 황성빈은 그런 플레이가 당연한 선수라고 쿨하게 넘어갔다. 팀도 이겼고, 그 상황에서 실점한 것은 아니기에 불필요하게 확전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김 감독은 황성빈의 해당 플레이가 상대를 자극하는 불필요한 동작이라고 봤다. 소속팀 선수라 껴안아주고 양해를 구할 수도 있었는데 김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소속 선수든, 타 팀 선수든 불필요하고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위는 안 하는 게 맞다는 게 김 감독의 소신이었다. 그래서 황성빈에게도 그런 플레이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감독은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하지 말라고 그랬다. 내가 좀 민망하더라.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감독자 회의에서 3루 주자가 홈으로 갈 것처럼 플레이하는 것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소개하면서 “안 해도 되는 것인데 과하게 한 것 같다. 한 번 정도는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한 번 정도 속임 동작을 하는 것은 야구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황성빈처럼 5~6차례를 하는 것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한 뒤 “경기에 계속 나가는 애들은 그런 것들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확실한 주전 선수가 아니기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황성빈이 ‘오버’를 했다는 것으로 그런 사정은 이해를 했다. 김 감독은 “상대 입장에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맞지만, 이렇게까지 불필요하게 하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팀 감독이라도 그런 부분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웬만하면 자제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 감독은 “직접 이야기는 하지 않고 코치들에게 이야기했다.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들은 신경을 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 김태형 감독은 “(반즈의) 초반 페이스가 굉장히 좋다. 구속도 올랐다. 140㎞대 중반을 던지는 선수인데 후반까지 나온다”고 했다. ⓒ롯데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은 “(반즈의) 초반 페이스가 굉장히 좋다. 구속도 올랐다. 140㎞대 중반을 던지는 선수인데 후반까지 나온다”고 했다. ⓒ롯데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은 고졸 신인 전미르에 대해 "“미르가 공도 괜찮고 승부가 나는 선수라 썼다. 그 페이스대로 던진다면 중요할 때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칭찬했다. ⓒ롯데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은 고졸 신인 전미르에 대해 "“미르가 공도 괜찮고 승부가 나는 선수라 썼다. 그 페이스대로 던진다면 중요할 때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칭찬했다. ⓒ롯데자이언츠

황성빈은 투지가 넘치는 선수다. 아무래도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 빠른 발인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타격이나 수비나 주루에서 모두 그렇다. 타격할 때도 위장 번트 자세를 많이 취하며 상대 내야진을 흔들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1루에 더 빨리 가기 위해 배트를 던지면서 타격을 하기도 한다. 누상에서의 움직임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다.

김 감독은 타격은 괜찮지만, 누상에서 불필요한 움직임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면서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이 이야기를 한 만큼 향후 황성빈도 그런 플레이를 하지 않을 전망이다. 자신의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점에서 단번에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그런 플레이 자체는 의식적으로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김 감독은 전날(26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찰리 반즈의 투구를 칭찬했다. 반즈는 이날 KIA 강타선을 꽁꽁 묶으며 대단한 위력을 떨쳤다. 김 감독은 “(반즈의) 초반 페이스가 굉장히 좋다. 구속도 올랐다. 140㎞대 중반을 던지는 선수인데 후반까지 나온다”고 했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는데 지금 컨디션이 좋다는 것이다.

이어 26일에도 8회에 등판해 위기 상황을 잘 정리한 고졸 신인 전미르에 대해서는 “미르가 공도 괜찮고 승부가 나는 선수라 썼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린 뒤 “그 페이스대로 던진다면 중요할 때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칭찬했다. 

롯데는 1-1로 맞선 8회 구승민이 선두 박찬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도영의 희생번트 때 1사 2루가 됐다. 여기서 소크라테스 타석 때 폭투가 나와 1사 3루 상황으로 바뀌었고, 내야가 어쩔 수 없이 전진수비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소크라테스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롯데는 더 실점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전미르에게 중책을 맡겼다. 그리고 전미르는 최형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김선빈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고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두 경기 연속 실점한 구승민에 대해 김 감독은 “구속은 나오는 것 같은데 팔스윙 자체가 가벼워보이지는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팀의 핵심 필승조인 구승민은 24일 인천 SSG전에서 ⅓이닝 3실점한 것에 이어 이날도 경기를 잡아주지 못하며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54.00까지 치솟았다.

롯데는 이날 윤동희(중견수)가 선발 라인업에 다시 돌아오고, 고승민(좌익수)이 2번으로 출전한다. 이어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지명타자)-노진혁(유격수)-나승엽(1루수)-최항(2루수)-유강남(포수)-박승욱(3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선발로는 나균안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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