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60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재엽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김재엽의 경기가 열린 날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었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국제종합경기대회 때마다 한국 선수단에 묵직한 메달 꾸러미를 안기던 레슬링과 유도, 복싱 격투기 3총사는 서울 올림픽에서도 변함없이 효자 노릇을 했다. 레슬링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그리고 동메달 3개, 유도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 복싱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등으로 '격투기 3총사'가 모두 합쳐 금메달 6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획득했다. 금메달은 전체 12개의 50%를 차지했고 금, 은, 동을 합친 메달은 전체 33개의 42%에 이르렀다. 모든 종목이 그렇지만 특히 정신력이 중요한 격투기 종목의 호성적은 서울 올림픽에 나선 국가 대표 선수들의 자세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결과였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4kg급에 나선 김영남은 예선 4차전까지 전승 가도를 달렸으나 5차전에서 폴란드의 요제 트라츠와 연장 접전 끝에 함께 실격되면서 자력으로 결승 진출이 어려웠으나 트라츠가 김영남과 조 1위를 다투던 불가리아의 벨리츠코프를 판정으로 눌러 결승에 올랐다. 김영남은 결승에서 소련의 다울렛 투르하노프에게 먼저 1점을 내줬으나 목감아돌리기로 2점을 뽑아 역전하며 한국 선수단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김영남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메달 일보 직전인 4위에 그친 아쉬움을 금메달로 날려 버렸다.  

68kg급의 김성문은 결승에서 소련의 레본 둘팔라키안에게 0-3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2kg급의 이재석과 62kg급의 안대현, 82kg급의 김상규는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레슬링 자유형 82kg급의 한명우는 6전 전승으로 조 예선을 통과한 뒤 결승에서 터키의     네스미 겐칼프와 맞서 눈썹 위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붕대를 감고 경기를 치르는 투혼을 펼치며 4-0으로 이겨 레슬링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거둬들였다. 한명우도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6위에 머문 아픔을 단숨에 씻었다. 한명우는 이때 32살로 레슬링 선수로는 많은 나이였고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68kg급의 박장순은 결승에서 소련의 아르센 파제프에게 0-6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장순은 다음 대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74kg급으로 체급을 올려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57kg급의 노경선과 90kg급의 김태우는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1987년 세계선수권자인 한국의 김재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호소가와 신지는 유도 60kg급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그러나 호소가와가 준결승에서 미국의 케빈 아사노에게 1-2 판정으로 지는 바람에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재엽은 대진운이 좋지 않아 금메달을 따기까지 경기당 4분 19초를 뛰어야 했다. 김재엽은 2회전에서 소련의 다크호스 아미란 토티카시빌리를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안뒤축후리기 효과로 누르고 금메달로 가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 토티카시빌리는 다음 대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의 윤현을 꺾고 이 체급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김재엽은 결승에서 3분 45초 만에 아사노가 지도 벌칙을 받은 것을 끝까지 잘 지켜 4년을 기다려 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5kg급의 이경근은 1회전을 부전승, 2회전과 3회전을 한판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뒤 준준결승에서 사실상의 결승전을 치렀다. 이경근은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소련의 유리 소콜로프를 절반으로 누르고 올라온 프랑스의 신예 부르노 카라베타와 일진일퇴 공방전 끝에 2-1 판정승을 거두고 큰 고비를 넘겼다. 이경근은 준결승에서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리스트인 헝가리의 타마스 부이코를 소매들어업어치기 한판으로 누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인 폴란드의 야누스 파블로프스키는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야마모토 요스케를 한판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시종일관 공세를 편 이경근은 파블로프스키를 3-0 판정으로 꺾고 유도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이 기대됐던 95k급의 하형주가 1회전에서, 78kg급의 안병근이 2회전에서 탈락한 가운데 95kg이상급의 조용철이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차지했다.

4년 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국의 폴 곤잘레스(금메달)에게 판정으로 져 조기 탈락했던 복싱 플라이급의 김광선은 이 대회 당시 현역 군인이었다. 1회전과 2회전을 RSC로 장식하는 등 거침없는 연승 행진을 벌인 김광선은 준결승에서 소련의 티모페이 스크리아빈을 시종일관 몰아붙인 끝에 5-0 판정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동독의 안드레아 테브스를 4-1 판정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광선은 시상대에서 태극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라이트미들급의 박시헌은 준결승에서 캐나다의 레이몬드 다우너리를 5-0 판정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미국의 로이 존스와 맞붙었다. 박시헌은 경기 내용에서는 크게 앞서지 못했지만 3-2 판정으로 존스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헤비급의 백현만은 미국의 레이 머서에게 KO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헤비급에서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딴 건 백현만이 처음이었다. 페더급의 이재혁은 동메달을 추가했다. 경량급의 메달 후보였던 라이트플라이급의 오광수는 1회전에서 미국의 마이클 카바할(은메달)에게 2-3 판정으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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