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벤 존슨(오른쪽)은 칼 루이스(미국)를 제치고 1위로 골인했으나 금지 약물 복용으로 실격됐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2개 이상 딴 다관왕이 34명이나 나온 가운데 동독의 크리스틴 오토는 수영 자유형 50m100m, 접영 100m, 배영 100m, 400m 계영과 400m 혼계영 1위를 휩쓸었다. 오토는 그 무렵 세계 최고 수준의 수영 선수였다. 16살의 나이로 출전한 1982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콰도르)에서 배영 100m 3관왕에 올랐고 1984년에는 자유형 200m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이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동독의 대회 불참으로 오토의 올림픽 무대 데뷔는 4년 뒤로 미뤄졌다. 오토는 올림픽에는 단 한차례 출전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두 차례 나서 금메달 7, 은메달 2개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오토는 자신이 거둔 각종 국제 대회 성적에 대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말했지만 당시 만연했던 동독 선수들의 금지 약물 사용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대회 수영 종목의 또 다른 스타는 미국의 매트 비온디다. 비온디는 남자 자유형 50m100m, 400m800m 계영 그리고 800m 혼계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5관왕이 됐다. 1972년 뮌헨 올림픽 7관왕인 마크 스피츠(미국)에게는 미치지 못한 메달 수였지만 대회 기간 내내 세계 각국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한국 팬들에게 비온뒤라는 별명을 얻으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남자 접영 100m에서 비온디를 제치고 터치 패드를 찍은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는 올림픽 수영 사상 첫 검은 피부를 가진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남자 자유형 200m에서는 호주의 던컨 암스트롱이 비온디와 미하엘 그로스(서독)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이변을 일으켰다.

육상에서는 서울 올림픽에서도 남자 100m가 최고의 관심 종목이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던 칼 루이스(미국)와 벤 존슨(캐나다)은 서울 올림픽 1년 전인 1987년 로마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순위가 바뀌어 존슨이 1, 루이스가 2위가 됐다. 그런데 이 순위는 존슨이 이때에도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고 시인해 존슨은 실격되고 루이스가 1위로 정정됐다.

서울 올림픽 준결승에서 루이스는 997, 존슨은 1003을 기록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또 순위가 뒤집혔다. 존슨이 979의 놀라운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루이스는 992였다. 존슨은 "앞으로 이 기록은 50, 아니 100년 안에 깨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기양양해 했지만 불과 사흘 뒤 금지 약물인 스태노졸롤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루이스는 100m에 이어 멀리뛰기에서도 8m72로 우승해 2관왕이 됐다.

터키의 포켓 헤라클레스나임 술레이마노루(147cm)60kg급에서 한 체급 위인 67.5kg급의 우승 기록보다 2.5kg을 더 드는 괴력을 발휘하며 합계 342.5kg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술레이마노루는 16살 때인 1983년 처음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나 불가리아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올림픽 데뷔를 4년 뒤로 미뤄야 했다. 1986년 터키로 망명한 술레이마노루는 서울 대회 이후 1996년 애틀랜타 대회까지 올림픽에서 3연속 우승했다.

한국이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복싱은 강호 쿠바가 불참한 가운데 미국이 4개 체급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웰터급의 로버트 완길라(케냐)는 아프리카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복싱에서 6번째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이전 다섯 명의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는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였다.

유도에서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은 71kg급의 고가 도시히코 등 금메달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95kg 이상급의 사이토 히토시가 유일한 금메달을 획득했다. 7체급이 펼쳐진 유도에서는 한국만 2체급에서 우승한 가운데 프랑스와 폴란드, 오스트리아, 브라질, 일본이 1개씩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64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서독의 슈테피 그라프는 2016년 현재 남자를 포함해 한 시즌에 그랜드슬램(윔블던,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US 오픈)과 올림픽 우승을 이룬 유일한 골든 그랜드슬래머다.

서울 올림픽 7개월 전 캘거리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동독의 크리스타 루딩 로덴버거는 사이클 여자 1000m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동, 하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첫 번째 여자 선수이자 남녀 통틀어 3번째 선수가 됐다.

축구에서는 소련이 결승에서 브라질을 연장 접전 끝에 2-1로 꺾고 1956년 멜버른 대회 이후 32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소련의 우승을 이끈 아나톨리 비쇼베츠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대비한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영입됐다. 준우승에 그친 브라질의 주력 선수 베베토와 호마리우 등은 6년 뒤인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털어 냈다.

서울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열린 여자 유도, 야구, 태권도와 전시 종목으로 치러진 배드민턴, 볼링 가운데 여자 유도, 야구, 배드민턴은 다음 대회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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