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조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뛴 손기정의 한(恨)을 56년 만에 풀었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폐막 전날인 88일까지 한국 선수단은 11개의 금메달을 따 서울 올림픽에 못지않은 성과를 올리며 마지막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마라톤에 걸고 있었다.

황영조는 2시간 847초의 당시 기준 한국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1991년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이 무렵 세계 수준의 마라토너들은 2시간 6분대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스가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황영조는 선두 그룹에 끼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한여름 뜨거운 날씨는 레이스 전부터 기록 경쟁이 아닌,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올림픽 주 경기장이 있는 몬주익 언덕을 넘어설 때 황영조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망의 마라톤 금메달이었다. 56년 전 이날 이 시각 바르셀로나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를 휘어잡은 손기정의 울분이 환희로 승화됐다. 끝까지 따라붙었던 일본의 모리시다 고이치는 몬주익 언덕에서 펼쳐진 마지막 스퍼트에서 밀리며 황영조를 앞지를 힘이 없었다.

황영조는 혼신의 힘을 다해 2시간 1323초의 긴 여정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황영조는 이때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도 8만 관중의 눈동자가 자기 한 사람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도 그 순간 잊고 있었다고 한다. 얼핏 눈을 떠 보니 모리시다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 뿌옇게 보였다고 한다. 56년 전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손기정은 까마득한 후배의 장한 모습을 스탠드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구기 종목의 메달 견인차는 여자 유도와 함께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배드민턴이었다. 한국은 복식에서 강세를 보여 남자부에서는 박주봉-김문수 조가, 여자부에서는 황혜영-정소영 조가 각각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오른손잡이 박주봉과 왼손잡이 김문수 콤비는 세계 랭킹 1위의 명성에 걸맞게 연승 행진을 한 끝에 결승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의 하르트노-구나완 조를 일방적으로 공략해 2-0으로 완승했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 황혜영-정소영 조는 중국 관웨이첸-농춘화 조의 네트플레이와 대각선 스트레이트 공격을 막지 못해 고전했으나 체력에서 우위를 보여 2시간 20분에 걸친 대접전을 2-1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배드민턴은 남녀 복식 금메달 외에 여자 단식의 방수현이 은메달, 여자 복식의 길영아-심은정 조가 동메달을 획득해 레슬링과 같은 금메달 2, 은메달 1, 동메달 1개의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구기 종목에서는 여자 핸드볼도 톡톡히 제 몫을 했다. 서울 올림픽 우승의 주역인 한현숙과 이미경 그리고 임오경, 오성옥, 홍정호 등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을 앞세워 조별 리그 3경기와 독일과 치른 준결승을 파죽지세로 통과한 뒤 결승에서 노르웨이를 28-21로 꺾고 2연속 우승을 이뤘다. 단체 구기 종목의 올림픽 2연속 우승은 2016년 현재 한국 스포츠 사상 유일한 기록이다.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 동메달 1개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탁구는 남녀 단식의 김택수와 현정화 등 5개의 동메달에 그쳐 다소 부진했다.

전통의 메달박스인 양궁은 여자부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끼리 겨루는 등 금메달 2, 은메달 2개를 거둬들였다. 서울체고와 한국체육대학 시절 국가 대표로 뽑히고도 그때마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해야 했던 조윤정은 개인전에서 서울 올림픽 2관왕인 후배 김수녕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우승한데 이어 김수녕, 이은정과 팀을 이뤄 출전한 단체전에서는 중국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는 데 앞장서며 2관왕에 올랐다. 김수녕은 조윤정의 활약에 가렸지만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태며 올림픽 금메달 3개의 흔치 않은 영예를 누렸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정재헌이 은메달을 추가했다.

체조에서는 남자 뜀틀의 유옥열의 동메달 연기를 펼쳤다.

한국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18소녀 총잡이여갑순이 명중한 ‘1호 금메달에 이어 폐막식 직전에 황영조가 딴 ‘260호 마지막 금메달까지 올림픽 사상 유례가 없는 첫 금메달과 마지막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라는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북한은 레슬링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금메달 4개와 동메달 5개로 2016년 현재 하계 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북한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를 기록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미국은 NBA에서 뛰고 있는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내보내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촌에 들지 않고 특급 호텔에 묵는 등 '드림팀'의 일거수일투족은 대회 기간 내내 화제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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