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왼쪽)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금메달리스트 오혜리와 태권도 문화와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노게이라 인스타그램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40, 브라질)는 브라질의 TV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사흘 동안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태권도 여자 67kg급 금메달리스트 오혜리의 소개로 다양한 태권도 문화를 체험했다.

3일 서울 알로프트 호텔에서 스포티비뉴스(www.spotvnews.co.kr)와 인터뷰를 가진 노게이라는 "일본의 가라테와 유도, 태국의 무에타이에 이어 한국의 태권도를 취재했다. 국기원을 방문했고 태권도 공연을 관람했다. 오혜리가 태권도 문화를 자세히 소개했다. 태권도는 정말 아름다운 무술이다. 한국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오혜리와 한국 전통문화도 만났다. 한복을 입었는데 태권도 여왕이 옆에 있으니 마치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minotauromma)에는 노게이라가 무교동 낙지를 먹고, 청계천 등불 축제를 즐기고, 북촌 한옥 마을을 찾은 여러 사진이 공개돼 있다.

태권도를 수련해 봤는지 묻자 "어렸을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때부터 고관절이 안 좋았다. 아는 분은 알겠지만 난 킥을 잘 차지 못한다. 외삼촌이 태권도 선수여서 배울 기회는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난 생각보다 유연성이 떨어진다"면서 또 웃었다.

노게이라는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과 UFC 헤비급 잠정 챔피언을 지냈다. 46전 34승 1무 10패 1무효 전적을 쌓고 지난해 은퇴했다. 지난 7월 UFC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브라질에서 인재 발굴을 담당하는 UFC 임원으로 일한다. UFC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파이터를 키운다.

"가끔 나도 옥타곤으로 올라가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 파이터의 심장이 뛴다. 하지만 이제 내 삶의 목표는 브라질에서 미래의 UFC 챔피언을 찾아내는 것이다. 옥타곤에서 쏟아부은 에너지를 아마추어 선수를 육성하는 데 쓰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노게이라는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브라질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태권도를 취재했다. ⓒ노게이라 인스타그램
"예전에 도장을 열었을 때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데려와 등록하면서 '절대 종합격투기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주짓수만 배우도록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게 종합격투기 챔피언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브라질에서도 종합격투기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로 바라본다."

노게이라는 "한국의 종합격투기가 발전하려면 아마추어 대회가 계속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하게 종합격투기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UFC 챔피언 등 상징적인 선수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앤더슨 실바는 브라질에서 의미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파이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한국에서도 5~6년 안에 UFC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그때가 되면 종합격투기는 사람들에게 친근한 스포츠가 돼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에서 UFC 챔피언이 나온다면 누가 가장 가능성 있는 파이터라고 생각하는가" 묻자, 그는 바로 "슈퍼 보이"라고 답했다. "최두호는 내가 좋아하는 선수(my boy)다. 이번에 그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혹시 어디 있는지 아는가"라고 되물었다.

"시간이 더 있다면 부산으로 내려가고 싶은데, 오늘(3일) 브라질로 떠나려고 한다. 원래 5일 귀국 예정이었는데 여러 일이 생겨 앞당겨 가기로 했다. 비행기 스케줄을 알아보고 있다. 동생(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의 훈련을 도와야 한다. 내 동생과 UFC 일도 함께한다. 이럴 땐 동생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노게이라는 미국 파이터들이 브라질 파이터들보다 옥타곤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옥타곤(케이지) 개수가 브라질 전국에 있는 옥타곤 개수보다 많다. 미국에서 종합격투기가 더 대중화돼 있다"며 "현대 종합격투기에선 레슬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미국에서 레슬링은 생활 스포츠다. 여러 브라질 선수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훈련하는 것도 레슬링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브라질 종합격투기는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레슬링 훈련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20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00 메인이벤트에서 동생 호제리오가 미국 대학교 레슬링 강자 출신 라이언 베이더와 재대결한다. 노게이라는 "베이더는 내가 TUF 코치를 할 때 우리 팀이었다. 우승까지 했다. 그는 레슬링이 강하다. 동생과 나는 그의 테이크다운 방어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내 시대엔 나와 무릴로 부스타만테가 있었다. 지금은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와 데미안 마이아 등 강력한 주짓수 파이터들이 있다. 그러나 다음 세대 주짓수 파이터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브라질 지도자들의 과제다. 나 역시 그 숙제를 안고 있다. 레슬링이 강한 주짓수 파이터들을 키워야 한다."

▲ 노게이라는 북촌 한옥 마을을 찾았다. ⓒ노게이라 인스타그램
프라이드에서 한 시대를 보낸 예밀리야넨코 표도르, 미르코 크로캅, 반더레이 실바가 현역으로 복귀했다. 과거 라이벌들을 보는 그의 심정은 어떨까? 노게이라는 "그들은 그들의 선택을 했다. 난 나의 선택을 했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노게이라는 "종합격투기는 마약처럼 중독된다"고 인정했지만 "지금 일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가 다시 오픈 핑거 글러브를 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5년 후 한국에서 나올 챔피언과 당신이 키운 브라질 파이터의 타이틀전을 보고 싶다"는 끝인사를 건넸더니 노게이라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꼭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인터뷰하자"며 꾸벅 인사했다. 노게이라는 선수 시절 꽤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근한 미소의 덩치 큰 아저씨가 돼 있었다.

그는 거리에 나부끼는 태극기의 물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오늘(3일)이 개천절이라고 하더라. 어딜 가나 태극기를 볼 수 있다. 한국의 애국심을 느낄 수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브라질은 금메달을 7개 땄다. 그런데 브라질 인구의 1/4밖에 안 되는 한국이 금메달을 9개 거머쥐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알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강한 심장을 가졌다"면서 엄지를 들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