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춘몽' 스틸.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스포티비스타=부산, 이은지 기자] 101분간 꿈을 꾼 듯 한 느낌이다.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춘몽’은 영화를 보고 난 후 꿈을 꾸는 듯 한 느낌을 남긴다. 흑백으로 만들어진 이유로 더욱 꿈 같고, 몽환적이다.

‘춘몽’은 전신마비 아버지를 모시고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여자 예리(한예리)와 그녀를 사랑하는 익준(양익준), 정범(박정범), 종빈(윤종빈) 세 남자의 꿈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단편 ‘11세’(2000)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망종’ ‘두만강’ ‘풍경’ ‘경주’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예리와 익준, 정범, 종빈은 모두가 삶에 지쳐있고 힘든 사람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다. 예리는 세 남자를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살뜰하게 챙기고, 익준, 정범, 종빈은 각자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마음을 표현한다.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따뜻하다.

이들에게 봄은 무엇일까. 밝은 앞 날을 상상할 순 없지만, 꿈에서는 가능하다. 꿈이 곧 봄이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사랑을 한다. “꿈에서 세 사람과 잤다”고 말하는 예리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 영화 '춘몽' 스틸.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를 보는 동안 봤던 좋은 장면과 좋은 대사들은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순간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저 ‘좋은 꿈을 꿨구나’라는 느낌만 남을 뿐이다. 영화 속 배경이 현재와 과거, 미래를 교차 시킨 듯 명확하지 않다. 특별한 서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꿈을 꾸듯 영화를 보다 현실로 돌아온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예리는 ‘춘몽’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100% 발휘한다. 세상엔 없고, 꿈 속에서만 존재 할 것 같은 여자, 세 남자의 여신을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자연스럽고 소탈한 매력으로 공감하게 만든다. 나즈막한 목소리와 해맑은 미소, 툭툭 던지는 듯 하지만, 마음으로 안아주는 예리는 곧 한예리다.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까지 인정 받은 양익준도 익준 캐릭터와 동화된 모습이다. 박정범과 윤종빈 역시 자신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본인들 만의 스타일로 재탄생 시켜 좋은 연기를 펼친다.

무엇보다 장률 감독의 ‘소통’이 눈길을 끈다. ‘춘몽’ 스태프의 말처럼 좀 더 재밌고, 좀 더 친절하다. 보통의 상업영화처럼 빵빵 터지는 웃음과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소소한 웃음과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러닝타임 101분. 15세 관람가. 오는 13일 개봉.

▲ 영화 '춘몽' 양익준, 한예리, 이주영, 장률 감독(왼쪽부터). 사진|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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