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이상엽, 보아, 김희원, 예지원, 송지효, 이선균(왼쪽부터).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JTBC가 '미니시리즈는 16부 혹은 20부작'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버렸다. 지난 8월 종영한 '청춘시대'를 시작으로 현재 금토극을 책임지고 있는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후속으로 방송되는 '솔로몬의 위증'은 물론, 오는 2017년 상반기 편성된 '더 패키지'까지 모두 12부작으로 구성했다.

기존 미니시리즈는 16부에서 20부, 많게는 24부작으로 정형화된 지 오래이고, 그 이상 작품을 연장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16부작 이하로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단막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부작, 2부작, 기껏 해야 4부작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JTBC는 계속해서 12부작에 도전하고 있다. 

◆ '송곳', 그리고 '청춘시대'로 12부작 드라마 자리매김

JTBC가 금토드라마를 편성한 이후 첫 시도한 12부작 드라마는 '송곳'이다. '송곳'은 윤태호 작가 원작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지난해 10월 방송돼 같은 해 종영했다. '송곳'은 원작이 있었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12부작으로 편성했다. 덕분에 속도감 있는 전개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수 있었다. 시청률은 부진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최근 종영한 '청춘시대' 또한 12부작으로 편성돼 시청자들과 만났다. '청춘시대'는 외모부터 성격, 전공, 남자 취향, 연애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5명의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청춘시대'가 12부작으로 편성된 데는 웃지 못할 비밀이 존재한다. 

드라마를 집필한 박연선 작가는 '청춘시대' 종영 이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당초 16부작으로 기획한 드라마였으나 타 방송사에서 편성이 엎어지고, 그 과정에서 12부까지 제작한 뒤 JTBC에 편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12부작의 결과는 좋았다. 늘어지지 않는 전개는 '청춘시대'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게 했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연출은 '청춘시대'가 호평 받을 수 있는 이유였다.

▲ 오는 2017년 편성된 '더 패키지'는 정용화, 이연희가 출연한다. 제공|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 '이아바', '솔로몬의 위증', '더 패키지' 12부작 이어간다

JTBC는 현재 금토극을 책임 지고 있는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이하 '이아바') 또한 12부작으로 편성했다. '이아바' 후속 작품 '솔로몬의 위증'과 오는 2017년 상반기 편성된 '더 패키지'도 12부작이다.

이처럼 12부작 드라마를 계속해서 편성하는 이유는 늘어지지 않는 전개, 그리고 탄탄한 완성도를 위함이다. '이아바', '솔로몬의 위증'의 경우 원작 자체가 길지 않다. '솔로몬의 위증'은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크리스마스에 벌어진 친구의 추락사에 얽힌 비밀과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이야기의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것이 12부작 미니시리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원작이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 할 때는 흔히 16부 이상 미니시리즈 형태를 택한다. 반면 JTBC는 늘어지는 전개를 피하고, 드라마의 이야기와 그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12부작을 택하고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무리해서 회차를 늘릴 경우, 서사 전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들이 자리하게 되고 이는 드라마의 구성을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JTBC 김시규 제작총괄은 "각 이야기 마다 정확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횟수가 있다"면서 "12부작으로 어떤 상품성을 만들겠다는 개념은 아니다. 적절한 판단에 따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2부작을 편성하게 되면 광고 수익을 비롯해 후속 작품 선정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불리한 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JTBC는 16부작을 고집해 지루한 드라마를 만드는 대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12부작을 택했다. 의미 있는 행보가 드라마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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