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제공|㈜크리픽쳐스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주변을 둘러보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투성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면서 먼지가 쌓여가는 전화기부터 이제는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이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아 길거리에 흉물처럼 방치된 우체통까지. 

하지만 이것들은 과거 언젠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결고리였고, 없으면 불편했던 생활 필수품이었다. 또 누군가에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서려있는 물건이었을 것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주변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갑작스럽게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와, "네가 하루를 살기 위해서 세상에 있는 것들 중 하나씩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남자. 세상에서 존재하던 '그것'이 사라질때마다 나의 추억들과 함께 나 역시 사라진다.

영화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다뤘다. 주인공, 주인공의 그녀, 또 주인공의 부모까지 그 누구도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다. 이는 원작 소설가 가와무라 겐키의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자기 자신을 대입해 공감하길 원했다. 이 의도대로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나'는 내 자신이 되고, '그녀'는 한번쯤은 겪어 봤을 나의 첫사랑이 된다.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전화기부터,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게 해 주는 영화 등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하나씩 사라질수록 나의 생명은 늘어나지만, 나의 추억들은 사라지고, 이는 곧 내 존재의 상실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이런 과정을 자극적이지 않게, 오히려 덤덤하게 그려냈다.

▲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스틸. 제공|㈜크리픽쳐스
영화는 단순히 전화기와 영화 등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들을 없애지만, "물을 없애는 것보다는 영화를 없애는 편이 좋잖아"라고 말하는 의문의 존재는 죽음을 앞둔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전화기가 사라진다면 너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 '세상에서 영화가 사라진다면 너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너의 인생은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세상에서 당신이 사라진다면, 누가 슬퍼해줄까?'. 이 작품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인지도 모른다.

한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하루 아침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 한 가지씩 없애겠다는 의문의 존재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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