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반듯하고 훈훈한 외모의 유지태를 영화 '스플릿'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사진|한희재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많은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배우 유지태(40)는 특유의 색이 있다. 반듯한 이미지에 작가주의 영화 출연이 많았고, 영화를 제작하기도, 직접 연출을 하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굿 와이프에서는 쓰랑꾼’(쓰레기 사랑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반듯하기만 했던 유지태가 굿 와이프에 이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에서 유지태는 한 때 퍼펙트맨이라 불릴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닌 볼링선수였지만, 불운의 사고로 가족과 선수 직위를 잃고 도박볼링판 선수로 생활하는 철종 역을 맡았다.

철종은 한마디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유지태는 외모부터 바꿨다. 반듯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먼저 감독에게 헤어스타일을 제안했고, 웃음소리 조차 다르게 접근했다.

접근 자체를 달리했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연기는 발성이나 발음에 많이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좀 놀면서 시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놀면서 찍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에 임했다. 즐기면서 재밌게 촬영을 하다보면 스플릿만의 매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작품보다 좀 더 자유롭게 촬영을 했고, 대사 전달의 집중도 보다는 감정의 집중도를 높이는게 중요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촬영 전 무섭고 강한, 도시적인, 자신의 이미지를 내려 놓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대로, 지금까지 해 왔던대로 성실하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결과물은 만족한다.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 나의 흐트러진 모습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중요하다. 결과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을 한다. 영화는 잘 나왔는데, 정치적인 이슈가 생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철종은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다. 볼링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그로 인해 바닥을 쳤고, 볼링을 버리지 못하고 도박 볼링선수로 살아간다. 유지태의 인생에서도 이런 굴곡이 있었을까. “실제로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 유지태는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굴곡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한희재 기자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운이 좋은 사람이자 배우였다. 좋은 연출자와 좋은 배우들을 만나 작업을 했고, 그에 따라 가치 기준도 높은 편이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5만명 정도 든 아픔도 있었지만, 드라마 굿 와이프스플릿으로 회복했다.”

스플릿에서 자폐성향을 지닌 볼링 천재 영훈 역을 맡은 이다윗의 연기가 부각됐다.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는 상대역인 유지태가 있기에 가능했다. 영훈과 철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관계를 쌓아가는 사이였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더욱 어려웠고, 자폐성향을 가졌다는 영훈의 설정탓에 유지태는 혼자 연기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영훈은 소통을 하지 않는 캐릭터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같이 연기하는 느낌이 들지 않더라. 내가 넉살이 좋은 배우가 아니라서 먼저 다가가는데 부담이 있었다. 지금까지 함께한 그 어떤 배우들에게 보다도 영훈에게 잘 했다. 여배우보다 사랑했다. 하하. 상대배우의 연기가 좋으면 모든 사람이 잘 한 것이다. 그 시너지는 확실히 보인다.”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유지태는 어느덧 18년차 배우가 됐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영화 올드보이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배우가 됐고, 배우 김효진과 결혼해 아이도 태어났다. 지금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했고, 그 작품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올드보이는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영화로 꼽았다.

▲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로 '올드보이'를 꼽은 유지태. 사진|한희재 기자
“작품 안에서 내 역할에 최선을 하고, 그런 작품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아들에게도 아빠는 이런 배우였고, 이런 영화, 이런 연기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올드보이는 한국 영화의 지평을 열었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아들이 배우나 감독을 한다고 하면 꼭 보여주고 싶다.”

언제나 진지했고 신중했다.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소신을 꺾지 않았다. ‘스플릿을 통해 조금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가벼운 연기를 했다고,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이런 부분들이 모아져 배우 유지태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든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