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가는 길' 에서 김철규 PD는 탁월한 연출 감각을 보여줬다. 제공|쉘 위 토크
[스포티비스타=김정연 인턴기자] '영화 같은 드라마'. 지난 10일 종영한 KBS2 '공항 가는 길'은 한마디로 이렇게 호평 받았다. 매 회 소설같은 대사 뿐만 아니라 돋보이는 색채감, 독특한 구도 등 아름다운 영상미로 화제를 모았다. 그 중심에는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가 있다.

지난 16일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 자리를 가진 김철규 PD는 "이렇게 연출이 많이 언급된 드라마가 있냐"며 놀라워 했다. 김철규 PD는 앞서 KBS2 '황진이', tvN '응급남녀' 등 에서도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 바 있다.

"최근 드라마 중 연출에 대해 많이 거론된 드라마가 없는 것 같다. 칭찬하는 말들이니, 감사히 받겠다. 얻은 게 많은 작품이다. '공항 가는 길' 전까지는 나도 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추구했다. 하지만 영화 '봄날은 간다'로 대표되는 이숙연 작가의 서정적인 정서가 좋았고, 이번 기회로 잔잔한 감성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요즘 드라마는 초반 전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시청률을 잡기 위해선 시작되는 이야기가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 가는 길'은 잔잔한 감성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강해진다. 이를 두고 김 PD는 정확히 "반대 지점에 서 있는 드라마"라고 했다.

"'공항 가는 길'의 문어체 대사들은 수필이나 문학작품에 가깝다. 초반에는 자극적인 사건이 없어 인물들의 소소한 감정을 서서히 느리게 밟아가야 했다. 요즘 드라마들과 정반대 지점에서 시작했다.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다. 욕심이야 왜 없었겠나. 그래도 꾸준히 8~9%를 유지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본다."

김철규 PD는 촬영하면서 공간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했다. 대본의 잔잔함을 살리려면 영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영상미를 위해 그에 알맞은 현실적인 장소가 필요했다. 김 PD는 극중 서도우(이상윤 분)의 집과 사무실이 특히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고 했다.

"서도우의 공간들을 찾기 어려웠다. 대본을 보고 현실적으로 서도우 집 같은 곳이 있을까 생각했다. 운 좋게 장욱진 화백 고택을 찾아냈고, 다행히 촬영할 수 있었다. 서도우 사무실은 더 힘들었다. 이태원에 위치한 곳인데, 비용도 만만치 않아 스태프들이 말리더라. 하지만 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서울에서 몇 안되는 풍경'이었다. '공항 가는 길'은 그런 장면들이 중요했다."

'공항 가는 길'은 공항에서 시작해 공항으로 끝났다. 김철규 PD는 결말에 대해 작가가 처음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생명체' 같은 드라마가 가진 특성 덕분이었다. 김 PD는 두 사람이 쌓아온 관계를 무너트리지 않는 선에서 잘 마무리 됐다고 했다.

"사실 작가와 시작할 때 생각해둔 결말은 있었다. 서도우와 최수아가 각자의 자리에서, 문자만 주고받는 사이로 남는 거였다. 지금의 결말에는 생명체와 같은 드라마 특성이 반영됐다. 드라마는 일단 시작하면 처음 의도대로 가지 않고, 흐름 따라 가게 된다. 각자 가정으로 가든 둘이 잘 되든 간에 결국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설득력과 지금까지 쌓은 두 사람의 관계성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만약 각자 가정으로 돌아갔다면 항의가 쏟아지지 않았을까? (웃음)"

김철규 PD는 이번 작품으로 이숙연 작가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매번 새로운 작가와 작업을 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묻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김 PD는 "창작자에게 자기복제는 위험하다 생각한다. 장르를 바꾸면 이전 작품과 같은 연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다른 장르로 새로운 작가와 작업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 김철규 PD는 '공항 가는 길'에 큰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제공|쉘 위 토크

'공항 가는 길' 이후 차기작 역시 또 다른 색이 될 것 같다는 김철규 PD. 그에게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을 위한 메시지를 부탁했다. 김 PD는 "연출자들은 다 알거다. 현장에서 수없이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잘 안된 부분에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그럼에도 (드라마를) 잘 봐줘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 밖에 달리 전할 말이 없다" 쑥스러운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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