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과 그 일당은 사익을 위해 국내 스포츠계 전반에 마수를 뻗고 있었다. ⓒiMBC 제공
한국 사회의 2016년이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 새로운 시대를 연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 체육도 같은 길을 걸었다. 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나 큰 피해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야구와 축구 등 각 종목은 변함없는 사랑 속에 소중한 싹을 키웠다. 바둑발 '알파고 신드롬' 속에서 인간과 기계, 스포츠의 정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국 스포츠의 2016년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K스포츠재단은 지난 1월 12일 정부에 설립을 신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별다른 검토 없이 하루 뒤인 1월 13일 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허가했다. K스포츠재단은 비인기 종목 지원 등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9개 기업에 현금 288억 원 출연을 약속 받은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26일 설립을 신청하고 하루 뒤 문체부의 허가를 받은 미르재단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검증 절차가 전혀 없었다. 보기 드문 졸속 행정이었다.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에 개입돼 있어 이 같은 결과가 가능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관계자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해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뜯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여기서부터 드러났다.

알고 보니 대한민국 스포츠 전반에 최순실과 그 일당의 마수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받은 피해가 매우 컸다.

최순실이 소유한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는 경기장을 지어 본 적도 없으면서 올림픽 개, 폐막식장 건설을 수주하려고 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문체부를 흔들어 수주 업체를 바꾸려고 했다.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은 이들의 압박 때문에 옷을 벗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 회장이 계속해서 K스포츠재단의 현금 출연 요구에 미온적이었는데, 이 때문에 사퇴 통보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조 회장은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답했다.

기업에서 평창 올림픽 스폰서로 내놓을 금액을 K스포츠재단에서 가로채 현재 스폰서 유치 금액이 목표액인 9,400억 원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순실의 조카이며 최순득의 딸인 장시호는 지난해 6월 유소년 선수를 키우고 은퇴한 선수를 교육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사익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리의 핵심엔 국가 행정가들도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제2 차관은 최순실 일당과 손잡고 스포츠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수영 선수 박태환에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삼성 그룹에 연락해 장시호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 원을 대라고 큰소리쳤다. 통합 체육회를 만들면서 자신의 사람을 곳곳에 심어 체육계 전반을 움직이려고 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김종이 차관직을 맡은 2013년부터, 대한승마협회에 '최순실 라인'을 세우려고 반대파를 모두 내보냈다는 증언도 최근 나오기 시작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양파 껍질 같다.

김종이 승마협회를 쥐고 흔들려고 했던 것은 정유라 때문이다. 정유라는 승마 국가 대표였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상 처음으로 승마 특기생으로 수시 모집에 합격했다. 정유라는 정윤회와 최순실의 딸이다.

규칙 없는 경쟁은 스포츠가 아니다. 양심을 버리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 스포츠계가 그렇다.

정유라가 특혜 의혹을 받자 2014년 12월 트위터에 남긴 말은 우리 스포츠계의 자화상인 것 같아 서글프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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