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호는 11일 낮 12시 SPOTV에서 생중계하는 UFC 206에서 컵 스완슨과 맞붙는다. ⓒ이교덕 기자
[스포티비뉴스=백승희 칼럼니스트] 케이지 안에서 강자가 진정한 강자다.

페더급 한계 체중은 145파운드(65.77kg)지만 보통 체중계 오차를 고려해 1파운드 여유를 줘 146파운드(66.22kg)까지 맞추면 된다.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5, 부산 팀 매드/사랑모아 통증의학과)가 10일(이하 한국 시간) 145.5파운드(66.0kg)로 UFC 206 계체를 통과했다. 이제는 평소 체중으로 회복하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컵 스완슨과 일전을 치를 일만 남았다.

슈퍼 보이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11일 UFC 206이 열리는 에어 캐나다 센터에 도착한 슈퍼 보이는 대기실에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경기를 기다릴까?

두호의 모습을 그리다가 필자는 지난해 11월 28일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UFC 서울 대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

"이번 경기에는 세컨드로 참여해 주세요."

▲ 지난해 11월 28일 열린 UFC 서울 대회에서 선수 대기실 풍경. 당시 코리안 슈퍼 보이와 함께 대기실을 사용하던 '스턴건' 김동현(부산 팀매드)도 보인다. 경기를 앞둔 선수와 세컨드들이 대기실내에 비치된 TV로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시 서울에서 미국의 샘 시실리아와 UFC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던 슈퍼 보이가 어느 날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안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최초의 UFC 대회니 만큼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게 아니라 세컨드로 참여해서 직접 경기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싶은 두호의 배려였다.

"내가 무슨…." 격투기 전문가도 아닌 내가 세컨드로 함께한다는 게 망설여졌지만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그의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못할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

대회 당일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 도착한 필자가 선수 대기실에 들어선 건 오후 5시경. 경기를 앞둔 선수와 세컨드들로 분주하고 떠들썩한 분위기일 거라 상상했는데 막상 들어가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난생처음 접한 대기실 안은 그야말로 침묵만이 흐르는 고요한 곳이었다.

▲ 이번에는 감량 폭이 크지 않아 비교적 쉽게 계체를 통과했다는 코리안 슈퍼 보이. 사우나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호텔 방 욕실에서 반신욕을 한 후 수건을 덮어 땀을 빼고 있다.
자그마한 TV가 비치돼 있어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대기 중인 선수와 세컨드들은 TV에서 다른 선수의 경기를 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만 모두 말이 없었다. 슈퍼 보이의 말에 따르면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롭게 곤두서 있기 때문에 함께한 세컨드조차 말을 잘 붙일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슈퍼 보이의 옆에 앉아 그가 경기를 기다리며 무엇을 할까 지켜보게 됐다. 그런데 대기실 내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슈퍼 보이는 내가 평소에 보던 그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하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그에게 내가 물었다.

"지금 심정이 어떻노? 긴장되지는 않나?"

그는 내게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긴장되고 떨립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조해하고 긴장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건 없으니까요."

당시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다섯이던 청년 최두호는 이렇듯 피 말리는 긴장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한 목소리로 나와 대화를 나누던 슈퍼 보이는 자신의 경기 시간이 되자 옥타곤을 향해 걸어갔고 상대방이던 샘 시실리아를 1라운드 1분 33초 만에 쓰러뜨렸다. 나는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환호했다.

이제 슈퍼 보이는 지금껏 그와 싸워 온 상대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페더급 세계 랭킹 4위의 강자 컵 스완슨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앞둔 슈퍼 보이의 지금 심정은 이미 치렀던 지난 세 번의 경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라 필자는 생각한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두호는 항상 이야기한다. "케이지 안에서 강한 정신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강자"라고. 물론 슈퍼 보이가 그 뒷말은 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진정한 강자는 바로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 자신을 가리키는 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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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칼럼은 오늘까지입니다. 글쓰기 전문가가 아닌 제가 지난 6일간 매일 칼럼을 연재할 수 있어서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제 글 읽어 주신 코리안 슈퍼 보이의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필자 소개- 사랑모아 통증의학과 원장. 대구테니스협회장. UFC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와 테니스 국내 여자 랭킹 1위 장수정을 후원하면서 매주 대구시립희망원 진료 봉사를 나서는 동네 의사. 수필집 '사랑모아 사람모아'에 이어 소설 '내 친구 봉숙이'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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