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은 심판 매수 징계에 따른 승점 감점으로 FC 서울에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내줬다. ⓒ곽혜미 기자

한국의 2016년은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 새로운 시대를 연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한국 체육도 같은 길을 걸었다. '국정 농단 의혹'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에서 체육은 태풍의 눈이었다. 그러나 큰 피해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야구와 축구 등 각 종목은 변함없는 사랑 속에 소중한 싹을 키웠다. 바둑발 '알파고 신드롬' 속에서 인간과 기계, 스포츠의 정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국 스포츠의 2016년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한국 프로 스포츠계는 2016년 '클린 스포츠'를 외치며 힘차게 출발했지만 어긋난 방향으로 향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 야구, 프로 축구를 포함해 종목을 막론하고 다양한 이유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북 현대 심판 매수…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전북 현대는 2013년 팀 스카우트가 심판들에게 수백만 원을 건넨 사실이 지난 5월 알려져 9월 유죄 판결과 함께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승점 9점 감점 징계를 받았다.

전북은 2위 FC 서울에 승점 15점이 앞선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다가 승점 9점이 삭감되면서 6점 차의 추격권에 끌려 들어갔다. 최종전을 앞두고는 서울과 승점 67점 타이가 됐다. 지난달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13분 박주영에게 결승골을 맞아 0-1로 졌다. K리그 연속 우승이 심판 매수에 의해 좌절된 셈이다. 아시아 최고 명문 구단이지만 승부 조작이라는 '주홍 글씨'도 함께 새겨졌다.

프로연맹에도 '전북에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이유로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해 12월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경남 FC에 승점 10점 삭감과 7000만 원 제재금을 부과한 일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2006년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A가 심판 매수와 승부 조작 혐의로 유벤투스의 리그 우승 기록을 박탈하고 2부 리그 강등을 명령한 사실과 비교해 비난 여론이 더 커졌다.

승부 조작, 공연 음란죄, 음주운전

지난 7월 13일 kt 김상현의 공연음란죄가 터지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NC 이태양과 상무 문우람(넥센)이 브로커의 청탁을 받고 프로 야구 경기에서 승부 조작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7일 자진 신고한 유창식을 포함해 전, 현직 프로 야구 선수와 브로커, 구단 관계자 등 모두 21명을 검거했다고 승부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KBO 리그는 올 한 해 승부 조작 외에도 선수들의 일탈에 곤욕을 치렀다. 1월 임창용 오승환의 외국 원정 도박을 시작으로 3월 오정복과 4월 손영민 9월 에릭 테임즈에게는 음주운전으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KBO가 올해 상벌위원회를 연 횟수는 11회로 2009년 8회에 이어 가장 많다. 지난달 28일엔 현직 프로 야구 선수 정 모 씨가 50대 여성을 차 안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선수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009년 정규 시즌 MVP 김상현은 공연음란죄로 유니폼을 벗었다. 삼성과 국가 대표팀 불펜을 지켰던 안지만은 불법 도박 의혹에 이어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에 투자한 혐의가 겹쳐 방출됐다.

또 KBO 리그 출신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미국에선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더니 귀국해선 지난 2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음주운전 혐의를 시인해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어려워졌다.

첼시 리 사기극에 휘말린 WKBL

여자 프로 농구는 첼시 리 사기극에 망신을 당했다. 첼시 리는 지난 6월 국가대표 귀화 자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서류 위변조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첼시 리의 모든 기록을 삭제하고 혼혈 선수 제도를 폐지했다. 첼시 리의 소속팀이었던 KEB 하나은행의 2016년 신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순번을 최하위로 미뤄 불을 껐다.

하지만 정작 신선우 WKBL 총재가 첼시 리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데다 박종천 전 KEB하나은행 감독은 사임 3개월 만에 해설 위원으로 돌아와, WKBL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망각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팬들은 아직 등을 돌린다.

쇼트트랙과 수영도 멍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0월 불법 도박 혐의로 1년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국가 대표 선발전 참가를 허락해 비난 받았다. A 선수는 지난 4월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국가 대표급 선수 5명과 함께 불구속 입건됐는데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제외한다고 명시한다.

수영 국가대표팀은 몰래카메라 홍역을 앓았다. 진천선수촌 여자 수영 국가대표팀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가담했던 남자 수영 전, 현직 국가대표 2명을 포함한 수영 선수 4명이 지난달 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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