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에 오른 가시마 앤틀러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가시마의 아시아 클럽 사상 첫 클럽 월드컵 결승행엔 운이 따랐다. 그리고 때론 운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는 14일 오사카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과 4강전에서 3-0으로 이겼다. 가시마는  점유율에서 31%-69%로 밀렸고 슈팅 수는 10-24로 뒤졌지만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전은 AT 나시오날이 여러차례 완벽한 찬스를 잡았다. 전반 23분과 추가 시간에 골대를 두 번 맞췄다. 전반 31분 도이 쇼마의 페널티킥에 선제 실점했지만 AT 나시오날은 공격수의 개인 능력을 활용해 추격에 나섰다.

가시마의 후반 경기 운영은 훌륭했다. 철저히 간격을 좁히면서 개인기 좋은 AT 나시오날이 드리블할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패스 템포가 느린 AT 나시오날은 드리블 돌파가 아니면 공간을 만들 수 없었다. 수비로 경기 흐름을 잡은 뒤 가시마는 두 번의 역습으로 AT 나시오날을 '녹아웃'시켰다.



가시마의 경기력은 칭찬해야 하지만 운도 따랐다. 첫째는 대진운이다. 이번 클럽 월드컵 대진은 지난 9월 2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추첨으로 확정됐다. 개최국인 일본 대표로 나선 가시마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6강전에서 아프리카 챔피언 마멜로디 선다운즈를 만났다. 선다운즈는 개인 기량은 뛰어날지 모르나 조직력이 약한 팀이었다. 5위 결정전에서도 선다운즈는 전북에 1-4로 대패했다. 4강 대진 역시 '유럽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대신 '남미 챔피언' AT 나시오날을 만났다.

FIFA가 이번 대회에 시험적으로 적용한 비디오 판독도 가시마의 결승행을 도왔다. 전반 31분 페널티킥은 프리킥 상황 뒤 얼마가 지난 뒤 선언됐다. 베리오가 니시 다이고의 발을 밟은 것을 비디오가 잡았다. 페널티킥 자체는 정당했다. 그러나 AT 나시오날의 반칙은 교묘했고 심판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다른 대회였다면 페널티킥 없이 지나갈 장면이었다. 비디오의 '어시스트'를 받은 도이의 선제골로 가시마는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전반전엔 골대의 도움도 2번이나 받았다. AT 나시오날의 골 결정력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 골대는 둥글다. 몇 센치 차이로 골대를 맞고도 골문으로 빨려들 수 있다. 결정적인 찬스 두 번 모두 골대를 맞춘 것은 AT나시오날에 불운이요, 가시마에는 행운이었다. 골대를 때린 두 번 가운데 한 번만 골로 들어갔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이 있으면 잇따른 행운을 누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15일 오사카 스이타 스타디움엔 가시마가 아시아 클럽 최초로 결승에 오르도록 '온 우주의 기운'이 모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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