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FC의 목표와 함께하기로 결정한 이범영. 사진=아비스파 후쿠오카

[스포티비뉴스=김덕중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들이 일본으로 유출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범영을 비롯해 김승규, 정성룡이 한꺼번에 J리그로 이적했다. 김진현, 구성윤까지 국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험이 있는 한국 골키퍼 5명이 지난해 J리그에서 뛰었다. 강원 FC가 국가대표급 수문장의 국내 복귀를 이끌어 내며 이런 골키퍼 유출에 제동을 걸었다.

강원은 19일 이범영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이적한 이범영은 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다. 이범영은 각급 대표 팀을 거치며 일찌감치 대형 골키퍼로 주목을 받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그는 성인 대표 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A 매치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킨 경험도 있다.

이범영을 영입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강원은 그 어느 포지션보다 수문장의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송유걸과 함께 힘을 합쳐 골문을 지킬 골키퍼 강화를 위해 움직였다.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이적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이범영 영입을 위해 노력했다.

이범영은 이적 시장에서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수도권 모 구단은 이범영의 영입을 강하게 추진했고 계약 성사 직전이었다. 이범영도 모 구단으로 1차 의사 결정을 마친 상황이었다.

강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범영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9일 이범영에게 강원 유니폼을 입히기 위해 전향적으로 움직였다. 부단장이 5시간 30분 동안 운전을 해 부산으로 향했고 밤 9시쯤 부산 시내 한 카페에서 이범영과 만났다.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긴 대화가 이어졌다.

이범영은 자신을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온 구단에 고마운 마음을 느꼈고 진심 어린 행동과 대화에 호감을 나타냈다. 강원과 함께하는 도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고 진전이 있었다. 

강원은 시도민 구단 첫 정규 리그 3위 달성을 통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라는 목표에 대해 명확하게 밝혔다. 앞으로 구단이 나아갈 방향과 이범영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범영은 강원의 도전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강원행을 쉽게 결정하진 못했고 그날은 헤어졌다.

강원은 현장에서 만나 한번에 계약한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이범영에게 “어느 곳에서든지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원한다”는 덕담과 함께 새벽 5시에 강릉으로 복귀했다. 강원은 이범영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고 다른 골키퍼 영입을 준비했다.

이범영이 강원 이적을 망설인 가장 큰 이유는 강등에 대한 기억이었다. 이범영은 부산과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2년 연속 강등을 경험했다. 골키퍼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최후방을 지킨 그에겐 가혹한 시간이었다. 더는 구단 강등의 현장을 지키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았다. 

부단장이 강릉으로 떠났지만 이범영은 강원의 확실한 목표와 비전을 매력적으로 느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강원과 함께할 ACL 도전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그는 강원이 강등이 아닌 높은 곳에서 도전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주말에 나온 강원의 선수 영입 결과들도 이적 결심에 도움이 됐다.

이범영은 강원 이적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지난 11일 먼저 강원에 연락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이적을 원했다.

조태룡 대표는 “과거를 극복하고 인간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오프라인 게임 제작자의 소임”이라며 “영입하는 선수들 한 명 한 명 다 사연이 있다. 과거의 아픔을 좋은 기억으로 바꿀 수 있도록 강원이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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