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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한 발만 더 도와줘" 힘들 때마다 되새긴 와이프와 아기 이름...이우석, '은→동→금' 개인전 마지막 퍼즐 완성

작성일: 2026.10.04 03:25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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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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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카자키(일본), 신인섭 기자] 이우석이 사대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칠 때 되새긴 이름은 와이프와 아기 이름이었다. 

이우석은 3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일본의 나카니시 준야를 세트 스코어 6-2(29-26, 27-27, 29-29, 29-27)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전날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예천군청)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개인전까지 제패하면서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경기 내용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이우석은 1세트를 29-26으로 잡아 기선을 제압한 뒤 2세트와 3세트를 각각 27-27, 29-29로 비겨 리드를 지켰다. 4세트에서는 29-27로 나카니시를 제압하며 승부를 끝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이우석은 "제일 염원했던 마지막 퍼즐을 맞춘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대회였던 만큼 조금 더 많이 긴장했던 경기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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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퍼즐'이라는 표현에는 지난 두 차례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이우석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고, 2022 항저우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금메달로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금·은·동메달을 모두 수집하게 됐다. 

그러나 이우석에게 앞선 두 대회의 기억은 '메달을 땄다'는 결과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이우석은 "자카르타에서는 은메달을 땄고 항저우에서는 동메달을 땄지만 두 대회 모두 솔직히 만족스러운 경기는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항저우의 기억이 선명했다. 그는 "항저우에서는 제가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슛오프까지 간 끝에 역전패를 당했던 기억이 있다"며 "이번 개인전 결승에 올라갔을 때는 다른 건 다 생각하지 말고 내 경기만 펼치면서 내 것만 생각하자고 했다. '내가 쏘는 것만 제대로 쏘면 어차피 이길 사람은 없다'고 다짐을 많이 하고 들어가서 더 자신 있게 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상대보다 자신과 싸웠다. 결승 3세트에서는 나카니시가 29점을 기록하며 이우석을 압박했지만 정작 이우석은 상대의 점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활에 몰입했다. "사실 상대방 점수가 안 보였다. 너무 긴장한 상황이기도 했고 그때는 계속 저만 생각하면서 쐈던 것 같다. '지금 바람이 이 정도 부니까 나는 여기를 조준해서 이렇게 쏘면 어느 정도 맞겠지' 그런 생각만 계속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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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장 큰 고비를 묻는 질문에도 잠시 생각한 뒤 "딱히 없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오만해서가 아니었다. 준비한 것을 사대 위에서 모두 꺼내 놓았다는 자신감이었다. 이우석은 "고비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제가 준비한 것들을 모두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금메달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패배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는 인도에 패해 8연패 도전이 무산됐고, 여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도 김제덕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8강부터 이우석만 남았다. 한국 양궁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우석 역시 대표팀의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부담이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라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물론 바람의 영향도 있고 변수도 있고 모두 똑같은 상황이지만 결과론적으로 잘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까 마음이 무거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결승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자신의 금메달 하나만이 아니었다. "결승에 올라왔을 때 제가 준비한 것들, 그리고 우리 양궁 대표팀이 준비한 것들을 진짜 말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한 이우석은 "잘 보여드린 것 같아서, 물론 금메달을 따고 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직 한국 양궁은 강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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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대에 섰지만 실제로는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 개인전에서 먼저 탈락한 김우진과 김제덕은 이우석에게 부담을 얹는 대신 한 가지 주문만 반복했다. '너의 경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우석은 "우진이 형과 제덕이가 제일 먼저 말한 게 '그냥 너 경기해'였던 것 같다. '긴장하지 말고 다른 건 다 신경 쓰지 마. 네가 준비한 것, 네 경기만 하면 돼'라고 이야기해줬다"고 했다.

도움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전날 남자 단체전 경기가 끝난 뒤 이우석은 두 사람에게 먼저 개인전 연습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세계 최정상급 궁사인 김우진과 김제덕을 연습 상대로 세워 놓고 결승을 준비한 셈.

이우석은 웃으며 "단체전 경기가 끝나고 제가 먼저 우진이 형과 제덕이에게 '나 내일 개인전도 있으니까 연습 좀 도와달라'고 했다. 세계 랭커 선수들에게 열심히 맞으면서 배웠기 때문에 결승에서 좀 더 자신 있게 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우진과 김제덕은 이날 관중석에서 이우석의 경기를 지켜보며 힘을 보탰다. 

결승 도중에는 동료의 목소리가 이우석을 붙잡아준 순간도 있었다. 2세트 첫발에서 8점을 쐈을 때였다. 흔들릴 수도 있었던 순간, 관중석에서 김제덕을 비롯한 동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는 "제덕이였나 누가 말하는 걸 들었다. 제가 들은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쏴' 정도였던 것 같다. 너무 긴장해서 그렇게 들렸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 소리치는 걸 들었고 저는 그렇게 해석했다. '동요하지 말자. 이건 그냥 바람 때문에 나간 거니까 다시 잡고 쏴보자'고 생각했다. 흔들릴 수 있었는데 그 목소리 하나로 다시 마음을 잡았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김제덕은 경기 전에도 "목청 터져라 응원할 테니까 잘하고 오세요"라며 이우석을 응원했다. 이우석은 "두 선수에게 모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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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한국 양궁을 가장 거세게 위협한 인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이우석은 인도의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대회 결과만으로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꺾였다고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우석은 "인도가 잘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저희가 월드컵이나 모든 대회를 하면서 단 한순간도 쉽게 올라간 적은 없었다. 남녀 선수들 모두 힘겹게 올라가서 금메달을 따 왔다. 이번에 못했다고 해서 갑자기 이렇게 된 것보다는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붙는다면 다시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의 아픔을 독특한 표현으로 정리했다. "선수들이 아플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아픔이 있어야 다음 한 걸음을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영양제 한 번 맞았다'고 표현해주고 싶다"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금메달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이우석은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고,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들 도윤이가 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 이우석이 마음속으로 되뇐 이름도 가족이었다. 이우석은 "4강을 할 때도, 결승을 할 때도 와이프 이름이랑 아기 이름을 계속 이야기하면서 시합을 했다. 와이프 이름을 되새길 때마다 10점을 쏘기도 했고, 아기 이름이 도윤이인데 '도윤아, 아빠 한 발만 더 도와줘'라고 했을 때도 10점이 맞았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윽고 이우석은 "1등 공신은 제 와이프와 아들이 아닌가 싶다. 굉장히 마음에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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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은메달, 2022년 동메달, 그리고 2026년 금메달. 이우석은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마침내 개인전 메달의 세 가지 색깔을 모두 채웠다. 전날 남자 단체전 금메달까지 더해 이번 대회 2관왕. 스스로 말했던 '마지막 퍼즐'도 그렇게 완성됐다. 

하지만 이우석은 금메달을 오래 붙잡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에게 국제대회 금메달은 다음 해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보증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국내 선발전에서 처음부터 경쟁해야 한다.

이우석은 "제 대답은 늘 같을 것 같다"며 말했다. 아울러 "이제 시작이니까, 또다시 시작이니까 지금 이 기분은 딱 여기까지만 놓고 가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새로운 기분과 마음으로, 또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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