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왜 뽑았나", "국내 복귀해도 어렵다" 비판에도...집념의 크로스→日 붕괴, 결승골 만든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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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요타(일본), 신인섭 기자] 가장 중요한 순간, 양민혁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엄지성의 결승골로 한국이 승리를 가져왔지만, 그 골의 상당한 지분은 양민혁에게 있었다.
양민혁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선발 출전해 한국의 1-0 승리와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 2014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양민혁 개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결승전이었다. 이번 대회 내내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결승전 전까지 양민혁은 3경기에서 총 117분을 소화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갔지만 공격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간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기대가 컸던 만큼 비판의 강도도 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양민혁의 경기력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고, 일부에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욕설까지 등장했다. "양민혁 왜 뽑았나", "국내 복귀해도 어려울 것", "양민혁 퇴보했다" 등의 비난이 거셌다. 경기장에서 보이는 양민혁의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 예견된 부진이기도 했다. 양민혁은 최근 소속팀에서 충분한 실전 감각을 쌓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해 여름 포츠머스로 임대돼 공식전 16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지만, 올해 1월 코번트리 시티로 임대된 뒤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코번트리에서는 챔피언십 정규리그 3경기에서 단 28분을 뛰는 데 그쳤다. 모두 교체 출전이었다. 코번트리가 치열한 승격 경쟁을 벌이는 동안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8월 다시 임대를 택했다. 행선지는 벨기에 프로리그 베스테를로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아시안게임 직전까지 리그 2경기, 49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결국 꾸준한 실전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했다. 한창 경기를 뛰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출전 시간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과거의 날카로운 모습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 아쉬웠던 이유는 양민혁이 한국 축구 최고의 유망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아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양민혁은 2024시즌 강원FC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준프로 신분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뒤 곧바로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리그 38경기에서 12골 5도움을 올리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활약을 인정받아 18세의 나이에 토트넘 홋스퍼와 2030년까지 계약하며 유럽 진출까지 이뤄냈다. 2025년 1월 토트넘에 합류한 뒤 QPR을 시작으로 포츠머스와 코번트리를 거쳤고, 현재는 베스테를로에서 임대 생활을 이어가며 다시 한번 반등을 노리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그 반등을 위한 중요한 무대였다. 그러나 결승전 직전까지 양민혁에게 이번 대회는 좀처럼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기대했던 폭발적인 드리블이나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도 경기장에서 과감한 선택을 주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랬던 양민혁이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일을 냈다.
한국이 기다렸던 한 방은 후반 16분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양민혁이 일본 수비를 상대로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다. 수비와 경합하면서 공이 골라인을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됐지만 양민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공을 쫓아가 살려냈고, 집념을 발휘해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이 장면에서 사실상 결승골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양민혁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결한 공이 문전으로 향했고, 이를 잡은 엄지성이 슈팅으로 마무리하면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선제골이자 결국 아시안게임 4연패를 결정한 결승골이었다.
공식적인 득점자는 엄지성이었다. 그러나 양민혁이 골라인 앞에서 한 발을 더 뛰지 않았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득점이었다. 대회 내내 좀처럼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던 양민혁이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자신의 최대 장점인 돌파와 집념으로 금메달을 향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번 대회 몇 경기의 부진으로 양민혁이 지금까지 보여준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과 18세에 K리그를 뒤흔들고 토트넘의 선택을 받았던 선수이고, 이제 겨우 20세다. 유럽 진출 이후 여러 차례 임대를 거치며 좀처럼 안정적으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 여파 속에서 이번 대회에서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힘으로 중요한 장면 하나를 만들어냈다. 자신을 향했던 비판을 한 번의 플레이로 모두 지워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로는 충분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낸 공 하나가 엄지성의 결승골로 이어졌고, 한국은 일본을 넘어 아시안게임 4연패를 완성했다. 양민혁에게 이번 결승전의 한 장면이 그동안 짊어졌던 부담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금메달과 함께 되찾은 자신감을 소속팀으로 가져가 다시 자신의 축구를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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