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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NOW] 학교체육 위기, 아시안게임서 드러났다…유승민 회장 “교육부·문체부·국회 관심 절실”

작성일: 2026.10.04 13:43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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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 (왼쪽부터) 이상현 선수단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택수 선수촌장 ⓒ연합뉴스
▲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 (왼쪽부터) 이상현 선수단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김택수 선수촌장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나고야, 정형근 기자] “엘리트 체육, 특히 학교체육의 엘리트 육성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많이 축소됐고 위축돼 있다. 이 부분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체육, 특히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하고 어둡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마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진단은 무거웠다.

대한체육회는 4일 일본 나고야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이상현 선수단장, 김택수 국가대표선수촌장이 이번 대회의 성과와 문제점을 돌아보고 2028 LA 올림픽을 향한 과제를 밝혔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9개와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 등 모두 15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3위에 올랐다. 

유 회장은 먼저 이번 대회를 두고 “아쉽기도 하고 여러 가지 숙제도 남겼지만 여러 종목에서 의미 있는 성과와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라고 평가했다.

농구와 야구, 여자 핸드볼 등 구기 종목이 선전했고 근대5종 여자 개인전과 스케이트보드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나왔다. 새롭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에서도 초대 챔피언을 배출했다.

반면 유 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과제들도 확인했다”며 “중국과 개최국 일본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 강세 종목에서 기대했던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메달밭이 흔들린 점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변화였다.

대한체육회는 수영과 양궁, 펜싱, 탁구, 태권도 겨루기, 유도 등 기존에 메달을 견인했던 종목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 회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양궁, 태권도 등 전통 강세 종목에서 이번에 주춤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세계 최고를 항상 지킨다는 것이 도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번 대회가 양궁 여자 선수들을 비롯해 전통 강세 종목의 협회나 선수들에게 조금 더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아시안게임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회는 LA 올림픽을 가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자 과정이라고 계속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는 귀국 후 각 종목의 부진 원인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다.

유 회장은 “선수들이 선수촌에 입촌해서 훈련할 때나 해외 전지훈련, 해외 대회에 나갈 때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세심한 부분까지 돌아가서 면밀히 체크하고 강세 종목들이 왜 주춤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경쟁국 분석도 강화한다.

유 회장은 “양궁의 경우 이미 인도가 강세로 올라왔는데 인도가 어떻게 훈련하고 어떤 식으로 지원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체육회 차원에서도 강세 종목에 도전하는 국가들을 면밀히 분석해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회장이 더 심각하게 바라본 문제는 국가대표보다 아래에 있었다.

한국 스포츠의 출발점인 학교체육과 엘리트 선수 육성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생활체육과 스포츠클럽을 통해 다양한 선수들이 발굴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엘리트는 엘리트대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학교 운동부가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유 회장은 “지금 학교 운동부 같은 경우에는 창단되는 학교 운동부 수보다 해체되는 수가 두 배가 더 많다”며 “그런 것을 우리가 짚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대표 선수들이 학교에 있는 운동부나 엘리트 육성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온다고 생각한다”며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저는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개선되는 부분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통 있는 운동부가 사라지는 현실도 우려했다.

유 회장은 “전통 있는 운동부를 육성한 학교들이 운동부를 해체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끝내고 돌아가면 학교 운동부와 엘리트 육성 실태부터 더욱 면밀하게 파악해 교육부,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육성 방안을 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가 학교체육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것은 학교 운동부에 대해서 대한체육회가 갖고 있는 권한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서 미래 1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를 향해서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교육부와 학교체육 문제를 놓고 실무선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학교 내 스포츠 활동에 대해서 조금은 미온적인 것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균형’이었다.

유 회장은 “일반 학생들이 스포츠에 참가하는 빈도도 높아야 하지만 학교 운동부라든지 엘리트 종목을 육성하는 시스템도 학교와 교육 안에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트 체육, 특히 학교체육의 엘리트 육성은 과거에 비해 굉장히 많이 축소됐고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현장을 설명하면서는 ‘눈칫밥’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했다.

“선수와 지도자, 학교 운동부 지도자가 눈칫밥을 먹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모든 학교와 모든 운동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민원을 종합해 보면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 회장은 곧바로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미래에 대한 경고를 덧붙였다.

“이 부분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체육, 특히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하고 어둡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다고 했다.

유 회장은 “학령인구가 줄었다, 아이들이 없다는 것은 이미 수년간 경험해서 데이터가 있다”며 “내가 운동할 때나 김택수 촌장님이 운동할 때도 중국이나 일본, 미국보다 인구가 많아서 금메달을 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목마다, 선수마다, 환경마다 맞춤형 지원을 했고 우리만의 스타일로 갔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있었다”며 “문체부와 교육부, 국회, 체육계 모두가 어린 선수 육성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택수 국가대표선수촌장도 같은 문제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촌장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중·고교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거론하며 학생선수들이 높은 수준의 훈련을 이어가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고등학교, 중학교 선수들이 있다. 어떻게 보면 스포츠 영재”라며 “이 영재들이 앞으로 국가대표 훈련원에 계속 들어와서 훈련도 같이 해야 하는데 수업일수 등의 문제 때문에 훈련에 굉장히 애로사항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수준에 맞는 훈련 환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촌장은 “이 선수들이 정말 대표팀 수준에 맞는 경기력을 갖고 훈련해야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시스템에서는 체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육성 기반이 흔들리는 사이 아시아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유 회장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인도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국가 정책적으로 스포츠를 육성하고 있다”며 “스포츠파크와 경기장을 만들고 대회 유치에 많은 힘을 쏟으며 거기에 걸맞은 선수 경기력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외교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도 크다고 했다.

유 회장은 “이러한 국가들에 가보면 과거와 다르게 스포츠에 대한 움직임이 굉장히 활발하고 스포츠 외교적으로도 많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과거 우리가 중국과 일본만 견제하고 특정 종목에서 인도나 동남아시아 국가를 견제했다면 지금은 그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종목단체와 대한체육회, 선수들도 앞으로 준비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고 세세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유 회장은 교육부와 문체부, 국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역할을 촉구했다.

학교체육과 엘리트 선수 육성은 대한체육회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관계기관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따로, 대한체육회 따로, 여론 따로가 아니고 현장에 있는 이슈와 숙제를 정리해서 종합해 올리면 좀 더 빠르고 폭넓게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국가가 통제해서 스포츠를 키워달라는 말은 아니다”라면서도 “국가가 관심 범주 안에서 스포츠를 바라봐줘야 스포츠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국가가 스포츠는 그냥 맡겨놓고 뒤에만 계시라고 한다면 그 동력 자체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의 훈련 방식 역시 LA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점검할 부분이다.

김 촌장은 이번 대회를 지켜보며 일부 종목에서 체력과 훈련량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쟁 무대에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는 훈련밖에 답이 없다”며 “훈련이 잘되지 않는 종목들은 결국 이 무대에서 무너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선수촌 운영에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과 훈련 강도를 낮추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촌장은 “자율성은 훈련의 자율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선수촌에서 생활하면서 젊은 세대에 맞게 훈련 외적인 시간에 자유를 주고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은 좋다”며 “하지만 훈련에는 타협이 되면 안 된다. 혹독한 훈련, 한계를 넘는 훈련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아가서 종목단체들과 치열하게 논의해보고 싶다”며 LA 올림픽 종목과 4년 뒤 아시안게임 종목을 나눠 종목별 간담회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번 대회 운영에서 반복된 문제도 결산 기자회견의 주요 화두였다.

이상현 선수단장은 “본단이 도착하는 순간부터 어제 축구 결승전까지 정말 많은 사건이 있었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 때 부단장을 경험해 많이 준비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 스포츠 외교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이런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도 극복해야 하는 만큼 다음 대회에는 선수단도 돌발 상황에 준비하고 선수들에게도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유 회장 역시 “이번 대회가 대한체육회가 조직위원회에 가장 많이 항의 서한을 보내고 항의한 대회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선수들이 영향을 받지 않고 담대하게 잘해줘 감사하다”며 이번 대회 운영에서 얻은 경험을 앞으로 국제종합대회 준비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종합 3위를 지켰다.

그러나 결산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가 바라본 현실은 순위표보다 복잡했다.

전통 강세 종목은 더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국가적 투자를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성장하는 출발점인 학교 운동부가 줄어들고 어린 국가대표 선수들은 훈련과 학업 사이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2028 LA 올림픽을 향한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LA까지 남은 시간은 2년이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가 해야 하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말하지 못하는 사항까지 파악한 뒤 좀 더 빠르고 정확하고 규모 있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메달 39개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다시 세계 정상에 도전할 선수가 계속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한국 스포츠의 가장 큰 숙제도 결국 그 지점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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