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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155연승' 끊겼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다행" 안도…"변명 아니라 진짜 목표는 올림픽 2연패"→중압감 족쇄 소멸+57kg급 과제 확인 소득

작성일: 2026.10.05 02:55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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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레슬러' 손일심(왼쪽)에게 완패한 후지나미 아카리 아버지의 선견지명이 화제다. ⓒ 'United World Wrestling' 홈페이지
▲ '북한 레슬러' 손일심(왼쪽)에게 완패한 후지나미 아카리 아버지의 선견지명이 화제다. ⓒ 'United World Wrestling' 홈페이지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일본 레슬링이 충격에 빠졌다.

무려 9년 가까이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후지나미 아카리(22·일본)가 북한 선수에게 0-10으로 완패했다.

패배를 확인한 일본 슈퍼스타는 매트 위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더니 끝내 눈물을 쏟았다.

하나 아버지는 딸의 충격적인 패전에서 뜻밖의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이제 전부 없어졌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4일 "후지나미의 연승 행진이 155경기에서 멈추면서 오히려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9년 만에 쓴잔을 경험한 '무적 챔피언'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후지나미는 이번 대회 여자 자유형 57㎏급 준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손일심(북한)에게 0-10으로 완패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단순한 준결승 탈락이 아니다. 일본 여자 레슬링을 대표하는 무패 챔피언이 무려 9년 만에 당한 일격이었다.

후지나미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부터 국내외 무대를 가리지 않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나고야 대회 8강에서 인도의 마니샤를 꺾을 때까지 장장 155연승을 질주했다.

하나 156번째 승첩은 없었다.

손일심을 상대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한 후지나미는 자신의 장기인 태클을 좀체 시도하지 못했다. 

점수 차는 계속 벌어졌고 결국 단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0-10 테크니컬 슈피리어리티 참패를 당했다.

후지나미가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경험한 첫 덜미이기도 했다.

▲ 일본 '도쿄스포츠'는 4일 "후지나미 아카리(맨 오른쪽) 연승 행진이 155경기에서 멈추면서 오히려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9년 만에 쓴잔을 경험한 '무적 챔피언'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 연합뉴스 / REUTERS
▲ 일본 '도쿄스포츠'는 4일 "후지나미 아카리(맨 오른쪽) 연승 행진이 155경기에서 멈추면서 오히려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9년 만에 쓴잔을 경험한 '무적 챔피언'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 연합뉴스 / REUTERS

그만큼 일본이 받은 충격은 컸다.

2003년생 후지나미는 일본 여자 레슬링이 자랑하는 슈퍼스타다.

4살 때 처음 레슬링을 시작해 일찌감치 남다른 재능을 드러냈다. 2018년 아시아 유스선수권과 세계 유스선수권을 연달아 제패해 세계적인 유망주로 떠올랐다.

성인 무대에서도 거칠 것이 없었다.

2021년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단박에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해 세계선수권까지 석권한 후지나미는 이듬해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2024 파리 대회에서도 여자 자유형 53㎏급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가는 전장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점유했다.

국내외에서 적수를 찾기 어려웠던 후지나미는 어느덧 일본 스포츠를 대표하는 얼굴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했다. 자국에서 열린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개회식 일본 선수단 기수까지 맡았다.

당연히 금메달 후보 '0순위'였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후지나미에게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었다.

파리 올림픽까지 주 종목이던 53㎏급을 떠나 4㎏이나 무거운 57㎏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까지 바라본 선택이었다.

하지만 첫 시험대에서 예상치 못한 고벽(高壁)을 만났다.

후지나미를 멈춰 세운 건 북한의 손일심이었다.

손일심 역시 만만한 레슬러는 아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자유형 57㎏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이미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래도 후지나미의 0-10 완패를 예상하긴 쉽지 않았다.

승패가 결정되자 후지나미는 매트 위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은 그는 이내 눈물을 쏟았다.

자그마치 155번을 연속으로 이긴 뒤 실로 오랜만에 받아든 좌절이었다.

도쿄스포츠에 따르면 후지나미는 "상대 선수가 강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져버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직 멀었구나, 내가 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의 부족함부터 인정했다.

그래도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후지나미는 지난 3일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응우옌 티 미 짱(베트남)을 10-0 테크니컬 슈피리어리티로 완파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이 준결승에서 당했던 것과 똑같은 스코어였다.

0-10으로 무너진 뒤 10-0으로 일어섰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하나 후지나미에겐 낯선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줄곧 정상에 섰던 그가 처음으로 시상대에서 다른 나라의 국가(國歌)를 들어야 했다.

후지나미는 "2년 뒤에는 반드시 '기미가요'를 울리겠다 생각하면서 들었다. 정말 분했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어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155연승을 달리는 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4살 때부터 딸을 지도해온 아버지 후지나미 도시카즈 코치는 이번 패배를 냉정하게 바라봤다.

먼저 손일심과 준결승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당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상대가 손목을 잡고 가까이 붙어 거리를 주지 않으면서 태클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작전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그 과제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맞았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체급을 올린 데 따른 숙제도 분명했다.

도시카즈 코치는 "아직 피지컬이 부족하다. 몸이 가늘게 느껴졌고 상대가 크게 보였다"면서 "서킷 트레이닝을 통해 뛰고 움직이며 체력은 좋아졌지만 앞으로는 다른 훈련도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57㎏급에 맞는 몸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히려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약점을 발견한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다.

도시카즈 코치는 "이번 패배가 올림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면서 "변명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과 2연패다. 이번에 확실하게 과제가 보였다"고 강조했다.

155연승이 끝난 데 대해서도 조금 다른 시각을 보였다.

승리를 거듭할수록 후지나미가 짊어져야 했던 '절대 지면 안 된다'는 부담 역시 커졌다는 것이다.

도시카즈 코치는 "연승 기록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예민해져 있었고 감정의 기복도 심했다"면서 "이제 전부 없어졌다"고 말했다.

155연승이라는 찬란한 기록이 사라진 동시에 그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족쇄에서도 풀려났다는 의미였다.

후지나미 역시 패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에는 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인정하면서 "이 패배를 반드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더 강해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새로운 목표도 분명하다.

2028 LA 올림픽 금메달이다.

일본 여자 레슬링 역사에서도 체급을 올린 뒤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아직 없다. 후지나미이기에 가능한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57㎏급 첫 국제대회부터 세계의 벽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0-10은 후지나미에게 단순한 패배 이상의 숫자가 됐다. 155연승의 끝에서 원점으로 회귀한 후지나미가 '두 번째 무패 질주'를 대단히 꼼꼼히 디자인하는 분위기다.

▲ 155연승의 끝에서 원점으로 회귀한 후지나미 아카리가 '두 번째 무패 질주'를 대단히 꼼꼼히 디자인하는 분위기다.
▲ 155연승의 끝에서 원점으로 회귀한 후지나미 아카리가 '두 번째 무패 질주'를 대단히 꼼꼼히 디자인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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