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는 만들었고, BTS·스키즈는 거부했다…'아시안 팝' 강행이 남긴 숙제[초점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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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혜원 기자] 그래미 어워즈(이하 그래미)가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가운데, 정작 K팝을 대표하는 그룹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가 잇달아 출품을 거부하면서 '아시안 팝'을 둘러싼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부문은 아시아 음악이 세계 음악 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커진 흐름에 맞춰 마련됐지만, 시작부터 K팝 대표주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그래미 역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래미는 내년 시상식에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이하 아시안 팝)' 부문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에 방탄소년단이 초대 수상 후보로 유력하게 꼽혔으나,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은 지난 7월 SNS에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며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 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일제히 게재했다.
이는 그래미가 신설한 '아시안 팝' 부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이 한 지역을 구분하거나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해당 부문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일 그래미가 기존 계획대로 해당 부문을 예정대로 신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CEO는 성명을 통해 "지난 몇 주간 아시아 음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며 "이 부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분들의 의견도 들었고,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특히 가장 큰 목소리는 이 부문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결론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꾸준히 소통하며 모든 음악을 최고의 방식으로 기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27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후보들을 축하할 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2일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 이후 '아시안 팝'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스트레이 키즈 역시 앨범을 출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이 키즈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스트레이 키즈가 내년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드에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K팝을 알린 대표적인 두 팀이 연이어 출품을 거부하면서 새 부문의 출범을 둘러싼 시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래미는 '아시안 팝'이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과 성장을 조명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부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북미까지 호령하는 K팝 대표 두 팀의 보이콧 선언으로 머쓱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특히 유독 K팝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그래미가 새 부문을 통해 K팝을 다시 '아시아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 묶으려 한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래미에 따르면 '아시안 팝'은 아시아에서 만들어졌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널리 인정받는 현대 대중음악이어야 하고,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가 곡에서 '의미 있게' 사용돼야 한다.
한국에서 시작한 K팝은 이미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대중음악의 중심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를 단순히 '아시아에서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기준으로 묶는 순간 K팝의 현재 위상과 확장성을 오히려 축소해 바라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에 해당 범주가 음악을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방탄소년단의 우려가 과연 해소됐는지도 의문이다.
그래미가 K팝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을 조명하려는 의도였다면, 출품을 거부한 아티스트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미가 '아시안 팝' 신설을 강행하기로 한 가운데, 내년 2월 열리는 시상식에서 첫 수상자가 탄생할 예정이다. 다만 방탄소년단에 이어 스트레이 키즈까지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누가 첫 트로피의 주인공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인다. 수상자가 결정된 후에도 관련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K팝을 대표하는 두 팀이 빠진 채 출발하는 '아시안 팝'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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