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155연승 끝나자 또 충격 소식' 日 올림픽 챔피언 세계선수권 출전 포기…57㎏급 도전 잠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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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155연승이 무너진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무려 9년 넘게 패배를 몰랐던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후지나미 아카리(22·일본)가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손일심에게 완패해 155연승이 끊긴 지 불과 나흘 만이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7일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레슬링 자유형 53㎏급 금메달리스트 후지나미가 57㎏급 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던 세계선수권에 불참한다"고 보도했다.
일본레슬링협회는 6일 후지나미 대신 나가모토 세나를 여자 자유형 57㎏급 대표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카자흐스탄에서 열린다.
후지나미에게는 체급을 올린 뒤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중요한 무대였지만 결국 출전하지 않게 됐다.
공교롭게도 발표 시점이 묘하다.
후지나미는 불과 사흘 전 폐막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선수 생활 최대 충격을 경험했다.
지난 3일 여자 자유형 57㎏급 준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 손일심(북한)에게 참패했다.
단순한 준결승 탈락이 아니었다.
후지나미는 중학교 시절이던 2017년부터 국내외 전장을 가리지 않고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8강까지 무려 155경기를 연달아 이겼다.
그러나 156번째 승리는 없었다.
후지나미는 손일심의 강한 압박에 자신의 최대 장기인 태클을 제대로 시도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고 끝내 단 한 점도 얻지 못한 채 무너졌다.
약 9년 4개월 만에 받아든 패배였다.
승패가 결정되자 후지나미는 매트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으며 움직이지 못했고 이후 인터뷰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후지나미는 "내 약함이 나왔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강해지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일본이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2003년생 후지나미는 일본 여자 레슬링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4살 때 레슬링을 시작해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고 2018년 아시아 유스선수권과 세계 유스선수권을 연달아 제패하면서 세계적인 유망주로 성장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적수를 찾기 어려웠다.
2021년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고 2023년에는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제패했다.
정점은 2024 파리 올림픽이었다.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선 후지나미는 여자 자유형 53㎏급 금메달을 거머쥐며 자신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알렸다.
국내외에서 좀처럼 패배를 허용하지 않은 후지나미는 어느덧 일본 스포츠를 대표하는 얼굴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했다. 자국에서 열린 이번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개회식 일본 선수단 기수까지 맡았다.
당연히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꼽혔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후지나미에게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었다.
파리 올림픽까지 주 종목이던 53㎏급을 떠나 4㎏ 무거운 57㎏급으로 체급을 올린 뒤 처음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였다.
시선은 이미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 시험대부터 예상하지 못한 높은 벽을 만났다.
후지나미를 멈춰 세운 주인공은 북한의 손일심이었다.
손일심 역시 세계 정상급 레슬러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자유형 57㎏급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럼에도 155연승을 달리던 후지나미가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후지나미는 준결승 패배 뒤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응우옌 티 미 짱(베트남)을 완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지켰다.
그러나 후지나미에게는 또 하나의 낯선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줄곧 정상에 섰던 그가 처음으로 시상대에서 다른 나라의 국가(國歌)를 들어야 했다.
후지나미는 "2년 뒤에는 반드시 '기미가요'를 울리겠다고 생각하면서 들었다. 정말 분했다"며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155연승을 달리는 동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4살 때부터 딸을 지도해 온 아버지 후지나미 도시카즈 코치는 충격적인 패배에서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손일심과의 준결승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도시카즈 코치는 "완벽하게 당했다"고 인정하면서 "상대가 손목을 잡고 가까이 붙어 거리를 주지 않으면서 태클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작전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 과제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체급을 올린 데 따른 숙제도 분명하게 확인했다.
그는 "아직 피지컬이 부족하다. 몸이 가늘게 느껴졌고 상대가 크게 보였다"며 57㎏급에 맞는 몸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이 향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오히려 올림픽을 2년 앞두고 약점을 확인한 것이 다행일 수 있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다.
도시카즈 코치는 "이번 패배가 올림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면서 "변명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과 2연패다. 이번에 확실하게 과제가 보였다"고 강조했다.
155연승이 끝난 데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보였다.
승리가 쌓일수록 후지나미의 어깨에는 '절대 져서는 안 된다'는 부담 역시 무겁게 내려앉았다.
도시카즈 코치는 "연승 기록에 대한 압박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예민해져 있었고 감정의 기복도 심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제 전부 없어졌다"고 말했다.
155연승이라는 찬란한 기록은 사라졌다. 동시에 그 기록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족쇄에서도 벗어났다는 의미였다.
후지나미 역시 패배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는 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인정하면서 "이 패배를 반드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고 더 강해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선수권 불참까지 결정됐다.
데일리스포츠는 구체적인 결장 사유를 별도로 전하지 않았다. 다만 일본레슬링협회가 후지나미 대신 나가모토를 57㎏급 대표로 출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후지나미만 세계선수권에서 빠지는 것이 아니다.
파리 올림픽 여자 자유형 76㎏급 금메달리스트 가가미 유카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우승 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사실을 공개해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파리 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60㎏급 챔피언 후미타 겐이치로 역시 비올림픽 체급인 63㎏급에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대표 명단에서 빠졌다.
후지나미에게 세계선수권 불참은 재정비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2028 LA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약 2년이다.
일본 여자 레슬링 역사에서 체급을 올린 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아직 없다. 후지나미이기에 가능한 도전으로 평가받았지만 57㎏급 첫 국제대회부터 세계의 벽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다.
9년 넘게 이어진 155연승은 끝났다. 세계선수권 출전도 내려놓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표현대로 이제 지켜야 할 연승 기록도 사라졌다.
후지나미는 다시 '0'에서 출발한다.
155번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한 번의 승리를 위해서다. 목표는 2028 LA 올림픽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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