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와 훈련 취소→北 국가 틀더니→태극기까지 멈췄다…日 결국 한국에 공식 사과 "F학점 아시안게임" 촌극으로 나타난 AG 위상 하락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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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결국 일본이 고개를 숙였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대한민국 선수단이 겪은 각종 운영 차질에 대해 대회 조직위원회가 대한체육회에 공식 사과했다.
입국부터 숙소, 수송, 훈련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은 데 이어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금메달 시상식에서는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태극기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대한체육회는 7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로부터 대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오무라 히데아키 위원장 명의로 보낸 서한에서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시상식 도중 발생한 태극기 게양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은 당시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태극전사들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졌지만 정작 태극기는 정상적으로 게양되지 않았다.
애국가 연주가 끝날 때까지도 태극기가 게양대 위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면서 한국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황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조직위는 현장 운영진의 사전 확인이 미흡했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태극기를 연결한 로프의 결속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매듭이 게양대 상단 도르래에 걸렸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게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직위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관계자,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태극기 사고만이 아니었다.
조직위는 별도 이메일을 통해 대회 기간 내내 문제가 됐던 수송과 의전 등 전반적인 운영 차질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이 겪은 불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자 농구였다.
한국은 지난달 20일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오전 훈련을 계획했지만 조직위가 배정한 버스가 오지 않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결승 당일 훈련을 통째로 포기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다.
남자 축구와 야구대표팀도 수송 문제를 겪었다.
남자 배구대표팀은 더욱 황당했다.
훈련장으로 이동해야 할 셔틀버스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면서 예정된 훈련 자체가 무산됐다.
조직위가 내놓은 설명은 더 어처구니없었다.
한국 대표팀이 타야 할 버스에는 파키스탄 선수단을 태웠고 파키스탄이 이용해야 할 버스에는 한국 선수들이 탑승했다는 것이다.
수송 문제로 경기 시작 시간이 늦어지는 일까지 잇따르자 조직위가 대회 도중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수송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개막 전부터 '비용 절감형 아시안게임'을 표방했다.
별도의 대규모 선수촌을 짓지 않고 선수단 숙소를 컨테이너 임시 선수촌과 크루즈선, 호텔 등에 분산했다.
수영 종목을 도쿄에서 치르는 등 나고야에서 상당히 떨어진 지역에서도 여러 종목이 열렸다.
경기장과 숙소가 광범위하게 흩어진 만큼 어느 대회보다 정교한 수송과 운영 시스템이 필요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문제는 선수들이 일본 땅을 밟은 순간부터 시작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태국 등 여러 나라 선수단이 입국 과정에서 적게는 수 시간, 길게는 10시간 넘게 발이 묶였다.
선수 등록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일부 선수는 공항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할 정도였다.
개막 뒤에도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컨테이너 숙소에서는 침대가 지나치게 작거나 물이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크루즈선 숙소에서는 남녀 선수를 같은 방에 배정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 착오까지 빚어졌다.
스포츠 외적인 논란도 이어졌다.
조직위는 크루즈선 숙소 접안 기념행사에서 아이치현 출신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도요토미는 1592년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대한체육회는 아시아 국가의 화합을 지향하는 스포츠 축제 환영 행사에 침략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을 내세운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직위에 항의했다.
욱일기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조직위는 대만과 일본의 야구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에 욱일기와 대만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일본 내 우익세력이 반발하자 이후 욱일기 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사과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심지어 국가(國歌)까지 잘못 틀었다.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 하키 경기를 앞두고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셈이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참다못해 직격탄을 날렸다.
유 회장은 "그동안 선수와 임원으로 많은 국제대회를 다녔지만 이처럼 문제가 많은 대회는 처음"이라며 "ABC 등급을 매긴다면 낙제점인 F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한 차례 항의에 그치지 않았다.
대회 기간 발생한 여러 운영 문제를 놓고 조직위에 수차례 항의 서한을 전달했고 결국 조직위의 공식 사과를 받아냈다.
체육회는 "조직위 운영과 관련한 주요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국제 종합경기대회에서 우리 선수단이 정당한 처우와 원활한 경기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제스포츠기구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제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가 유독 흔들린 배경으로는 극단적인 비용 절감이 꼽힌다.
아이치현과 조직위는 흥행과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중앙정부의 충분한 지원까지 확보하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비용을 줄였다.
별도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단체전 예선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메달을 지급하지 않을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나 비용을 아끼는 과정에서 정작 국제 종합대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운영 능력까지 흔들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이치·나고야에서 드러난 문제는 결국 아시안게임이라는 대회 자체의 경쟁력과 운영 방식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최근 아시안게임의 떨어진 위상과 흥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회 개최 시기를 기존 짝수 해에서 홀수 해로 옮기는 방안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논의하고 있다.
하계 올림픽 직전 해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해 일부 종목을 올림픽 예선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리면 각국이 정상급 선수들을 내보낼 유인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대회의 경쟁력과 흥행도 살아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최근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 일부 종목에 최정예 대신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내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관심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개최를 원하는 도시까지 줄어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아이치·나고야 대회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흥행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극단적인 비용 절감에 나섰다가 숙박과 수송, 의전 등 대회 기본 운영에서 숱한 문제를 노출했다.
개최 시기 변경이 현실화하면 2030년 예정된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흐마드 압둘라 알부아이나인 도하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나고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31년 개최 가능성에 열린 입장을 나타냈다.
알부아이나인 CEO는 "대회 개최 시기 변경안은 IOC와 OCA가 논의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위원회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열려 있다. IOC, OCA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OC 역시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최근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각 대륙 종합대회를 올림픽 1년 전에 열어 올림픽 예선으로 활용하는 흐름을 언급하면서 "OCA와 아시안게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팬아메리칸게임과 유러피언게임, 아프리칸게임 등 다른 대륙별 종합대회는 이미 올림픽 직전 해에 열리고 있다.
결국 아이치·나고야가 남긴 숙제는 단순히 '운영 미숙'이라는 네 글자로 끝나지 않는다.
입국장에서 수시간씩 발이 묶였고, 버스가 오지 않아 훈련을 포기했다. 숙소에서는 물이 샜고 국가가 뒤바뀌었으며 금메달 시상식에서는 태극기조차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조직위는 결국 한국 선수단에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과만으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치·나고야가 남긴 'F급 운영'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이제 아시안게임 자체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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