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6000억 월드컵 매각' 초대형 파문→조국마저 지지 철회했는데…인판티노 FIFA 회장 '대반전', 경쟁자들이 알아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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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투자자에게 넘기려다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던 잔니 인판티노(56) FIFA 회장에게 뜻밖의 반전이 찾아왔다.
세계 축구계의 거센 반발 속에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정작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강력한 경쟁자들이 줄줄이 출마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유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빅터 몬탈리아니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이 연맹 수장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인판티노의 4선 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일(한국시간) "몬탈리아니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CONCACAF 회장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로써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캐나다 사업가 출신인 몬탈리아니 회장은 북중미와 카리브해 지역 41개 회원국 가운데 대부분에도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몬탈리아니는 그동안 인판티노의 연임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들의 지지가 두터웠다.
유럽 출신 후보만으로는 전 세계 21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FIFA 회장 선거에서 인판티노를 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이에 유럽 축구계는 북중미와 카리브해 지역을 대표하는 몬탈리아니를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의 선택은 달랐다.
몬탈리아니는 지난달 CONCACAF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현직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ONCACAF 회장 선거가 내년 3월 FIFA 회장 선거보다 먼저 열리는 만큼 자신의 향후 행보를 일찌감치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유력 후보도 사실상 경쟁 구도에서 이탈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이다.
인판티노 체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체페린은 차기 FIFA 회장 선거의 잠재적인 대항마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최근 UEFA 회장 재선 도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FIFA 회장직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결국 인판티노를 위협할 만한 거물급 경쟁자들이 잇따라 사라진 셈이다.
가디언은 "몬탈리아니와 체페린이 각각 현직 연맹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판티노의 차기 FIFA 회장 선거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고 분석했다.
FIFA 회장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은 오는 11월 18일이다.
현재로서는 인판티노가 뚜렷한 경쟁자 없이 선거를 치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나리오다.
인판티노는 지난 7월 월드컵을 비롯한 FIFA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자본에 넘기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세계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구상은 파격적이었다.
월드컵의 상업적 권리를 전담하는 자회사 'FFE'를 설립한 뒤 지분 20%를 미국 사모펀드 스라이브 캐피털에 매각하는 방안이었다.
매각 대금은 무려 42억 달러(약 5조6000억 원)에 달했다.
FIFA 핵심 수익원인 월드컵 관련 상업적 권리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겠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축구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했고 FIFA 의사결정 구조와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인판티노는 해당 계획을 철회했지만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UEFA와 CONCACAF, 아시아축구연맹(AFC)까지 사퇴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인판티노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FIFA를 이끄는 데 전념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자신의 조국인 스위스축구협회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스위스축구협회는 지난 1일 인판티노의 연임 도전에 대한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재선 도전을 지지했지만 불과 석 달여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협회는 "최근 몇 달간 벌어진 상황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한 결과 FIFA 내부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투명성, 의사결정 과정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것은 월드컵 상업적 권리 매각 시도만이 아니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발생한 미국 국가대표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징계 유예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발로건은 월드컵 32강전에서 퇴장당해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징계 재검토를 요청한 뒤 FIFA가 출전 정지 처분을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발로건은 벨기에와 16강전에 출전했지만 미국은 1-4로 완패했다.
FIFA의 징계 결정에 외부 권력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판티노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스위스뿐 아니라 잉글랜드와 웨일스, 프랑스, 세르비아 등 유럽 여러 축구협회도 인판티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UEFA는 오는 11월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인판티노에 맞설 경쟁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인판티노 역시 흔들리는 지지 기반을 다잡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29일 FIFA 산하 6개 대륙별 연맹 회장들에게 서한을 보내 회원국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적절한 절차를 통해 책임 있게 집행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추가 지원을 지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체페린과 몬탈리아니는 FIFA에 211개 회원국 협회마다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압박한 바 있다.
인판티노는 다만 "현재 논의되는 어떤 금액도 공식적으로 승인된 지급 약속으로 볼 수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월드컵 상업적 권리 매각 계획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최근 상업적 제안은 현재 철회됐지만 FIFA가 축구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인판티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했다.
스위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라몬 베가(55)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로이터통신은 8일 "베가가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인판티노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인물은 베가가 처음이다.
베가는 출마 선언부터 현 FIFA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세계 축구 가족을 다시 하나로 묶고 진정하고 지속적인 개혁을 이루기 위해 출마한다"며 "FIFA를 21세기에 걸맞게 현대화하고 무너진 안정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FIFA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조직의 신뢰를 훼손하고 세계 축구계 전반의 믿음을 무너뜨렸다"며 "더 이상 이러한 갈등이 확대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현 수위도 상당했다.
베가는 "축구는 지금 응급실에서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 FIFA에는 새로운 방향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겉치레식 조정이 아니라 결단력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가는 현역 시절 스위스 국가대표로 A매치 23경기에 출전했다.
이탈리아 칼리아리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스코틀랜드 셀틱, 잉글랜드 왓퍼드 등을 거쳤다.
1999년 토트넘에서 리그컵 우승을 경험했고 2000-2001시즌에는 셀틱의 스코틀랜드 리그·스코티시컵·리그컵 3관왕 달성에 힘을 보탰다.
200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금융업계에 몸담았다.
FIFA 회장직에 도전하려는 시도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베가는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이 직무 정지된 2015년 회장 선거 출마를 검토했다.
2019년에는 인판티노를 상대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후보 등록에 필요한 최소 5개 회원국 협회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투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베가가 인판티노에게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근 5년 가운데 최소 2년 동안 축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출마 선언은 했지만 정작 후보 등록 단계에서 좌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인판티노는 자신을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가 잇따라 이탈하면서 예상치 못한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
월드컵 상업적 권리 매각 시도로 거센 사퇴 압박을 받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물론 연임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오는 11월 18일 후보 등록 마감까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남아 있고 FIFA 내부의 갈등 역시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당장 FIFA 평의회는 오는 15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회의를 개최한다. 월드컵 상업적 권리 매각 계획이 무산된 이후 열리는 첫 회의다.
추가 자금 지원 문제와 함께 인판티노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차기 회장 선거를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한때 조국 스위스마저 등을 돌릴 만큼 입지가 흔들렸던 인판티노가 이제는 뚜렷한 경쟁자 없이 4선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월드컵 상업적 권리 매각 논란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FIFA 수장이 경쟁자들의 잇따른 이탈을 발판 삼아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세계 축구계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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