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최고 마구가 오타니를 망쳤다? 폭투왕 불명예라니… 첫 사이영 신기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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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투‧타 겸업을 이어 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28경기에서 166이닝을 던지며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을 기록한 투수에게 합당한 대우로 보였다.
올해는 투수로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맴돌았다. 4월 성적을 보면 그랬다. 오타니는 4월까지 6차례 선발 등판에서 34이닝을 던지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 그리고 46탈삼진을 기록했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102에 불과했다. 누구도 오타니의 공을 쉽게 때릴 수 없었고, 수많은 타자들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역대급 출발’이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오타니의 승승장구에는 ‘스위퍼’라는 구종이 한몫을 톡톡히 거들었다. 예전에는 횡적인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그립과 궤적 추적이 가능해지며 ‘스위퍼’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오타니의 스위퍼는 어마어마한 좌우 비행력을 보여주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궤적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5월 이후 마운드에서 다소 고전 중이다. 5월 이후 7경기 선발 등판에서는 42이닝을 던졌고,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에 머물고 있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 또한 4.82로 좋지 않다. 이 기간 피안타율은 0.221로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피출루율은 0.310,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726으로 꽤 많이 올랐다. 이 와중에 4월 일정 마감 당시 1.85였던 오타니의 평균자책점은 3.32까지 올라갔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여전히 삼진은 많이 잡는다. 그러나 볼넷이 많이 늘었다. 2021년 오타니의 볼넷 비율은 8.3%, 지난해는 6.7%였다. 점차 제구가 안정을 잡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 비율이 11.1%로 껑충 뛰었다. 볼넷 비율은 하위 19%로, 오타니 기록의 오점으로 남고 있다.
그렇게 볼넷으로 주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장타 허용 비율도 늘어났다. 오타니는 4월까지 34이닝에서 피장타율 0.185를 기록했다. 피홈런은 단 2개였다. 한동안 홈런을 정말 안 맞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5월 이후 피장타율은 0.416으로 크게 뛰어 평범한 수준이 됐다. 42이닝 동안 맞은 홈런만 9개다.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다.
역설적으로 스위퍼가 문제다. 스위퍼는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오타니의 최고 무기다. 그 재미를 본 오타니는 올해 스위퍼의 구사 비율을 40.1%까지 늘렸다. 2021년 구사 비율이 21.9%였음을 고려하면 2년 사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스위퍼로 51개의 삼진을 잡아낸 것까지는 좋은데, 7개의 홈런도 얻어맞았다.
스위퍼는 커브와 같이 점으로 움직이는 구종이 아닌, 선으로 휘는 구종이다. 제대로 흘러 나가면 타자들의 방망이를 비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밋밋하게 흘러 나가면 맞는 면이 많은 타자들에게는 어느 시점에든 걸리는 궤적이 된다. 특히 가운데 몰리면 장타 허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타자들이 어퍼 스윙을 하기 용이한 궤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올해 스위퍼 피안타율은 0.161, 헛스윙 비율은 37.9%로 모두 뛰어나지만 반대로 피장타율은 0.381로 포심(.167)에 비해 훨씬 높았다. 오타니도 근래 등판 후 스위퍼에 몇몇 실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스위퍼는 궤적이 큰 구종인 만큼 자연히 잘못 던지면 폭투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오타니는 올해 10개의 폭투를 기록 중이다. 12일(한국시간) 현재 리그에서 두 자릿수 폭투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 더불어 올해 9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는데 상당수는 스위퍼에서 나왔다.
지난해 오타니의 폭투 개수는 한 시즌을 통틀어서도 14개, 몸에 맞는 공은 단 2개였다. 스위퍼는 약한 타구와 헛스윙을 만드는 데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궤적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어렵고 당연히 제구도 쉽지 않다. 결국 올해 높아진 볼넷 비율과 많은 폭투 및 몸에 맞는 공은 스위퍼의 구사 비율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지적이다.
사실 오타니는 평균 97마일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도 가지고 있고, 살짝 휘는 빠른 컷패스트볼(커터)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싱커도 던진다. 한때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스플리터를 던지기도 했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은 많다. 그래서 스위퍼를 너무 많이 던지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타니는 직전 등판인 11일 시애틀전에서는 스위퍼의 비중을 19%까지 낮추고, 대신 포심(39%)과 커터(32%)의 비율을 높였다.
어쨌든 5월 이후 부진 속에 사이영상은 멀어지고 있다. 톰 탱고가 고안한 사이영상 예측 모델에서 오타니는 25.2점에 그쳐 메이저리그 전체 2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아메리칸리그 1위 쉐인 맥클라나한(탬파베이)는 벌써 40.5점을 쌓았다. 하루아침에 좁힐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오타니의 향후 투구에도 관심이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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