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격 고수들의 눈이 옳았다… KBO판 배리 본즈 등장? 도박했더니 괴물 카드 뽑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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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주하면 밀려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다만 외부에서 누군가를 데려오기에는 샐러리캡 한도가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2025년 시즌 뒤 줄줄이 풀릴 내부 FA들도 생각해야 했다.
그런 KIA는 외국인 선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면 팀 전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는 간단한 논리였다. 그 과정에서 지난 3년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던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교체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88홈런을 친 우타 내야수 패트릭 위즈덤(33)이 끌렸다.
기록만 놓고 보면 위험부담이 있었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0.209로 높은 편은 아니었고, 삼진 비율도 높은 선수였다. 표면적인 기록만 따지면 공갈포 유형에 가까웠다. KIA는 내부적으로 위즈덤의 선구안도 나쁘지 않고, 한국에서는 삼진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 확신했다. 다만 뚜껑은 열어봐야 했다. KBO리그 적응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조짐은 캠프 때부터 좋았다. KIA를 대표하는, 그리고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격 장인들이 위즈덤의 훈련 과정을 지켜보더니 대번에 합격점을 내렸다. 파워는 듣던 대로 가공할 만하고, 타석에서의 선구안이나 참을성도 좋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동료라 ‘립서비스’를 한 것은 아니었다. 설명이 꽤 구체적이었다.
KBO리그 역대 최고 타자 중 하나인 최형우는 위즈덤에 대해 “나는 진짜 좋게 봤다. 완벽하다. 그런데 의문점이 있다. 내 눈으로 봤는데 왜 삼진이 많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삼진을 많이 먹는 스윙이 아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라고 해도 스윙 자체의 메커니즘이 삼진을 많이 먹을 게 아니다”면서 “진짜 파워는 내가 본 사람 중 1등이다. 진짜 미쳤다. 타구 속도가 다르다. 배트 스피드는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힘을 모아서 전달하는 그 순간까지가 우리와 다르다”고 위즈덤의 활약을 장담했다.
힘 하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나성범 또한 “지금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고, 내가 판단한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연습하는 것을 봤을 때 힘은 진짜 좋다. 타구질도 좋은 것 같다”면서 “날아오는 타구를 외야에서 봤을 때 타구질도 좋은 것 같다. 좀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잘했으면 좋겠다”고 합격점을 내렸다.
그런 위즈덤은 두 선수의 평가대로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KBO리그 적응에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초반에 고전하지 않으며 오히려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위즈덤은 시즌 첫 8경기에서 타율은 0.292로 3할에 못 미치지만 무려 9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은 0.471에 이른다. 홈런 네 방을 터뜨려 장타율도 0.883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304다. 화려한 출발이다.
두 선수가 언급한 내용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 나성범의 말대로 파워는 진짜다. 공이 빨랫줄처럼 펜스를 넘어간다. 시즌 4호 홈런이자, 한화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친 3월 30일 대전 한화전 6회 홈런은 타구 속도가 무려 시속 179.2㎞에 이르렀다. 아무리 힘이 좋은 타자라고 해도 이 정도 타구 속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힘도 있고, 공을 맞히는 기술도 있다는 의미다. 나성범의 말대로 타구의 질이 달랐다.
최형우의 확신대로 삼진을 많이 먹지도 않고 있다. 위즈덤은 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9개의 볼넷을 골랐다. 보통 거포들은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고 세게 돌리기에 볼넷보다는 삼진이 훨씬 더 많기 마련이다. 감수하고 스윙을 한다. 그런데 위즈덤은 침착하게 공을 보며 골라내고, 반대로 자신의 스윙 존 안에 들어온 공은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투수들로서는 진땀이 나는 상황이다. 유인구에 속지 않고, 실투는 담장을 넘기기 때문이다.
시즌 8경기 활약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심리가 더 중요하다. 고비를 넘기고 넉넉하게 성적을 쌓은 위즈덤은 조금 더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갈 수 있다. 한 타석 못 쳐도, 다음 타석이나 다음 경기에서 치면 된다는 생각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벌어놓은 성적이 한 타석이나 한 경기 결과로 망가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투수는 더 긴장하게 던질 수밖에 없다. 실투가 나올 확률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특정 구종에 약점을 보인 것도 아니다. 전성기 배리 본즈가 그랬다. 위즈덤과 본즈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출루율과 장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KBO판에서는 충분히 그런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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